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별손보 인수전, 하나금융·한투금융의 다른 계산법
한투, 연이은 실사 속 ‘간보기’ 행보…이번엔 승부수 던지나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MG손해보험 부실 처리를 위한 가교보험사인 예별손해보험 인수전이 본격화됐다. 하나금융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 등 3곳이 예비인수자로 선정된 가운데 시장에선 하나금융과 한투금융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들의 참전이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은 이미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고, 한투금융은 매물로 나온 다른 보험사 실사를 진행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예별손보 정상화를 위해선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도 변수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지부진한 실적에 3년 만에 인수전 참여
예금보험공사는 1월30일 예별손보 공개 매각 예비입찰에 참가한 하나금융그룹, 한국투자금융지주, JC플라워 등 3개사를 예비인수자로 선정했다. 이들 3개사는 3월초까지 예별손보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다. 예보는 실사 종료 후 3월말 본입찰에 나설 계획이다.
예보는 2022년 4월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된 이후 다섯 차례 공개 매각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연이은 매각 실패로 청산 위기에 처하자 금융위원회는 예보가 전액 출자하는 방식으로 MG손보의 자산·부채를 이관받는 가교보험사 예별손보를 설립했다. 이후 5대 대형 손보사가 기존 계약을 이전받는 방식으로 청산을 준비했지만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재매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6번째 매각 절차의 막이 오른 가운데 과거 매각 시도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예보는 예별손보를 출범하면서 고용 승계 인원을 기존 대비 약 54% 수준으로 낮추고 고용 형태는 1년 계약직, 임금은 90~95% 수준으로 조정하는 등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마무리했다. 메리츠화재의 인수 검토 과정에서 불거진 노조 리스크가 상당 부분 제거되면서 인수자 입장에선 부담이 다소 줄었다는 평가다. 복수의 인수자가 입찰에 참여한 것도 이런 이유라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3파전 양상 속에 업계에선 하나금융의 참전을 놓고 의외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사 매물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때마다 잠재적 인수자에 이름을 올렸지만 2023년 KDB생명 인수 철회 이후 그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하나금융이 예별손보를 인수하려는 이유는 보험 포트폴리오 강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생명보험 계열사인 하나생명과 손해보험 계열사 하나손해보험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이 신통치 않다. 2024년 70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하나생명은 지난해 152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4대 금융지주의 생보사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하나손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하나손보는 지난해 470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308억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2020년 인수한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분 기여도는 12.1%로, 4대 금융지주 중 최하위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비은행 비중은 각각 37.3%, 29.4%에 달한다. 하나금융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우리금융은 지난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동시에 인수하며 3분기 비은행 비중을 18%까지 끌어올렸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반등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비은행 부문의 아쉬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고, 1월30일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 이례적으로 참석해 "비은행 부문의 실적이 정상화되면 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를 넘어 최대 11~12%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별손보 인수전 참여도 비은행 실적 강화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하나금융 측은 "실사를 통해 도움이 될지 여부를 살펴볼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한투, 잇단 실사에도 정중동…이번엔 다를까
한투금융은 보험업 진출을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증권업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어서다. 김남구 한투금융 회장은 지난해 3월 "보험사 인수를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비은행 금융지주 경쟁사인 미래에셋그룹과 메리츠금융이 보험사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보험업 진출에 나선 배경 중 하나다.
한투금융은 최근 보험사 M&A(인수합병)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롯데손해보험 실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가격 부담과 자본 확충 부담 등으로 진전된 결과는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예별손보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업계에선 한투금융이 복수의 보험사를 동시에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단위 자금 동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복수의 매물 실사를 통해 재무 구조와 부실 규모를 면밀히 살피면서 옥석 가리기 전략을 쓰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은 "그간 보험업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검토할 사항이 많다"며 "(인수)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선 예별손보 매각 성사의 관건을 당국의 지원 규모로 보고 있다. 예별손보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금융 당국의 권고치(130%)에 한참 못 미치는 –23.0%다. 금융 당국의 킥스 권고치 13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 1조3000억원의 자본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예보가 예보기금을 활용해 7000억~8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예금자보호법상 부실금융회사를 인수합병하거나 영업양수, 계약이전을 받으려는 매수자는 예보에 자금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당국의 지원 규모에 따라 실질 부담액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재무 건전성 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본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사를 통해 예별손보가 보유한 상품의 손해율과 장기 보험계약 비중 등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추가 투입할 자본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 본입찰에 불참하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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