5년 내 600조 ‘특허절벽’ 온다…K바이오, 시밀러 시장 정조준
2030년까지 약 200개 독점권 상실
삼바·셀트리온 등 주요국 허가 완료
임상 규제 완화로 개발 수익 개선도
시장 선점 위해 글로벌 경쟁 본격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의 특허 만료가 잇따르며 2030년까지 수백조 원 규모의 거대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연 매출 1조 4000억 원을 웃도는 주요 의약품들이 ‘특허 만료’에 직면하면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국내외 기업 간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2030년까지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70개를 포함해 약 200개의 의약품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이들 의약품의 독점권 상실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될 누적 매출 규모는 최소 2000억 달러에서 최대 4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이다. 한화로 약 600조 원에 육박하는 거대 시장이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에게 열리는 셈이다.
가장 치열한 전장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분야다. 얀센의 건선 치료제 ‘스텔라라’를 필두로 사노피의 아토피 치료제 ‘듀피젠트’, 화이자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젤잔즈’ 등 시장을 장악해온 거대 품목들의 특허가 2025~2030년을 기점으로 일제히 만료되거나 진입 규제가 풀리기 때문이다. 이들 치료제의 글로벌 합산 매출 규모는 약 33조 원으로 추산되며, 현재 오리지널사의 점유율 방어와 후발 주자들의 시장 탈환 경쟁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일찌감치 임상을 마치고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의 허가를 획득했다. 북미와 유럽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실적 반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 역시 ‘스테키마’를 통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셀트리온은 단순 공급을 넘어 직접 판매망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전통제약사 중에서 동아에스티가 가세해 ‘K-바이오’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024년 10월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이뮬도사’의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하며 글로벌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국내 3사가 동일한 오리지널 의약품을 타깃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격돌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특허 만료 시기가 한국 바이오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미국 생물보안법 등으로 중국 경쟁사들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 국내 기업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규제 환경의 변화도 국내 기업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부터는 미국과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시 임상 3상을 면제하는 지침이 최종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의 개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수익성을 높여줄 핵심 요인이다. 다만 신규 기업들의 진입 장벽도 낮아지는 만큼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 안착을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오리지널 제약사들이 기존 의약품의 제형을 바꾸거나 새로운 적응증을 추가해 특허권을 연장함으로써 후발 주자의 진입을 늦추는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은 여전히 강력한 장벽이다. 머크(MSD)는 2028년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에 대비해 피하주사 제형을 개발하는 등 방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알테오젠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이 적용된 피하주사제 ‘키트루다 큐렉스’의 FDA 허가를 받고 미국 시장에 발매했다.
업계에서는 올해가 한국 바이오시밀러의 품질과 상업적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상력과 현지 보험사 등재 속도가 초기 시장 안착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라며 “국내 기업들이 구축해 온 고품질 생산 체제와 임상 데이터의 신뢰성이 향후 10년의 K-바이오 위상을 결정지을 핵심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에서 독점권 상실을 앞둔 의약품 10개 중 8개는 아직 바이오시밀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발간한 ‘바이오시밀러의 지속가능성-유럽 시장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32년까지 바이오의약품 약 100개가 유럽에서 독점권을 잃는다. 이 가운데 79%는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을 중심으로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는 추세다. 2024년 유럽의약품청(EMA) 허가 권고를 받은 28개 바이오시밀러 중 한국 기업 제품은 12개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박시은 기자 good4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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