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 메탄올서 '열일'하는 슈퍼균주 등장
적응형 진화로 메탄올 내성·증식력 극복
핵심 유전자 변이 규명, 효율적 생합성 실현
C1 바이오 리파이너리, 탄소중립 산업 견인
[지데일리] 고농도 메탄올 속에서 기존 미생물보다 1.7배 빠르게 증식하는 '슈퍼 균주'가 탄생했다. 이 혁신은 석유화학 산업을 뒤흔들 잠재력을 지녔다.

석유화학 산업은 오랜 기간 화석 연료에 의존해왔다. 플라스틱 원료나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존 리파이너리는 환경 오염과 자원 고갈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른 C1 바이오 리파이너리는
탄소 한 개짜리(C1) 가스, 특히 메탄올을 미생물에 공급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다. 메탄올은 천연가스, 바이오매스, 이산화탄소 포집에서 쉽게 생산되며 가격이 저렴하고 액체 상태로 운송·저장이 편하다.
그러나 고농도 메탄올은 미생물에게 치명적 독이다. 세포막을 붕괴시키고 포름알데하이드 같은 독성 중간체를 생성하며, 메티오닌 합성 효소가 메탄올을 오인해 메톡신이라는 불량 단백질 원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일반 균주는 1% 농도만 넘어도 성장이 멈춘다. 이로 인해 산업 공정은 희석된 저농도 메탄올만 써야 했고, 생산 비용이 치솟았다.
김동혁 교수팀은 이 난제를 '적응형 진화(ALE)'로 풀어냈다. 야생형 Methylobacterium extorquens AM1 균주를 0.5% 메탄올 배지에서 시작해, 적응할 때마다 0.25%씩 농도를 높이며 4개월간 800세대를 연속 배양했다.
살아남은 균만 선별해 재배양하는 과정이다. 결과적으로 2.5% 고농도에서도 야생형보다 1.68배 빠른 증식 속도의 진화 균주(Am01 등)를 얻었다.
이 슈퍼 균주의 유전체와 전사체를 분석한 시스템 생물학 접근은 핵심 돌연변이를 밝혀냈다. metY 유전자 변이는 메티오닌 합성 효소의 부반응을 막아 메톡신 생성을 억제한다.
kefB 유전자 변이는 칼륨 펌프 기능을 잃어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막고, 산화 스트레스 방어와 단백질 합성을 강화한다. 재현 검증에서 두 변이를 동시에 도입한 균주는 최적 성능을 보였다.
이 연구는 단순한 균주 개발을 넘어 유전적 설계도를 제시한다. 제1저자 이규민 연구원은 "유전자 가위(CRISPR 등)로 변이 정보를 바로 적용하면, 긴 진화 과정 없이 대량 생산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동혁 교수는 "바이오 플라스틱, 유기산 생산 공정에서 단가를 낮추고 수율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Biological Engineering'에 2026년 1월 12일 게재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C1 가스 리파이너리 사업 등 지원으로 이뤄졌다.
이 기술의 파급 효과는 크다. C1 바이오 리파이너리는 이산화탄소 재활용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석유 의존도를 낮춘다. 한국처럼 자원 빈국인 국가에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며, 바이오파운드리와 결합해 맞춤형 미생물을 양산할 수 있다.
포름알데하이드나 유기용매 같은 다른 스트레스 환경에도 적용 가능해 화학·제약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메탄올 기반 생산을 확대 중이며, 이 균주는 상용화 속도를 가속할 촉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도전도 남아 있다. 고농도 공정 안정화, 대규모 발효 최적화, 제품 순도 향상이 필요하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이 이 기술을 바탕으로 파일럿 플랜트를 구축하고, 국제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2030년까지 C1 바이오 리파이너리가 석유화학의 20%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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