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고온 속에서도 흥행…숏폼 타고 전국적 화제 경제효과 3000억원 돌파…방문객 320만명 넘어 얼음낚시부터 눈조각까지…지역색 살린 축제구성
얼음나라화천 산천어축제 얼음낚시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유난히 축제들을 애태웠던 올겨울도 끝을 향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따뜻했던 날씨 탓에 얼어야 할 강은 좀처럼 얼지 않았고 여러 겨울 축제는 개막 일정을 수차례 연기했다. 얼지 않는 강을 붙들고 인공 제설로 얼음을 보강하는 등 준비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준비한 겨울 축제들이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겨울 축제는 국내 관광을 견인하는 핵심 콘텐츠다. 전체 경제효과는 3000억원 이상, 방문객은 320만명을 넘어선다. 특히 올해는 숏폼 콘텐츠의 영향으로 현장 영상이 인기를 끌며 전국적인 화제를 모았다.
여행플러스는 대한민국 겨울의 진수를 보여준 겨울축제 다섯 곳을 찾았다.
얼음나라화천 산천어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눈썰매장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겨울 축제. 외국인에게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와 완성도를 갖췄다.
산천어 축제는 얼음낚시를 중심으로 △눈조각 △눈썰매장 △얼음 미끄럼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데 모은 ‘겨울 올인원’ 축제다. 2011년 CNN이 선정한 ‘겨울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자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글로벌 축제이기도 하다.
구멍 속으로 산천어를 보는 사람들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계곡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산천어를 잡기 위해 얼음 낚시장에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인파가 몰렸다.
얼음 낚시터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은 ‘얼음뽀뽀’다. 참가자들이 얼음 구멍에 얼굴을 바짝 대고 엎드린 채 산천어를 기다리는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맑은 물 덕분에 구멍 아래를 지나는 산천어가 또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침대 축구’가 아닌 ‘침대 낚시’로 불릴 만한 독특한 풍경이다.
낚시장 곳곳에는 낚시 도우미가 상주해 방법을 안내한다. 산천어를 낚고도 손으로 집지 못하는 참가자를 대신해 비닐봉지에 담아주기도 한다.
실내 얼음조각 광장 얼음 미끄럼틀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화천 산천어축제는 외국인 방문객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다. 외국인 전용 낚시터와 음식점, 기도실을 마련했다. 화천군은 눈과 얼음을 접하기 어려운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홍보를 이어왔다. 매년 약 10만명의 외국인이 찾고 있으며, 올해는 약 12만명이 방문했다.
화천 산천어축제 얼음썰매장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축제의 경쟁력은 얼음낚시에만 있지 않다. 화천천을 가로지르는 눈썰매장에서는 40m 슬로프와 100m 얼음판을 전용 튜브로 내려온다. 전통 얼음 썰매와 △가족형 얼음 썰매 △회오리 형 튜브 관을 타는 ‘아이스 봅슬레이’ △얼음축구 △아이스 파크골프 △피겨스케이트 체험 등 겨울 스포츠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화천 산천어축제 산천어 구이와 초밥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올해 축제는 186만9785명이 방문해 3051억2600만원의 직·간접 경제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화천군 2026년도 총예산 4762억원의 64%에 해당하는 규모다.
1인당 평균 지출액은 8만6357원으로, 약 1217억6300만원의 직접 경제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생산유발효과 1518억6800만원, 소득 유발효과 314억9500만원 등 간접효과는 총 1833억6300만원이다. 고용유발효과는 3337명이다
평창 송어 축제
화천 산천어축제가 대형 글로벌 축제라면, 평창 송어축제는 로컬 감성이 살아 있는 축제다.
평창 송어 얼음낚시대회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고기 잘 잡히나요?” “곧 잡을 거다”며 친절하게 방문객을 맞이하는 직원들, “행운은 실력순이 아니다! 운을 믿어보자”라는 재치 있는 문구의 낚시대회 등 정겨운 분위기가 돋보인다.
