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넘치는 K-브랜드…“중국 진출 계획 없어도 중국 상표권 등록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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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품과의 전쟁입니다.”
2025년 7월, 중국 공안과 지식재산권(IP) 침해 대응 전문기업 ‘트러스트 데이터’가 중국 광둥성 산토우시의 한 대형 창고를 급습했다. 겉보기엔 평범한 물류 거점 같았지만,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대한 복제 제국이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공장 내부에는 ‘조선미녀’, ‘스킨1004’ 등 최근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케이(K)-뷰티 화장품과 박스들이 산더미처럼 곳곳에 쌓여 있었다. 이 공장은 소규모 가내수공업식으로 위조품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조직적·대량 생산 체계를 갖춰 해외 시장으로 꾸준히 위조품을 공급해 온 주요 거점으로 파악됐다.
임동숙 트러스트데이터 대표는 22일 한겨레에 “현재까지 단속된 중국 위조품 공장 가운데 최대 규모”라며 “당시 중국 공안에게 압수된 위조 화장품은 총 31만898점이다. 두 한국 인디 화장품 브랜드 위조품 가격만 30억원, 다른 명품 화장품(샤넬·디올 등) 가격까지 포함하면 약 15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가 운영하는 ‘트러스트 데이터’는 기업 브랜드와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위조품 차단 △중국 소재 위조품 생산공장 단속·소송 등을 제공하는 업체다. 이같은 중국 대형 공장 단속은 지난 2025년에만 7차례 이뤄졌다. 현재 트러스트 데이터를 이용하는 브랜드는 30여곳이다. 의뢰 기업은 매년 50% 규모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지사라고요?”… 선 넘은 ‘사칭형 위조품’
임 대표는 지난해 8월 한국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의 베트남 지사인 척 거짓으로 홍보한 한 업체에 대한 추적을 시작했다. 임 대표는 “그 업체는 각종 유튜브, 에스엔에스(SNS) 방송 등을 통해 자기들이 한국 브랜드의 베트남 지사라고 홍보했다. 실제 해당 브랜드는 베트남 지사를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를 찾기 위해 사업자 등록증 주소로 가봤지만 유령주소였다고 한다. “해당 업체가 페이스북에 올린 구인 글을 보고 베트남 현지인을 고용해 ‘위장 취업’을 시킨 끝에야 위조품이 생산‧유통되는 거점을 찾아내 단속할 수 있었습니다.”

한 유명 의류 브랜드도 대만에서 곤욕을 치렀다. 공식 홈페이지 주소 뒤에 대만국가 도메인을 붙이는 식으로 위조 사이트를 만들어 위조품을 유통했다. 해당 사이트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아이콘을 누르면 브랜드의 실제 공식 계정으로 연결돼 소비자들이 위조 사이트임을 알아보기 어려운 구조였다. 임 대표는 “악의적인 사이트를 폐쇄하고 해당 도메인을 고객사로 이전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는데, 폐쇄하자마자 또 다른 유자 도메인을 등록해 새 위조 사이트를 만들어 영업을 재개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위조품, 알리·테무 타고 국내 역유입까지
이러한 위조품들이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알리, 테무 등)을 타고 다시 한국으로 역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임 대표는 “과거엔 중국 내에서만 소비되던 저가 가품들이 이제는 한국 소비자들의 안방까지 들어온다”고 우려했다. ‘짝퉁인 줄 알면 안 산다’는 국내 정서도 화장품 같은 기능성 제품에만 국한될 뿐, 아웃도어 의류 등은 저렴한 가격 때문에 위조품인 줄 알면서도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상위 20%’ 타격하는 소송 전략으로”
임 대표는 완전 차단이 어렵다면, 효과적인 ‘핀셋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중국에서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위조품의 80%는 상위 20% 판매상에 의해 팔린다”며 “이같은 대량 판매상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통해 대응하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트러스트 데이터에서는 피해업체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위조품 대량 판매상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했다. 임 대표는 “트러스트 데이터가 대량 판매상에 소송을 걸고, 배상금·합의금을 받아 소송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이라며 “위조품 판매자 입장에서는 소송이 들어오면 해당 브랜드 제품 취급을 즉시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브랜드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중국 시장 진출 계획이 없거나 주요 수출시장이 유럽이나 북미라 하더라도 반드시 중국 현지 상표권을 먼저 등록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위조품은 중국에서 생산된 후 기타 국가로 공급되기 때문에 중국 상표권을 먼저 등록해야 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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