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의 고상한 인터뷰] 1. 강원 청년들에게 물었다, 왜 서울이어야만 하는가?

박지윤 2026. 2. 2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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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윤의 고상한 인터뷰]

‘박지윤의 고상한 인터뷰’는 수준이 높고 품격 있다는 뜻의 ‘고상(高尙)하다’와 ‘고민 상담’ 인터뷰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은 기획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들을 하나의 ‘고민’으로 바라보고 인터뷰를 통해 그 속 이야기를 차분히 짚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주제는 ‘강원 청년들의 이탈’이다. 지역 소멸과 청년 유출 문제는 오래전부터 반복돼 온 사회적 과제다. 대학 졸업 시즌이다. 강원 지역에서 대학 생활을 보낸 학생들의 취업 희망 지역 선택이 강원의 미래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지역 살리기’를 국가 중점 전략으로 내세우며 수도권 집중 완화를 강조하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2026년부터 비수도권 내 청년들의 취업과 근속을 유도하고자 지방 우대 ‘청년 일자리도약 장려금’ 지원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수도권 청년들의 시선은 여전히 서울을 향하고 있다. 강원 출신, 강원도내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을 만나 “왜 서울이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들이 ‘서울행’을 선택한 이유와 현실을 들여다봤다.
▲ 지방과 서울을 비교한 이미지. AI 생성

■ 청년들에게 물었다, 왜 서울이어야만 하는가?

이윤지(24) 씨는 “단순히 서울이 좋아서라기보다 기회가 서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지방에는 청년을 충분히 수용할 만한 기업이 많지 않고, 직종 선택의 폭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서는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는 구조가 한정돼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울을 바라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비수도권이 청년들의 다양한 삶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점도 서울행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윤지(24) 씨는 “청년들은 단순히 거주하는 공간이 아니라 일하고 쉬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며 “대형 공연이나 다양한 전시 등 트렌디한 문화공간은 대부분 서울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영(25) 씨 역시 “문화생활을 좋아하는데 페스티벌이나 야구 경기, 영화 등 문화 콘텐츠는 서울에서 훨씬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며 “강원에서는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문화적 선택지가 적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강원에도 문화 콘텐츠는 존재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핵심은 단순한 존재 여부가 아니라 청년들이 실제로 선택하고 일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과 폭을 갖추고 있는지에 있다.

비수도권 청년들에게 충분한 선택지가 주어졌는지, 일상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지 등이 청년들에게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 문화생활을 즐기는 모습. AI 생성

부족한 교통 인프라 역시 청년들의 서울행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윤지(24) 씨는 “지방은 여전히 차량이 없으면 생활이 어려운 구조인 곳이 많다”며 “대중교통만으로 이동하기 불편한 환경에서는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청년들이 일상 전반에서 제약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은 차가 없어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도시”라며 “교통 접근성 측면에서도 청년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문제 역시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박수빈(25)·김희선(25)·김현웅(26) 씨는 공통적으로 “서울은 지방에 비해 채용 기회(TO)가 훨씬 많고 원하는 분야의 일자리를 찾기 수월하다”고 말했다. 김현웅(26) 씨는 “지방은 일자리의 다양성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 국토지리정보원 전국 백지도 활용, 제미나이 제작

‘서울이 아니면 소외되는 것 같다’는 심리적 압박 역시 청년들을 서울로 이끌고 있다.

박지훈(27) 씨는 “부동산과 인프라, 인구 등 거의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돼 있고 서울이 발전 속도도 가장 빠르다 보니 그 중심에 붙어 있고 싶다는 욕구가 크다”며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가는 순간 소외되고 뒤처지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시스템이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서울에 머물려는 욕구가 점점 더 커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청년들은 ‘기회’뿐 아니라 ‘중심에서 밀려날 것 같은 불안’ 때문에 서울을 선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 소멸 위기 극복과 청년 유출 방지를 내세우는 지방정부가 실제로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단순한 현금 지급이나 단기적 지원책이 과연 청년들의 지역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되묻게 된다.

성장 가능성과 삶의 터전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 지원이 아니라 ‘지방의 비전’이다. 서울과 비교해도 설득력 있는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 이동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강원 청년들이 굳이 서울행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분명한 점은 아직 청년들에게 강원은 ‘떠나야만 하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청년들은 여전히 강원을 좋아한다. 문제는 이곳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느냐다. 이제는 정말 강원도를 포함한 지방정부가 청년들의 외침에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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