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환자돌볼 시간 주는 '병원 AI혁신'

2026. 2. 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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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한 시간 절감이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환자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 상황이 발생하기 이전에 의료진에게 신호를 보내는 체계다.

AI는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에서 의료진을 해방시켜 환자의 눈을 더 자주 바라보고, 한 번 더 손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을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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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안은 물론 밖에서도
'High-Tech'로 가지만
의료 본질은 공감과 신뢰
'High-Touch' 지향해야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

우리나라 의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는 해마다 늘고 있고, 첨단 의료 술기를 배우려는 해외 의료진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서양의학의 불모지와 다름없던 나라가 이처럼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언제나 시대를 앞선 끊임없는 혁신이 있다.

142년 전 조선 땅에 서양의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들어왔듯, 오늘날 우리는 방대한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이끄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초입에 있다. 병원의 AI라고 하면 의사 없이 혈액 한 방울이나 영상 한 장만으로 모든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만능 자동화 시스템'을 상상하곤 한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 마주하는 AI의 본질은 다르다. 의료 AI는 환자의 생명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정교한 청진기'이자, 의료진을 돕는 '지혜로운 보조자'다.

일례로 미국 노스웨스턴 메디슨은 AI를 도입해 X레이 판독보고서 작성시간을 건당 75초에서 45초로 단축했다. 단순한 시간 절감이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메이요 클리닉 역시 AI 기반 중환자실 조기경보 시스템으로 패혈증과 심정지 위험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며, 실제 사망률 감소라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브란스병원도 중환자실뿐만 아니라 병동 내에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과 'AI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환자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 상황이 발생하기 이전에 의료진에게 신호를 보내는 체계다. 6112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결과 불필요한 알림은 줄고 심정지 예측 정확도는 96% 수준으로 나타났다. 단 한 명의 생명도 놓치지 않겠다는 병원의 의지가 기술을 통해 구현된 결과다.

AI는 병원의 물리적 경계마저 허물고 있다. 전통적으로 병원의 역할은 환자가 퇴원하면 끝이었지만, 이제 병원 밖에서도 이어진다. 국내에서도 스마트병원 시스템을 통해 퇴원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AI 챗봇과 모바일 헬스케어를 활용한 맞춤형 건강 관리가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역시 디지털 치료기기(DTx)를 도입해 병원 밖에서 발생할 수 있는 치료와 관리의 공백을 보완한다. 진료 영역을 넘어 예약, 대기, 수납 등 환자가 피로를 느끼는 행정 과정에도 적용되며,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불편'이 아닌 '회복'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도록 돕는다.

AI가 의료의 많은 영역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의료의 본질은 공감과 신뢰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환자의 불안을 읽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은 인간의 몫이다. AI는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에서 의료진을 해방시켜 환자의 눈을 더 자주 바라보고, 한 번 더 손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을 돌려준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돌봄'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다. 병원의 AI 혁신은 'High-Tech'를 넘어 'High-Touch'를 지향해야 한다. AI가 차가운 알고리즘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따뜻한 기술이 될 때, 미래 병원은 비로소 완성된다.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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