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신문 1면에 ‘TV 할부판매’ 광고 실었던 이 회사, 60년 뒤 모습은… [전자만사]
세트산업 정체와 중국 저가공세에
전자부품과 B2B 사업 확대 중
일본 전자기업 길 밟지 않으려면
원가절감과 사업전환 동시에 이뤄야

이 광고는 금성사라는 기업이 국내에서 최초로 텔레비전을 생산하고, 이를 할부로 판매하게 되면서 이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TV를 생산하기 위해 금성사는 정부 허가를 통해서 일본 히타치로부터 TV 부품을 수입해와야했는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금성사가 바로 LG전자의 옛 이름입니다.
금성사는 1958년 설립돼 라디오를 시작으로 선풍기, 냉장고, TV, 세탁기 등을 차례대로 국산화한 기업이었습니다. 1969년 삼성전자가 전자사업에 진출하면서 삼성과 LG의 전자산업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졌고, 두 회사는 TV, 가전, 휴대전화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왔습니다. 살벌한 경쟁이었지만 이 경쟁은 우리나라 전자산업이 지금까지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전자산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LG전자가 요즘은 침체되어있습니다. LG전자 주가는 2021년 기록했던 고점을 아직 넘지 못하고 있고, 상징과도 같았던 TV 사업은 적자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두번째, 성장이 멈춘 시장에서 중국 전자기업들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성장이 멈춘 시장에서는 가격이 가장 결정적인 요소인데, 중국 전자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기업들이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중국의 가성비와 싸워야하는 것은 세트 사업뿐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같은 전자부품에서도 동일합니다.
이런 점에서 LG전자의 어려움은 삼성전자에게도 동일한 어려움입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AI 데이터센터 붐이라는 거대한 트렌드에 올라탔기 때문에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 흐름이 끝났을 때에는 여전히 시장의 정체와 중국의 도전이라는 두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만합니다.
제조업의 경쟁은 어찌보면 단순합니다. 품질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경쟁사보다 제품을 싸게 판매하면 이깁니다. 제품을 싸게 판매하려면 생산원가가 낮아야합니다. 생산량을 늘리면 원가가 낮아지며, 원가에 마진을 적게 반영해도 이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량이 적으면 원가가 올라가며, 제품을 싸게 팔 수 없게되고, 이로인해 고객이 제품을 외면하게 되면 결국 망하는 것 밖에 답이 없습니다. 물론 품질은 동일할 수 없으며, 가격 외에도 소비자들이 평가하는 요소는 많습니다. 하지만 원가를 낮춰서 이윤을 확보하지 못하면, 마케팅도 기술개발도 불가능합니다.

과거에 우리 전자 부품회사들은 그룹의 세트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것이 가장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경우 각각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이나 TV에 디스플레이를 납품하는 것이 제일 주력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먼저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도 OLED 패널을 공급합니다. 삼성전자는 이 패널로 OLED TV를 만들죠. LG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고객은 LG전자를 제외하면 이제는 애플입니다. 이는 카메라모듈을 만드는 LG이노텍도 마찬가지인데요. 처음에는 LG전자 스마트폰 용 카메라모듈을 주로 공급했는데, 아이폰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이제는 애플이 가장 중요한 고객이 됐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제품을 판매하던 LG전자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B2B 사업의 규모가 부쩍 커졌습니다. LG전자에서 지난해 성과급을 가장 많이 받은 사업부가 전장(자동차 전기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였는데요. 기본금의 539%를 경영성과급으로 받았습니다. TV 등 사업을 맡는 MS사업본부는 기본급의 47%를 경영성과급으로 받았습니다. 최소 1000만원 이상의 성과급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과거 VS사업부의 위상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라는 설명입니다.
2025년 기준 LG전자는 매출의 30% 가량이 B2B 사업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이 비중을 40%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외에도 냉난방공조(HVAC)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 ES사업부도 B2B가 핵심인 사업부입니다. 특히 이곳은 AI 데이터센터 냉각시장을 중요한 목표 시장으로 보고 있어서 향후 AI 데이터센터 건설의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처럼 B2C에서 B2B로 사업을 전환하는 것은 LG전자 뿐만이 아닙니다. 삼성전자도 전장사업과 HVAC 사업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과거 LG전자가 시작한 TV 가전 사업에 삼성전자가 뒤늦게 들어온 것처럼, 삼성전자도 LG전자가 앞서 뛰어든 B2B 시장에 뛰어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LG전자가 2000년대 초반부터 전장사업을 내부에서부터 차근차근 키운 것에 반해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이라는 차량용 오디오 기업 인수를 통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전자 기업들의 B2B 시장으로의 이동은 이런 점에서 필연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금성사가 TV 제조를 위해서 일본 히타치의 도움을 받았는데요. 전자산업은 물론 다양한 제조업에 진출했던 히타치는 2010년대 이후 사업을 완전히 개편해서 지금은 디지털 IT와 전력 철도 인프라 등 B2B 중심 회사가 됩니다. 덕분에 히타치는 일본 주식시장에서 도요타 다음으로 기업가치가 높은 제조기업이 됩니다. 전 업종 기업으로 영역을 넓혀도 시총 순위가 5위죠.
히타치는 2021년 가전사업을 터키 가전업체 아르셀릭에게 넘겨버립니다. 최근 소니가 TCL과 했던 것처럼 합작사 설립을 통해서였죠. 아르셀릭은 터키 최대 재벌 그룹인 코치그룹 소속의 가전회사로 유럽 가전시장의 강자이기도 합니다.

첫번째, 원가절감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원가절감은 싸구려 제품을 만든다와 동의어가 아닙니다. 공정 효율화, 공장 자동화, AI도입, 금융비용 절감의 결과가 원가절감입니다. 두번째, B2C 세트사업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반드시 한 기업이 세트와 부품을 다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자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술적인 리더십을 유지하며, 다음 번에 찾아올 B2C 사업의 기회를 잡기위해서라도 세트사업의 성공은 계속되어야합니다. 세번째, 새로운 기술 동향을 주시하면서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합니다. 이는 경쟁사보다 빠르게 시작하는 것보다, 꾸준하고 묵직하게 해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LG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LG전자가 VS사업의 핵심인 텔레매틱스 사업에 진출한 것은 2002년이었습니다. LG가 배터리 사업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92년 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객에게서 답을 찾아야합니다. 우리는 ‘고객’이라는 단어를 쓸 때 일반 소비자 고객만을 상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B2B 사업에서 고객은 기업이기도 하고, 공공기관이기도 합니다. 고객 만족이 창업 정신에 새겨진 LG전자에게서 희망을 기대해보는 이유입니다.
1966년 8월10일 매일경제에 실린 금성사의 광고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혹심한 더위 속에서 국가건설사업에 분투하시는 고객제위께 삼가 문안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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