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연의 요리조리] 같은 명절 다른 음식… 팔도강산별 차례상
정래연 2026. 2. 22. 13:48

설 연휴가 지나고 냉장고 안이 명절 음식으로 가득 찼다. 떡국, 나물, 전, 갈비 등 익숙한 음식들이다. 우리 집 차례상과 옆집 차례상에 같은 음식이 올라갔을까? 같은 날, 같은 명절을 보냈지만 차례상 위 음식은 지역마다 다르다.
팔도강산따라 제사음식도 천차만별
차례상은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을 올리는 것이 기본이었다. 내륙이냐 해안이냐 산간이냐 에 따라 재료가 달라지고, 그 안에 지역의 역사와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 형편과 자연환경이 만들어낸 음식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경기도 통북어·녹두전
경기도 설 차례상에는 통으로 구운 북어가 올라간다. 예로부터 바다와 거리가 먼 내륙 지역에서는 생선 대신 말린 명태인 북어를 차례상에 올리기 시작했다. 오래 보관할 수 있고 구하기도 비교적 수월했던 북어는 자연스럽게 경기도 차례상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녹두전도 빠지지 않는 단골 차례 음식이다. 배추김치를 물에 씻어 물기를 꼭 짜고, 데친 고사리를 넣어 부친 녹두전은 구수하고 든든한 맛으로 명절 상차림의 중심을 잡아준다. 나물은 고사리, 도라지, 무나물 또는 시금치나물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강원도
강원도는 한 지역 안에서도 차례상이 두 가지로 나뉜다. 산간지대에서는 바다와 거리가 먼 만큼 감자, 고구마, 산나물이 차례상의 주인공이다. 척박한 땅에서 나는 재료지만 정성을 담아 상을 차렸다. 반면 동해와 맞닿은 영동 지역에서는 가자미, 명태, 대구, 문어 등 신선한 해산물이 차례상 위에 풍성하게 오른다. 같은 강원도 안에서도 태백산맥을 경계로 전혀 다른 차례 음식 문화가 펼쳐지는 셈이다.

계란이불 덮은 닭한마리… 충청도 계적(鷄炙)
충청도 차례상에 올라가는 독특한 음식이 있다. 통째로 삶아낸 닭 위에 달걀지단을 고명으로 얹은 ‘계적’이다. 원래는 꿩고기를 올리던 풍습이었다. 그러나 꿩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꿩 대신 닭’이라는 말처럼 닭고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고, 이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져 충청도만의 차례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닭 한 마리가 부담스러울 경우 달걀로 대신하는 집도 있다. 또 충청도는 경기, 전라, 경상도와 인접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다른 지역 음식 문화의 영향을 두루 받아 차례 음식의 종류가 가장 다양한 편이기도 하다.
전라도 차례상에는 홍어찜·닭장 떡국
전라도에서 유명한 음식이 있다. 흑산도 홍어다. 신안군에서도 흑산도는 유일하게 홍어찜을 차례상에 올린다. 흑산도 홍어는 설 즈음이 맛이 가장 좋아 명절 차례상에 오르기에 제격이다. 전라도에서는 병어, 살짝 데쳐 올리는 꼬막, 양념해 화롯불에 구워낸 낙지도 차례상에 올라간다. 화순 춘양에서는 쑥떡과 조청을 준비하기도 한다. 떡국도 다르다. 설의 대표 음식인 떡국을 전라도에서는 닭 육수로 끓인 ‘닭장 떡국’으로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바다랑 가까운 경상도… 돔배기·문어 빠질수 없다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는 명절 차례상에 빠질 수 없는 필수 음식으로 ‘돔배기’를 꼽는다. 돔배기는 상어고기를 토막 내어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것으로, ‘토막 고기’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독특한 식감과 짭조름한 맛이 특징이다. 또 안동에서는 문어가 차례상의 상징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어는 예로부터 귀한 식재료로 여겨져 조상께 올리는 정성의 표현이었다.
쌀농사 어려운 제주도엔 보리떡·빵
제주도는 화산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벼농사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차례상에도 쌀떡 대신 보릿가루에 누룩과 설탕을 넣어 만든 보리떡을 올렸다. 육지와 다른 재료, 다른 방식으로도 조상을 기리는 마음만큼은 같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후의 변화다. 제빵 기술이 발달하고 빵이 대중화되면서 제주도 일부에서는 차례상에 보리떡 대신 빵을 올리기 시작했다. 전통이 현대와 만나 자연스럽게 변화한 사례로, 제주 차례 문화의 유연함을 보여준다.
재료는 달라도 조상을 기리고 온 가족이 함께 모이고자하는 마음은 같다. 지역마다 다른 차례상은 그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지혜가 담긴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올해 설을 보내고 냉장고 안에 남겨진 명절 음식을 꺼내 먹으며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정래연 기자 fodus020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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