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의 아전인수식 ‘지귀연 판결문’ 사용법

강한들 기자 2026. 2. 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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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 씨가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극우 세력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죄를 인정한 법원의 1심 판결을 ‘아전인수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귀연 재판부의 판결문이 ‘중지돼 있는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재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거나, ‘법원이 12·3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운영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12·3 내란 때 정치인 체포조는 허구였다?

22일 경향신문이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의 윤 전 대통령 등 내란 우두머리 사건 판결문을 비교분석한 결과, 판결과 다른 내용들이 다수 확인됐다.

구독자 158만명 ‘신의한수’ 채널을 운영하는 신혜식씨는 지난 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공소사실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다”며 “(내란 때) 체포조가 있었다고 떠들던 것들이 실체도 없는 허구였음이 증명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판결 취지와는 다른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윤석열·김용현 등은 방첩사령부 병력과 경찰력을 동원해 특정 국회의원·정치인에 대한 체포를 하기 위한 체포조를 편성하고 체포 임무를 수행하게 하려고 했다”며 “특히 계엄해제요구안 의결이 임박해지자 이를 주도하는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과 같은 국회의원·정치인을 우선 체포하라는 지시가 하달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조 전 청장에 대해서도 “방첩사의 경찰 체포조 지원 요청을 승인했다”고 명시했다.

유튜브 ‘신의한수’ 채널을 운영하는 신혜식씨가 지난 20일 영상을 올린 영상에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공소사실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다”며 “체포조니 뭐니 떠들던 것들 실체도 없는 허구였음이 증명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의한수’ 유튜브 갈무리
지귀연 판사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재판은 재개돼야 한다’고 썼다?

배승희 변호사(구독자 176만명)는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재개돼야 한다는 내용을 윤 전 대통령 재판에 써넣었다”고 주장했다. 배 변호사는 “지 판사가 판결문에서 ‘소추는 재판이 아니라 기소’라고 명확히 판시했고, 이는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지금이라도 재판을 재개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불소추 특권을 거론한 것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려는 것이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에겐 불소추 특권이 있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자체가 시작될 수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불소추 특권 규정은 대통령에 대한 수사까지 일률적으로 제한하려는 취지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대통령의 경우처럼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따라 형사재판 진행이 멈춰져야 하는지를 판단한 건 아니었다.

배승희 변호사가 지난 2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재개돼야 한다는 내용을 윤석열 대통령 재판에 써넣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승희 변호사 유튜브 갈무리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 없었다?

판결 내용을 무시하고 기존에 주장하던 ‘내란·폭동은 없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전한길씨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자유대한민국 회복을 위한 광화문 국민대회’ 집회 연단에 올라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은 대국민 호소용 반국가 세력 척결을 위한, 부정선거 척결을 위한 구국적 결단이고, 폭동은 없었다”고 다시 주장했다. 고성국TV(구독자 134만명)를 운영하는 고성국씨도 같은 날 “2024년 12월3일 어떠한 국헌문란의 폭동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통령이 군을 동원해 의회를 점령하거나 의원을 체포하는 등 행위를 하는 것은 국회가 상당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 즉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군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고성 계엄, 호소형 계엄은 존재할 수 없고, 비상계엄은 군사상 필요·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도 비상계엄이 중대한 위기 상황에서 비롯된 본래 목적으로 선포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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