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미 투자 전략 시험대…‘1호 프로젝트’ 어디로[관세 리셋 쇼크]

정진용 기자 2026. 2. 22. 13:1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상호관세 제동'에 통상 압박 무게추 대미 투자로
발 빠른 日 '1호 프로젝트' 확정… 3500억불 약속한 韓은 '고심'
"트럼프 분노 사지 않게끔 선제적으로 나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을 내렸다. 관세라는 직접적 수단의 법적 근거가 흔들리며, 트럼프 행정부의 전세계 통상 압박 무게추가 대미 투자같은 비관세 수단으로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선제적 투자에 나선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1호 프로젝트' 확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의 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 무효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미국과 맺은 550억 달러(약 760조 원) 대미투자 약속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섣불리 움직마이니치 신문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본 정부가 투자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위법 판결에도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일단 기존 일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미 연방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대미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기존 합의를 수정하려고 시도한다면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판결 이전부터 미국의 인공지능(AI) 전력 수요 급증에 맞춘 약 330억 달러(약 46조 원) 규모의 가스발전 투자를 1호 프로젝트로 확정 지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방미 일정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투자 로드맵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은 3500억 달러라는 역대급 대미 투자 규모를 약속해 놓고도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AI 등 여러 후보군 사이에서 '한국판 1호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뾰족하게 확정하지 못했다. 동맹국 간 투자 경쟁이 강화되는 가운데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앞으로 관세보다 실제 투자 협력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보따리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풀어낼지가 향후 한미 경제·안보 동맹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 산업 요구에 부합하면서도 우리 국익과 주도권을 극대화할 수 있는 '1호 프로젝트'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우리나라 대미 주요 수출품목은 IEEPA 관세가 아닌 품목관세 대상에 해당해 이번 판결의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되나 상황 반전을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강경조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수출의 주력인 자동차나 철강은 무역확장법 232조 등 별도의 품목관세 영향을 받으므로 이번 대법원 판결로 얻는 직접적 실익은 없다"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당장 24일부터 전 세계에 10%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가 또다시 이를 15%로 올렸다.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만 극도로 커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 교수는 한국이 섣불리 관세 판결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이 맺은 대미 합의안(팩트시트)에는 관세 문제뿐만 아니라 핵잠수함 획득, 원자력 협정 개정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굵직한 현안들이 한꺼번에 패키지로 묶여 있다"고 짚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기존 합의를 흔들려 하거나 대미 투자 결정 속도에서 일본 등 경쟁국보다 자꾸 늦는다는 인상을 주면 트럼프의 분노를 사 외교·안보적 합의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미국 법원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선제적 조치와 과감한 투자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