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광고]새우깡, '손이 가게' 만든 또 다른 비결

윤서영 2026. 2. 2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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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가사·멜로디…대표 CM송 자리매김
비·케데헌 등 유행 반영한 광고로 세대 확장
스낵 네이밍 새 기준…'농심=깡' 공식 굳혀
/그래픽=비즈워치
[그때 그 광고]는 우리나라 식품유통업계의 광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광고들을 소개하고 그 뒷 이야기들을 펼쳐보는 콘텐츠입니다. 꼴찌 브랜드를 단숨에 1위로 만든 '최고의 광고'부터 잘 나가던 브랜드의 몰락을 불러온 '최악의 광고'까지, '광고의 정석'부터 '광고계의 이단아'까지. 우리의 인상에 남았던 여러 광고 이야기를 나눠 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추억의 광고는 뭔가요? 혹시 이 광고 아닌가요.[편집자]

"손이 가네"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 가. 언제든지 새우깡 어디서나 맛있게 누구든지 즐겨요 농심 새우깡.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새우깡이 출시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국민 스낵'으로 자리잡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한 번만 들어도 따라 부르게 되는 가사와 경쾌하면서도 중독성이 강한 멜로디가 결합된 바로 이 CM송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새우깡은 1971년 농심이 출시한 국내 최초의 스낵입니다. 당시 스낵은 균일한 모양과 맛, 바삭한 식감을 구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도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선 만들 수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새우깡 출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달달하게 구운 비스킷이나 밀가루의 수분을 제거한 건빵, 설탕을 버무린 캔디 등이 간식의 전부였죠.

/사진=농심 새우깡 브랜드 홈페이지

새우깡은 이런 환경 속에서 등장한 만큼 이례적인 제품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기름에 과자를 튀기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식물성 기름인 팜유를 뿌린 후 가열된 소금의 열을 이용해 굽는 '파칭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짭짤함과 고소한 맛을 동시에 잡은 것이 특징입니다. 이를 위해 농심 개발부서 담당자들이 기계 앞에 가마니를 깔고 잠을 자며 연구에 몰두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죠.

덕분에 새우깡은 출시 초기부터 시장을 선도했습니다. 실제로 새우깡은 출시 첫 해 20만 박스에서 이듬해 425만 박스로 판매량이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농심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일시적인 히트 상품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CM송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합니다.세대 불문

이에 따라 새우깡 출시 17년째인 1988년 농심은 내부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CM송 제작을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TV 보급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던 시기인데요. 제품의 가벼움과 일상성, 반복 소비의 특성을 CM송에 그대로 녹여내 '기억 속에 각인 시키는 노래'를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특히 멜로디만큼이나 직관적이고 단순한 가사가 핵심인데요. 농심은 3~4음절의 짧은 문장들을 통해 광고를 보는 것을 넘어 누구든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아이 손, 어른 손'과 '언제든지, 어디서나'라는 표현을 활용해 소비 계층과 상황을 무한대로 확장시켰습니다. 특정 연령대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전 국민을 타깃으로 한 메시지죠.

/사진=농심 제공

이 때문에 초기 TV 광고는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일상 장면을 중심으로 전개됐습니다. 가족과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새우깡을 손으로 집어 먹으며 웃거나 즐거워하는 모습을 통해 '함께 먹는 스낵'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했는데요.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기보다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광고 전략이었습니다.

모델 효과 역시 컸습니다. 1998년에는 당시 인기 걸그룹이었던 S.E.S가 CM송을 불러 한 차례 화제를 모았고요. 이후 고(故) 방송인 송해, 배우 이종석 등 당대 인지도가 높은 스타들이 모델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했던 이종석을 기용한 2013년에는 새우깡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0% 넘게 증가했습니다.장수 브랜드의 힘

최근 소비자들이 새우깡하면 기억하는 광고 모델은 단연 가수 겸 배우 비일텐데요. 농심은 2020년 비의 노래 '깡'이 뒤늦게 온라인에서 밈으로 재조명되며 역주행하자 비를 새우깡 광고 모델로 발탁했습니다. 과거의 유행을 소비하는 'B급 감성' 트렌드를 기민하게 포착해 브랜드와 연결시킨 전략적 선택인 셈이죠.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비의 새우깡 광고는 공개 직후 온라인에서 큰 화제성을 확보했고, 젊은 소비층 유입도 뚜렷하게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0년 새우깡 매출은 976억원으로 1년 전(811억원)보다 20.3% 늘었습니다. 기존 중장년층의 충성도를 유지하면서도 MZ세대와의 접점을 넓히는 세대 확장이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지식재산권(IP)과의 콜라보 역시 주목할 부분입니다. 농심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사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를 모으며 젊은 세대의 호응을 이끌었습니다. 이에 따라 새우깡은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스낵 매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2위인 오리온의 포카칩과 비교해도 30억원 이상 차이가 납니다.

농심 깡 스낵 5종 제품./사진=농심 제공

새우깡이 히트한 이후 변화도 적지 않습니다. 농심은 스낵 제품에 '깡'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감자깡', '양파깡', '고구마깡', '옥수수깡', '먹태깡' 등을 시리즈로 출시했죠. 이 때문에 이제는 '~깡'하면 대다수의 국민들이 농심의 스낵을 연상할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브랜드 네이밍이 개별 상품을 넘어 하나의 카테고리 언어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무심코 집어드는 스낵의 힘은 광고에서부터 출발했을지 모릅니다. '손이 간다'는 단순한 문장이 한 세대의 기억을 넘어 또 다른 세대로 전이되고 있으니까요. 반복되는 노래와 세대 간의 공유할 수 있는 기억, 시대에 맞춰 진화하는 전략이 함께할 때 비로소 '장수 브랜드'는 완성됩니다.

윤서영 (s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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