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도 뽑아도 3개월이면 무성…잡초를 ‘의약품 공장’으로 만든 역발상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6. 2. 2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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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이 길가의 잡초로 잦은 공급 부족을 겪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제 원료를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김상규 생명과학과 교수와 박순주 경상국립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까마중'이란 잡초를 스테로이드계 의약품의 핵심 원료인 '디오스게닌'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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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경상국립대 연구팀 성과
잡초 ‘까마중’에 유전자가위 접목해
스테로이드 호르몬제 원료 대량생산
까마중은 검고 둥근 열매가 승려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jam343/위키피디아]
국내 연구팀이 길가의 잡초로 잦은 공급 부족을 겪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제 원료를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이 원료는 이전에 재배에 수년이 걸리던 ‘마’에서 주로 추출했다. 잡초는 재배에 3개월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아 빠른 원료 공급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김상규 생명과학과 교수와 박순주 경상국립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까마중’이란 잡초를 스테로이드계 의약품의 핵심 원료인 ‘디오스게닌’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디오스게닌은 소염제와 가려움증 치료제, 피임약 등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제의 합성 원료로 활용된다. 현재 주로 마의 뿌리에서 추출한다.

스테로이드계 의약품 수요가 계속 늘고 있지만, 마는 수확까지 수년이 소요되고 유전자 조작이 어려워 생산량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김상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와 박순주 경상국립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까마중’이란 잡초를 스테로이드계 의약품의 핵심 원료인 ‘디오스게닌’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KAIST]
연구팀은 까마중에 주목했다. 검은 열매 모양이 까마귀 눈을 닮은 까마중은 독성 스테로이드 성분인 ‘솔라소딘’을 생성한다. 이 물질이 디오스게닌과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며, 까마중의 한 세대가 약 3개월로 짧고 유전자 조절이 용이하다는 점에 연구팀은 주목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까마중의 특정 유전자인 ‘게임4’를 교정했다. 이를 통해 독성 성분으로 이어지는 대사 경로를 차단하고, 대신 디오스게닌이 생성되도록 대사 흐름을 전환했다. 잎 조직에서 반응을 조절하는 ‘게임25’란 유전자를 추가로 억제해 열매와 잎 모두에서 디오스게닌 축적량도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까마중의 녹색 열매에서 기존 산업용 원료 식물인 마와 유사한 수준의 디오스게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S 유전자 변이’도 적용했다. S유전자는 식물의 꽃대 형성을 조절하는 유전자로, 발현양 조절을 통해 한 개체당 열매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진사진. 좌측부터 김상규 KAIST 교수, 임종부 박사. [사진=KAIST]
김상규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잡초가 지닌 고유한 대사 경로를 정교하게 재설계해 고부가가치 약용 성분을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스테로이드 의약품 원료를 보다 안정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확보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식물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랜트 바이오테크놀로지 저널’에 지난달 16일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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