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번호 방심하면 당한다…피싱 중계기 설치 중국인 ‘실형’

인터넷 전화번호(070)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인 '010'으로 바꾸는 보이스피싱 장비를 제주 숙박업소에 설치한 중국인이 실형에 처해졌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오창훈 부장)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A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13일 오후 6시 43분쯤 제주시의 한 모텔에 번호 조작 중계기를 설치해 국내 이동통신망 전화번호 유심이 삽입된 휴대전화와 연결되도록 한 혐의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해외 인터넷 전화를 국내 이동통신망과 연결해 '070'을 '010'으로 표시되도록 하는 통신장비를 제주에 설치한 것이다.
피싱 조직원이 해외에서 인터넷 전화를 활용해 피해자와 통화를 시도할 경우 먼저 가상사설망(VPN) IP를 통해 국내 유심이 삽입된 휴대전화에 접속된다.
이후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연결된 '변작 중계기'를 거쳐 최초 번호인 '070'은 '010'으로 변경돼 발신이 이뤄지고 결국 피해자는 '010'이 표시된 전화를 받게 된다.
해외 원격 통신이지만 국내에서 전화를 건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A씨는 이 같은 변작 중계기를 국내 설치, 관리하는 '중계기 관리책'을 맡아 달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제안을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숙박업소 침대 헤드와 벽면 사이 중계기를 설치, 국내 유심 휴대전화에 연결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은 총 7대의 휴대전화로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처해졌고 항소심에서도 유지된 형량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모텔에 중계기를 설치하는 금융사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 죄가 무겁다"고 판시했다.
한편, 보이스피싱 조직은 범행 전체를 총괄하는 '총책' 아래 각자 역할을 맡은 조직원들이 있다. 이들은 붙잡힐 것에 대비해 세분화된 역할을 수행하는 고도의 점조직 형태를 띤다.
총책 바로 아래에는 지시를 받고 내부 조직원을 관리하며 기망 수법과 현금 수거 방법 등을 교육, 지시하는 '관리책'이 있다. 또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기관이나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거짓말로 피해자를 기망하는 '유인책' 및 '콜센터'가 존재한다.
이어 범행에 이용할 대포계좌와 유심 등을 확보하는 '모집책', 피해자에게 갈취한 돈을 인출하거나 수거하는 '인출·수거책', 돈을 다른 계좌로 무통장 송금하는 '송금책', A씨와 같이 전화번호를 조작하는 '중계기 관리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