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허용은 지극히 정당하다

기호일보 2026. 2. 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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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법학박사
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
2월 11일 법원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법)'이 여권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법안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국민의힘과 대법원은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판소원 허용은 야당과 대법원이 주장하듯이 과연 위헌이고 부당한 것인가?

 주지하다시피, '재판소원'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헌법소원'이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말미암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했을 때 당사자인 국민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기본권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공권력'에는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이 모두 포함된다. 말하자면,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은 국가권력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이를 구제하는 방편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1988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법을 만들 때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었다(제68조 제1항).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삽입함으로써 헌법소원의 대상에 입법권·행정권만 포함시키고 유독 사법권(법원의 재판)만을 제외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면 이처럼 사법권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어떤 논리적 근거가 있었던가? 별다른 논리적 근거도 없었고, 대법원의 위상이 헌법재판소의 위상보다 열위에 놓일 것을 우려해 대법원이 국회에 엄청난 로비를 해서 입법과정에서 이 문구를 삽입해 넣었다는 것이 당시 법제정 경과를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들의 통론이다. 즉,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견제되는 것을 피하고, 대법원이 기존에 누려온 기득권과 배타적 권위의식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본다. 생각건대,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는 것은 재판 영역에 대한 '헌법의 지배(통제)'를 거부하는 것이므로 법치주의(법의 지배)를 부정하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독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헌법소원제도는 입법권·행정권보다 사법권을 헌법의 통제 하에 두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다. 즉, 재판소원은 헌법소원제도의 핵심내용이다. 따라서,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사법권(법원의 재판)을 배제하고 입법권과 행정권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는 '속 빈 강정',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우려가 크다, 헌법소원제도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기본권 구제에 큰 사각지대가 생기게 되고 실효성도 반감된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의 허용은 위헌이라고 주장한다(헌법 제101조 제1항·제2항 위반). 그런데, 이 규정은 (입법권은 국회에, 행정권은 정부에 속하듯이)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는 3권분립 원칙을 확인적으로 규정한 것뿐이다. 또한, 헌법은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관한 규정을 각기 제5장, 제6장에서 별도로 두어 일반재판과 헌법재판을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마치 일반재판뿐 아니라 헌법재판에 대해서도 최종심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요컨대, 재판소원 허용 여부는 '기관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정해져야 한다. 재판소원의 허용은 기본권 구제의 폭을 넓히는 효과가 있으므로 국민에게 분명히 이익이 된다. 따라서, 대법원은 "4심제가 된다", "소송지옥이 된다"는 등의 허위 또는 과장된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왜 '재판만 헌법의 통제에서 벗어나야 하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대법원은 "소송비용만 과다 지출하게 하는 희망고문이 된다"고 주장하는데 이 또한 과도하다(재판소원은 특별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만 허용될 예정이다). 국가로부터 위헌적인 기본권 침해를 당하더라도 "그냥 참고 견뎌라. 돈이 아깝지 않으냐?"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는 기본권 구제수단인 헌법소원제도의 본질과 취지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시간·비용의 추가적 소요를 감수하더라도 기본권 침해를 구제받으려는 국민이 있다면 다툼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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