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제2의 '관세 리스크' 직면…대미 투자도 일단 예정대로

이석주 기자 2026. 2. 2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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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韓 불확실성 여전
트럼프, 판결 직후 '글로벌 관세' 카드 위협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도 그대로 유지
대미투자 합의 뒤집기, 사실상 불가능 관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자국 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지만 한국이 ‘관세 리스크’에서 즉각 벗어나거나 대미 통상환경이 개선되는 등 우리 정부·기업에 유리한 상황은 당장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호관세는 무효가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대체 관세’ 카드를 꺼내든데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철강 등 핵심 산업에 대한 품목관세는 여전히 유지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 ‘양날의 검’ 가능성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4월 2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세계 무역 상대국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25%(이하 관세율)의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같은 해 4월 3일부터는 수입산 자동차에 25%, 5월 3일부터는 자동차부품에 25%의 품목관세를 부과했다.

이들 관세율은 한국의 대미 투자(총 3500억 달러·지난해 7월) 약속과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지난해 11월) 등에 따라 현재 모두 15%로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안 처리 지연을 이유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일제히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위협했다.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이 ‘25% 상호관세’ 위협은 의미가 없어지게 됐다. 트럼프발 ‘관세 폭주’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런 상황은 그동안 미 관세에 발목이 잡혀 온 한국 경제·기업에 일단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글로벌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든데다 품목별 관세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리스크가 장기화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대법원 판결 뒤 백악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미국)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세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뒤 곧바로 미 동부시간 24일 0시 1분부터 해당 관세가 발효하도록 하는 포고문을 냈다. 이후 그는 한국시간으로 22일 이 관세율을 15%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실제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에 제동을 건 것이지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관세 부과 권한까지 제한한 것은 아니다.

자동차나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에 고율 품목관세가 부과되면 지난해 관세 협상 당시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판결이 우리 경제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1일 긴급회의에서 “미국 내 동향과 주요국의 대응 상황 등을 철저히 파악할 것”이라며 “관계부처와 함께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국내 산업별 영향과 대응방안을 긴밀히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미 투자 예정대로 진행할 듯

트럼프 행정부의 가용 통상카드가 여전히 많다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기존에 약속한 3500억 달러(약 505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를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일단 미국 측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계획대로 대미 투자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정부는 대미 투자를 위한 기금과 기구 마련을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지만 신속한 대미 투자를 위해 투자 후보 프로젝트 검토를 위한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 검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에서 대미 투자를 위한 투자기금(펀드) 조성 및 투자위원회 구성 등 법적 근거를 담은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일정 역시 기존 계획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미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인 지난 21일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는 “예정대로 오는 24일 입법공청회를 개최하고 특벌법 제정을 위한 절차를 변함 없이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통상당국은 일본과 대만 등 한국과 비슷한 대미 통상 환경에 놓인 국가들이 이번 판결에도 대미 투자 계획을 수정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나서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편하게 받아들일 행보를 보이는 것이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고 관세율도 조정(10%에서 15%)하는 등 관세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 미 연방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대미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기존 합의를 수정하려고 시도한다면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3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주재로 국내 업종별 영향 점검 및 대응전략 논의를 위한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개최한다. 김 장관은 “정부는 이번 판결 내용과 미 행정부의 후속 조치, 주요국 동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총력 대응하고 우리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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