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배의 그림 읽기] 어른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야

기호일보 2026. 2. 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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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앤 나이가 몇이냐? 형제들은 몇이지? 아버진 돈을 얼마나 버니?" 어른들은 기껏 이런 질문들로 그 친구에 대해 죄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른들에겐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편이 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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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성, 도시산책자-별, 2025, 61×50㎝, 캔버스 위에 안료.아크릴.오일파스텔
"그 앤 나이가 몇이냐? 형제들은 몇이지? 아버진 돈을 얼마나 버니?" 어른들은 기껏 이런 질문들로 그 친구에 대해 죄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 그래서 어른들에겐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편이 나아요. "나는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중에서)

"아빠, 이젠 돈 걱정 그만해." 큰 아이가 대기업에 합격하고 제일 먼저 건넨 말이었어요. 그리고 작은 아이는 "이제 한시름 놨지?"하더군요. 아이의 성취가 대견스럽고 부모를 이해하는 마음이 고마웠죠. 동시에 아이들이 부모의 가난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구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이제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싶었죠. 정년퇴직을 하고 연금소득만으론 어림도 없는 형편이지만 재취업하지 않고 공부하고 글쓰고 강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한 번뿐인 인생인데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다행이라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고 불안한 건 그 일을 통해 얼마의 소득을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현실이죠. 그러면서도 나의 능력, 다른 사람과 비교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만약 이를 크게 의식한다면 한없이 초라해지고 결국엔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은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거든요. 아이들한테 부끄럽지 않게 선택한 길을 더 열심히 가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어린왕자에게, 어른들의 모습에 여전히 실망이 크구나. 기억나니? 나도 학창시절에 너의 이야기를 처음 듣고 크게 공감했던 거. 그런데 어른이 되고 가정을 꾸려가면서 숫자에서 자유롭기란 너무나 어렵더구나. 그것은 현실이고 실존의 문제이니까. 마음 한편에선 그런 삶을 거부해 보지만 곧 무너지곤 한단다. 그러니까 어른도 그렇게만 흘러가는 삶을 즐기는 건 아니란다. 그리고 숫자, 경쟁, 비교보다는 나를 찾고 나름의 가치를 꿈꾸며 사는 어른들도 많단다. 네가 이 별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김성배 미술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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