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보다 선함을”…김태호 PD는 왜 ‘착한 예능’으로 돌아왔나
제니·고윤정·박보영 등 화려한 출연진에 이목
1%대 시청률에…“우리가 부족했다고 생각”

“선한걸 할 거냐, 도파민(자극적인 프로그램)을 할 거냐 하는 고민에서 이번에도 첫 번째를 선택하게 됐어요. 시청률은 미진하지만 프로그램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지난 1일 첫 방송 된 MBC 예능 <마니또 클럽>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상대방에게 선물을 전하는 ‘마니또’ 게임을 재해석한 것으로, 큰 갈등구조가 없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김태호 PD는 자극적인 예능이 넘치는 시대, 이례적으로 ‘선물’과 ‘우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 PD는 지난 20일 마포구에 위치한 자신의 제작사 TEO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니또 클럽>에 대해 “도파민이 아닌 공감대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서바이벌 등 예능에도 잘되는 장르나 요소들이 있지만, 그걸 떠나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돌진해 봤다”고도 했다. <마니또 클럽>은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 <캐나다 체크인>에 이은 김태호PD표 ‘착한 예능’이다.
그는 프로그램의 출발점은 지난해 여름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와 나눈 대화였다고 했다. 김 PD는 “제니가 ‘연말에 시청자에게 선물이 될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했다”며 “‘선물’이라는 단어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소소한 교환에서 출발해 출연진의 마음을 모아 다른 이에게 전하는 형식을 구상했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출연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선물을 고르고 전하는 방식에 있다. 방송인 이수지는 산타클로스 분장을 하고 제니에게 향하고, 방송인 추성훈은 노홍철에게 함께 일본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덱스는 주변인을 이용해 정체를 숨기고 선물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빵 터지는’ 재미는 찾기 어렵지만, 잔잔한 감동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요즘 ‘선물’을 준다고 하면 카카오톡에 있는 선물하기 기능을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축하 메시지도 다 쓰여 있어서 세 번만 누르면 선물을 줄 수 있죠. 하지만 챙기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더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잖아요. 방송을 통해서 누군가를 생각하고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가격보다 얼마나 생각했는지가 중요한 거니까요.”
총 12화로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돼 총 3기에 걸쳐 출연자가 바뀐다. 1기로는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제공한 제니, 방송인 이수지, 추성훈 등이 출연했고 2기 출연진으로는 배우 고윤정, 정해인, 방송인 박명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3기에는 차태현, 박보영, 황광희 등이 출연한다. 기수별로 3~4회차 정도의 분량이다.
“방송사와 기획안 논의를 하는데 ‘출연이 어려운 사람들이 섭외됐으면 12화까지 내야지 왜 적게하냐’고 하더라고요. 방송 포맷상 같은 출연자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게 반복되는 게 어려울뿐더러, 출연진들끼리 진행하는 마니또 보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크릿 마니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최소 시크릿 마니또를 세 번 하자는 생각으로 세 기수를 꾸린 거죠.”

김 PD는 옴니버스식 연출의 효과로 ‘새로운 케미스트리의 발견’을 꼽았다. 김 PD는 “방송 출연으로 인연이 끝나는 게 아니라, 출연 기수가 일종의 소모임처럼 잘 뿌리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3월 중 기수 중 일부가 모인다는 소식을 전해줘서 카메라를 들고 가기로 했다. 이게 후속 방송이 될지 어떨지는 시청자들의 피드백에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화려한 라인업에 비해 시청률은 부진하다. 첫 회 전국 시청률 2.1%로 시작한 방송은 3회 1.3%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김 PD는 “제작자인 우리가 부족했나 하는 생각을 크게 하고 있다”면서도 “다행히 2기와 3기가 있기 때문에 최저점에서 올라갈 일만 남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김 PD는 “2기에서는 정해인씨가 진심으로 몰입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고윤정씨는 생각보다 털털한 성격에 박명수씨와 투샷이 정말 재미있었다. 기존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볼 수 있을것”이라고 밝혔다. 3기 출연자들에 대해서는 “박보영씨나 차태현씨의 경우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었지만, 섭외 사실을 비밀로 한 채 만나게 한 것”이라며 “이들의 관계성이 시크릿 마니또에서 빛을 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이제 끝물인 콘텐츠는 하지 말자고 생각해요. 남들보다 조금은 앞서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콘텐츠를 만드니, 앞으로도 저희 프로그램을 눈여겨봐 주셨으면 합니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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