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제동·새 관세 변수…세계 각국, ‘관망’ 속 복잡한 셈법 [관세 리셋 쇼크]
무역협정 번복한 국가 없어
유럽의회, 23일 긴급회의 소집
일본, 5500억달러 대미 투자 유지 방침
전문가 “트럼프 위협, 완화 아닌 대체됐을 뿐”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에 위법 판단을 내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새로운 글로벌 관세로 응수했지만 각국의 반응은 예상보다 차분했다. 무역협정 번복이나 새 관세에 대한 즉각 보복 대신 협상 틀을 유지한 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기조가 우세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통상 카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신중한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가별 대응은 다소 온도 차를 보였지만 공통점은 즉각적인 보복이나 협정 번복을 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이 무역합의 재검토에 착수했지만 전면 파기보다는 재평가 수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장 안정을 강조하거나 협정 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 우세한 가운데 일부는 보복 수단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는 전략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유럽의회는 23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미국과의 기존 무역협정을 재평가하기로 했다. 해당 협정은 대부분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EU 제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니콜라 포리시에 프랑스 대외무역 담당 장관은 EU가 미국의 최근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포함한 여러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ACI는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서비스·외국인 직접투자·금융시장 ·공공조달·지식재산권 등의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로 2023년 도입 이후 실제로 가동된 적 없다.

일본은 기존 합의를 유지하기로 했으며 인도와 동남아 국가들도 섣부른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작년 7월 미·일 관세 협상에 따른 5500억달러(약 797조원) 대미 투자 계획을 유지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미국 대법원 판결이 일본이 추진 중인 미·일 ‘전략적 투자 이니셔티브’ 1차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내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방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미 공조 기조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각국이 기존 무역협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사이먼 에버넷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교수는 “미국 대법원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위협을 완화했다기보다는 다른 위협으로 대체한 것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미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섣불리 행동에 나섰다가 트럼프의 더 큰 보복에 직면할 수 있어 자제할 것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