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트럼프 새 글로벌 관세 주시하며 美자극 자제
상호관세는 패소했으나 다양한 대통령 권한 있어
재협상 주장 등 “트럼프 자극하면 배로 당할 수도”
일부 日 기업은 관세 환급 소송 제기 등 후속 조치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한 것과 관계없이 지난해 무역 합의 당시 약속했던 5500억달러(약 797조원) 대미 투자를 이행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미 대법원 판결이 미국과 맺은 무역합의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자극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자칫 트럼프를 자극하면 배로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일본은 최근 총 360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가스 화력발전, 석유·가스 수출 시설, 합성 다이아몬드 제조 등을 1호 투자 프로젝트로 확정한 데 이어 2차 사업 선정에 착수한 상태다.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는 “일본에도 이익이 있는 것을 (투자 프로젝트로) 선정했다”며 미국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투자를 실시할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에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까지 일본산 제품에 15% 상호관세를 부과해 왔다. 일본산 자동차에는 15%의 품목관세를 물려왔다. 이와 별개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는 50% 관세 등을 추가 징수했다.
미국 대법원이 위법이라고 결정한 것은 상호관세이며,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세계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가 이 관세를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입장에서는 이론적으로 기존 상호관세와 차이가 없게 된 셈이다.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일본 정부는 미국 대법원 판결에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정권은 얼마 안 있어 (관세를) 원래 세율로 되돌리려 한다”며 새로운 관세 조치 근거를 만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산케이신문도 일본 정부가 일단 추이를 조용히 관망할 것으로 관측하면서 “판결에 반발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체 수단으로 고관세 정책 유지를 표명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한다면 배로 당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일본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협상 등을 요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핵심 대미 수출품인 자동차 관세를 대폭 올릴 가능성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기업이 기존 상호관세로 부담해야 할 액수는 연간 2조9000억엔(약 27조원)이고, 자동차·부품 관세 부담액은 2조6000억엔(약 24조3000억원)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내달 중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는 점도 일본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조처를 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경제 안보 등을 고려해 미국과 관계 강화를 우선시하며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치카와 게이이치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만나 미일 정상회담을 위한 양국 간 조율을 이어갔다.
한편, 일본 기업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관련된 정보 수집을 서두르면서 이미 지급한 상호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를 면밀히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기업 중에는 가와사키중공업, 도요타통상, 리코 등 최소 10곳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상호관세 환급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닛케이가 전했다.
이 신문은 “관세가 환급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기업에는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소송에 동참하는 일본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미국 대법원이 이미 징수된 상호관세에 대한 환급 여부를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앞으로 5년 동안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소송전이 순탄하게 흘러갈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대법원 판결로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가운데 불만을 품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 조치를 계속해서 강구할 경우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견해도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하지만 구노 아라타 아시아대 교수는 많은 일본 기업이 트럼프 정권의 불안정한 관세 정책이 미칠 영향을 이미 산정한 상태여서 큰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닛케이에 밝혔다.
아사히는 이날 사설에서 “일본 정부는 움직여야 한다”며 “일본 기업에 대한 환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5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포함한 미일 합의도 전제가 흔들린 이상 내용을 다시 정확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은규 기자 ekyo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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