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동에 '122조' 꺼낸 트럼프… 150일 시한부 관세의 앞날은 [김경민의 적시타]
대법 제동에 122조 발동…의회 승인 변수
전 세계 15% 압박…301·232로 재설계 수순

[파이낸셜뉴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관세 제동에 맞서 '15% 일괄 관세'라는 초강수 우회로를 택했다. 대법원이 기존 관세 부과의 핵심 무기였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의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을 내리자 즉각 무역법 122조를 발동해 전 세계 수입품을 정조준한 것이다. 당초 10%로 예고됐던 관세율은 하루 만에 법적 허용치인 최대 15%로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이 조치는 발동 후 최대 150일까지만 유효하며 연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번 15% 일괄 관세는 대체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계산된 '시간 벌기' 전략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150일 이후 의회의 승인을 얻어 15% 일괄 관세를 영구화하기는 현실적으로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가장 치명적인 장벽은 의원들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인플레이션이다.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예외 없이 15%의 세금을 매기는 것은 본질적으로 미국 내 소비자와 기업의 주머니를 직접적으로 터는 막대한 증세와 같다. 수입 원자재에 의존하는 제조업체의 생산 비용이 폭등하고, 마트 진열대의 생필품 가격이 치솟게 되면 간신히 진정세에 접어든 물가가 다시 요동칠 수밖에 없다. 이는 곧바로 유권자들의 불만으로 직결되며 의회 소속 의원들에게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감당하기 힘든 정치적 부메랑이 된다.
여당인 공화당 내부의 셈법도 복잡하다. 공화당 내에는 여전히 자유무역의 가치를 중시하는 온건파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대법 판단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고, 트럼프는 "불충하다"고 공개 비난에 나서면서 여권 내 균열 조짐도 보였다. 특히 공화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규모 농가들은 상대국의 보복 관세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1순위 피해자다. 여기에 대형 유통업체와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빅테크, 자동차 업계의 막대한 로비력까지 더해지면 의회가 백악관의 손을 들어주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무역법 122조는 본래 미국의 국제수지에 '심각한 적자'가 발생했을 때 예외적이고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조항이다. 이를 구조적 적자가 아닌 무역 전쟁의 무기로 전 세계에 일괄 적용하는 것에 대해 입법부인 의회가 그 법적 정당성을 스스로 승인하는 선례를 남기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22조는 1974년 법 제정 이후 지금껏 발동된 적이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래픽] 미국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외 관세 부과 법적 권한.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2/fnnewsi/20260222152906586mops.jpg)
의회 통과가 불투명함에도 트럼프가 무리수를 둔 배경은 150일이라는 시간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 기간은 단순히 관세를 부과하는 기간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로 잃어버린 IEEPA를 대체할 새롭고 강력한 무역 규제 수단을 장전하기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게 당장 절실한 것은 협상 주도권의 유지다. 기존 관세가 무효화되면서 발생한 무역 정책의 공백을 메우지 않으면 글로벌 무역 협상에서 미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150일이라는 유효기간 동안 15%의 관세로 전 세계를 옥죄며 "당장 미국이 원하는 양보안을 내놓지 않으면 더 큰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압박을 이어가려는 것이다.
동시에 막후에서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 없는 행정부 고유의 권한들을 촘촘히 엮어 새로운 관세망을 짤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특정 국가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제재하는 '무역법 301조'나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수입을 통제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다. 이 조항들은 행정부 단독 발동이 가능하지만 합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의 광범위한 조사와 의견 수렴 절차가 필수적인데 통상 수개월이 소요된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앞으로 몇 달 안에 새롭고 법적으로 허용되는 관세를 결정해 발표할 것"이라며 이번 15% 관세가 영구적인 대체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징검다리 성격임을 시사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소장은 "트럼프의 신속한 (세율 인상) 변경은 무역 상대국들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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