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 상호관세 위법 판결…트럼프·시진핑 4월 정상회담 시작도 전에 미국 힘 빠지나
중국 정부 신중한 반응…관영매체는 “고무적”
미 대중국 실효관세율 17%에서 9%로 낮아져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이 오는 4월 초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이 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백악관은 20일(현지시간) 다음 달 31일부터 4월 2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의 방중은 2017년 이후 9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우리는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행사를 열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백악관의 방중 일정 발표 직후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이 나오면서 협상도 전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는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사용할 수 없는 데다 명분상으로도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연구원(CSIS)의 중국 전문가 스콧 케네디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 때문에 이미 방어적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며 “이번 관세 패배는 중국에 비치는 트럼프의 약점을 더욱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협상력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대법원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무역 협상력이 약화된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일본 등도 대미 투자를 늦추고 관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스 교수는 중국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상황과 러시아와의 관계 등 중국 역시 ‘협상 약점’이 있어 협상 결과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활용한 공세적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우신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중국은 여전히 대두 구매 카드를 쥐고 있다”며 “미국 대법원이 관세는 불법이라고 압박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두 구매를 원하면 중국 기술에 대한 규제 완화, 고성능 반도체 판매, 미국 내 중국 기업 사업 환경 개선 등 다른 분야에서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소장은 대만 무기 판매 상한 등까지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이번 판결은 중국의 협상력을 어느 정도 강화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과도하게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301조 등 다른 법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판결에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관세와 무역전쟁은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중 경제·무역협력과 글로벌 경제에 더 큰 확실성과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다만 중국 영문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익명의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불법화해 세계에 고무적 신호를 보낸다”며 “일방주의·보호주의 확산으로 도전을 받아온 다자주의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펜타닐 관세 10%와 상호관세 10%는 무효화됐다. 무역법 301조와 232조에 따른 국가별·항목별 품목관세는 유지된다. 미국의 대중국 실효관세율은 17%대에서 9%대로 낮아진다. SCMP는 중국 수출업체들이 낮은 관세가 단기적으로만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3,4월 선적을 서두를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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