강원 평창군 진부면 일원에서 열린 이번 평창 송어축제는 지난달 9일부터 이달 9일까지 한 달간 이어졌다.
평창 송어축제 황금송어 / 사진= 김지은 여행+ 기자
방문객들은 ‘황금 송어’를 잡기 위해 혈안이다. 하루 세 마리만 방류하는 노란빛 송어를 잡으면 금 한 돈을 즉시 지급한다. 당첨자가 나오면 축제장 전역에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진다. 참가자들은 다음 주인공이 되기 위해 다시 낚싯대를 든다.
평창 송어축제 텐트 낚시터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알록달록한 텐트 행렬이 평창 송어축제의 상징이다. 바람을 막기 위해 설치한 텐트로 두 개의 낚시 구멍을 뚫어 일행이 함께 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고기를 많이 잡은 참가자들은 비닐봉지를 들고 주변을 서성이며 잡지 못한 이들에게 나누기도 한다. 1인당 반출 가능한 송어는 두 마리로 제한해 고기를 많이 잡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올해 축제는 강풍 속 낚시 영상이 화제를 모으며 ‘강풍 낚시축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지난 1월 10일 의자가 날리고 돌풍이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낚시를 이어가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SNS를 통해 퍼졌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송어를 잡는 건가요, 사람을 잡는 건가요?”라며 재치 있는 반응을 쏟아냈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513만회를 기록했다.
평창 송어축제 스노우 래프팅 / 사진= 김지은 여행+ 기자
화천이 전통 겨울 놀이를 준비했다면 평창 송어축제는 눈 위에 ‘겨울 빠지’를 펼쳐놓았다. 눈 놀이터에서는 스노우 래프팅이 인기를 끌었다. 튜브를 타고 눈밭을 달리는 체험이다. 참가자 반응에 따라 속도와 난이도를 조정해준다. △수륙양용차 ‘아르고’ 체험 △스노모빌 래프팅 △얼음 자전거와 얼음 카트 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올해 평창송어축제에는 20만명 이상이 방문했고, 매출은 20억원을 넘어섰다. 준비와 정리 과정까지 포함하면 약 5000개의 일자리가 지역 내에서 만들어졌다.
대관령 눈꽃축제
대관령눈꽃축제 눈조각 전시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겨울 축제는 크게 얼음낚시형과 눈 조각형으로 나뉜다. 눈 조각 축제의 대표 주자가 대관령 눈꽃 축제다.
1993년 시작된 국내 최초의 겨울축제로 겨울철 비수기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출발했다. 이후 문화관광부 10대 축제에 선정, 1999년 동계아시안게임 공식 문화 행사로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제34회 대관령 눈꽃 축제는 지난 13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송천 일대에서 막을 올렸다.
대관령눈꽃축제 눈조각 전시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올해는 밀라노 동계올림픽 개최 시기에 맞춰 ‘동계 꿈나무 눈동이의 국가대표 성장기’를 주제로 구성했다. 아이스하키와 스키점프를 연습하는 눈동이의 모습을 대형 눈 조각으로 구현했다. 축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약 20% 확대했다.
대관령눈꽃축제 대관령루트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하이라이트는 높이 6m 규모의 얼음 터널 ‘대관령루트’다. 터널을 지나니 한국 최초의 6m 얼음벽이 길게 이어졌다. 일본 알펜루트의 설벽을 떠올리게 하는 장관이다. 개미굴 통로도 제작해 미로를 탐험하듯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었다.
