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서 B급 드라마? 짧아야 더 오래 봐!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까지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들이 쇼트폼 드라마 제작에 나섰다. 신인 감독과 배우들의 무대이자 ‘비(B)급’ 콘텐츠 정도로 여겨졌던 쇼트폼 드라마가 이제는 유명 감독과 배우, 메이저 배급사까지 뛰어들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커졌다.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 운영사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일 쇼트폼 드라마 전문 플랫폼 레진스낵을 출시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레진스낵은 자체 제작 작품과 소싱 작품을 기반으로 다채로운 쇼트폼 드라마 콘텐츠들을 제공할 예정이다. 가장 주목받는 작품 중 하나는 이병헌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애 아빠는 남사친’이다. 지난 4일 공개된 ‘애 아빠는 남사친’은 갑작스럽게 임신을 하게 된 제아가 ‘남자 사람 친구’인 구인에게 아이의 아빠가 되어달라는 황당한 제안을 한 뒤, 공동육아로 시작된 두 사람의 로맨스를 그린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이 살아 있는 대사와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에서 오는 재미,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재기발랄함을 만날 수 있다. 프로듀서 그레이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레진스낵에선 영화 ‘왕의 남자’(2005), ‘사도’(2015), ‘동주’(2016) 등으로 유명한 이준익 감독의 연출작도 공개될 예정이다. ‘아버지의 집밥’이라는 제목으로, 아내가 사고 뒤 ‘요리 백지증’에 걸리면서 남편이 집밥을 담당하게 되는 이야기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배우 정진영, 이정은, 변요한이 출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제작사와 배급사, 오티티(OTT) 플랫폼도 하나둘 쇼트폼 드라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우선 국내 4대 영화 배급사 중 하나인 쇼박스가 올해 상반기 쇼트폼 드라마 ‘브라이덜샤워: 사라진 신부’와 ‘망돌이 된 최애가 귀신 붙어 찾아왔다!’를 공개한다. ‘브라이덜샤워: 사라진 신부’는 결혼식 이틀 전 브라이덜 샤워를 끝낸 뒤 사라진 신부를 찾아나서는 세 친구의 코믹 추적 스릴러다. ‘망돌이 된 최애가 귀신 붙어 찾아왔다!’는 가수를 꿈꿨던 여고생 귀신에 빙의해 완벽한 재능을 얻게 된 한 무명 아이돌과 그의 오랜 팬이자 무당의 로맨스를 그린다.
케이티(KT) 스튜디오지니는 지난 1월 쇼트폼 드라마 ‘청소부의 두번째 결혼’과 ‘자만추 클럽하우스’를 공개하며 글로벌 쇼트폼 드라마 플랫폼인 ‘드라마박스’와 ‘릴숏’에서 각각 인기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배우 박한별과 고주원이 주연을 맡은 ‘청소부의 두번째 결혼’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았던 쇼트폼 드라마 ‘50세는 아닙니다’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공개와 동시에 드라마박스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케이티 스튜디오지니는 지난해 4월 ‘쇼트폼 전문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선언하고 7월에는 드라마박스와 협력해 쇼트폼 드라마 극본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앞서 티빙은 지난해 8월 ‘티빙 쇼트 오리지널’을 공식 론칭한 바 있다. ‘티빙 쇼트 오리지널’은 티빙이 직접 기획과 제작을 해 독점 제공하는 1∼2분 분량의 쇼트폼 콘텐츠로, 간결한 전개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까지 다양한 장르의 쇼트폼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처럼 유명 감독과 배우, 배급사, 제작사, 오티티까지 참여하며 쇼트폼 드라마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의 분석을 보면, 쇼트폼 드라마의 전세계 수익 규모는 2023년 50억달러(약 7조원) 수준에서 2030년까지 260억달러(약 37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벤처스 자체 분석을 보면, 국내 쇼트폼 드라마 시장 규모 역시 2024년 기준 약 6500억원대로 추산된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유튜브 콘텐츠 등을 쇼트폼으로 쪼개서 소비하는 방식이 보편화된 것 또한 이런 변화를 만들어낸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국 10살 이상 국민 65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 콘텐츠 이용 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의 절반 이상(58.6%)이 쇼트폼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쇼트폼 시청의 가장 큰 이유로 ‘짧아서 부담이 없다’(76%)고 답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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