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500만 관객 ‘왕사남’ 엄흥도 추모 비석, 마을선 천덕꾸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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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는 서원과 비석이 울산에 있다.
강원도 영월에서 단종 주검을 수습한 뒤 숨어지낸 그의 후손이 울산에 머문 흔적인데, 최근 마을에서는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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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는 서원과 비석이 울산에 있다. 강원도 영월에서 단종 주검을 수습한 뒤 숨어지낸 그의 후손이 울산에 머문 흔적인데, 최근 마을에서는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하작마을. 좁은 골목을 따라 마을 안쪽 다다르면 산을 등지고 선 건물을 볼 수 있다. 번듯하게 새로 지은 집과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집이 드문드문 들어선 한적한 마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이다. 대문 옆 비각에는 두 비석이 나란히 서 있다.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는 원강서원과 증공조참판 엄공 원강서원비, 이후 엄흥도가 공조판서 벼슬을 받은 것을 기록한 비다.

엄흥도는 왕위를 빼앗긴 뒤 강원도 영월로 유배된 단종이 숨지자 그의 주검을 수습한 인물이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배우 유해진이 맡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엄흥도와 그 후손은 화를 피해 신분을 숨기고 지역을 떠돌며 숨어지냈다. 정확한 행적은 드러나지 않지만, 충남 공주, 경북 군위(현재 대구)·경주 등을 거쳐 울산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은둔 생활은 단종이 복위하고, 엄흥도의 공을 인정받아 후손이 등용되기까지 200여년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당시 울산 울주군 온산읍 화산리 산성마을에 모여 살던 엄흥도의 후손은 1799년 사당인 원강사(온산읍 대정리)를 세워 제사를 지냈다. 1817년 원강서원으로 승격됐고, 순조 20년(1820년)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는 비가 만들어졌다. 비문은 홍문관 제학을 지낸 조진관이 짓고, 동부승지 이익회가 글씨를, 이조판서 이조원이 앞면의 비 이름을 썼다고 한다. 사각받침돌 위에 비몸을 세우고 지붕돌을 올린 비석은 강화도에서 뱃길로 옮긴 돌로 만들었다고 알려진다.
1833년 엄흥도가 다시 공조판서로 증직된 것을 훗날 후손이 비석에 새겨 나란히 세웠다.
원강서원과 비는 1994년 온산읍 일대에 온산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지금의 삼동면 둔기리 하작마을로 옮겼다. 영월엄씨 문중은 온산읍 직전에 살던 삼동면 금곡마을과 가까운 곳으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금곡마을에는 여러 묘소도 남아있다고 한다. 선대의 발자취를 거슬러 다시 터를 잡은 것이다. 하작마을과 금곡마을은 약 3㎞ 거리다. 1998년 10월 ‘증공조참판 엄공 원강서원비’는 울산시 지정 문화유산이 됐다.

하지만 원강서원비의 의미는커녕 울산에 있다는 것조차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골칫거리 취급까지 받고 있다.
삼동면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지난해 초 원강서원비를 울산박물관 등으로 이전해달라는 집단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은 문화유산 주변 500m를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정하고 과도한 개발행위 등을 제한하고 있다. 소유주인 영월엄씨 문중이 난색을 보이면서 더는 논의되지 않았다.
엄주홍 영월엄씨충의공후손울산종중 회장은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현재 위치는 문중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고, 훼손 우려 탓에 비석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최근 영화의 인기로 역사적인 관심도 커지고 있는 만큼 원강서원비도 따뜻하게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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