눈동이 동계훈련소 주전자로 즐기는 컬볼링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우리의 영원한 올림픽 개최지답게 미니 올림픽도 열렸다. ‘눈동이 동계훈련소’에서는 △건초 빨리 옮기기 체력장 △컬 볼링 △빗자루 하키 등의 경기가 열렸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레이저 총을 활용한 바이애슬론 사격, 빙판 위 컬링 체험 등 동계 스포츠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겨울 축제 중 드물게 입장료를 받는다. 성인 기준 1만원이다. 전시 완성도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가격 부담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20일 기준 방문객은 약 4만5000명이다. 주최 측은 총 5만5000명 방문과 약 4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태백산 눈축제
태백산 눈축제 대형 눈조각 전시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태백산 눈축제는 30년이 넘는 전통을 지녔지만, 다른 축제에 비해 규모는 훨씬 작은 편이다. 서울에서 약 3시간이 소요되고 산길을 올라야 하는 접근성의 한계도 있다. 관람 소요 시간이 1시간 내외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전국 대학생 눈조각 경연대회 인천가톨릭대학교 작품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같은 눈 조각 축제인 대관령과 비교하면 규모와 완성도에서 차이가 있지만 입장은 무료다. 차별화 요소로는 전국 대학생 눈조각 경연대회가 있다. 올해는 △성신여대 △경희대 △홍익대 등 10개 팀이 참가해 K-컬처를 주제로 작품을 선보였다. 높은 질의 화려한 작품들에 “이걸 학생들이 만들었다고?”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반 방문객 비율은 낮지만 단체 관광객 비중은 높다. 특히 청량리에서 출발해 태백산 눈축제와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연계한 ‘눈꽃열차’ 상품 이용객이 많았다.
태백산 눈축제 입구 먹거리 노점. 해당 노점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 없음.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올해 축제는 콘텐츠보다 위생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개막일이던 지난달 31일 한 노점 주인이 얼어붙은 플라스틱 막걸리 병을 어묵탕 솥에 넣는 장면이 SNS를 통해 퍼졌다. 해당 영상은 약 600만회 이상 조회되며 비판받았다.
태백시는 축제장 내 공식 먹거리 부스가 없고 외부 노점이 운영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노점은 철거했으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위생 점검과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겨울공주 군밤축제
강원도의 ‘이한 치한’ 축제와 달리 중부권에서는 따뜻한 군밤으로 겨울을 즐겼다.
겨울공주 군밤축제 군밤굽기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겨울공주 군밤축제’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충남 공주 금강신관공원과 미르섬 일원에서 열렸다. 주제는 ‘불타는 밤, 달콤한 공주’다.
핵심은 대형 화로에서 직접 알밤을 굽는 체험이다. 수십만명이 화로 앞에 모여 밤을 굽고 맛봤다.
겨울공주 군밤축제 군밤 그릴존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자욱한 연기 속에서 눈물이 나도 사람들은 화로 앞을 지켰다. 연기를 피해 등을 돌린 채 밤을 굽는 모습, 부모가 연기를 막아주고 아이가 뒤에서 기다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얼굴에 묻은 재와 옷에 밴 불 냄새는 축제를 즐긴 흔적으로 남겨진다.
주말에는 인파가 몰렸지만 화로를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지름 2m 규모의 화로 14개를 설치해 회전율을 높였고 밤이 익으면 곧바로 자리를 비워 다음 이용객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겨울공주 군밤축제 먹거리 부스 인파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밤의 도시’ 공주답게 축제장에는 다양한 밤 디저트가 한자리에 모였다. 먹거리 부스는 밤 디저트를 찾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생전 처음 듣는 밤 디저트까지 모여 있어 밤 디저트를 총망라한 모습이었다. △공주 밤파이 △밤 두쫀쿠 △공주 밤빵 △구운 밤 요거트 △알밤 와플 등 이색 메뉴가 눈길을 끌었다.
겨울공주 군밤축제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축제 기간 약 34만명이 방문해 역대 최다 관람객을 기록했다. 판매 위주의 구성으로 놀이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밤을 직접 굽는 체험 자체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호응을 얻었다.
공주시는 같은 기간 미국 뉴욕·뉴저지 지역 H-마트 4개 지점에서 군밤축제를 열어 17만1400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고맛나루 알밤 약 20t을 수출하는 성과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