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030년까지 125조 투입… '피지컬 AI' 로봇 시대 앞당긴다

최유빈 기자 2026. 2. 22.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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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만드는 로봇의 지능, '피지컬 AI' 선순환 체계 구축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 이후 휴머노이드 및 모바일 로봇을 실제 제조 현장에 투입하며 기술을 빠른 속도로 실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현대차그룹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시제품이 손인사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축으로 '로보틱스'를 점찍고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최근 CES에서 공개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과 물리적 하드웨어가 결합된 '피지컬 AI'를 앞세워 글로벌 로봇 시장의 패권 장악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 시장에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AI 기술 고도화를 기반으로 한 로보틱스 분야다. 단순히 연구실 단계의 기술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제조 현장과 물류 시스템에 로봇을 전면 배치해 산업 생태계 자체를 로봇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대한민국이 갖춘 독보적인 로봇 산업 경쟁력 'DESIGN'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수요(Demand) ▲운영경험(Experience) ▲공급망(Supply Chain) ▲인프라(Infrastructure) ▲정책(Government) ▲네트워크(Network)를 의미한다.

구조적인 인력 부족 문제는 로봇 도입의 강력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30년부터 경제활동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며 장기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선 2034년까지 122만 명 이상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인력난이 심화되는 제조·물류 현장에서 로봇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이미 검증된 '운영 경험'도 현대차의 큰 자산이다. 한국 제조업의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 명당 1012대로 세계 1위다. 2위 싱가포르(730대), 3위 독일(415대)을 압도하는 수치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정밀 공정에서 축적된 유지보수 및 사람과의 협업 노하우는 신규 로봇 서비스 상용화 속도를 높이는 결정적 토대가 된다.

촘촘한 '공급망' 역시 강점이다. 로봇의 근육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부터 감속기, 센서, 제어기 등 후방 산업 생태계가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밀도 있게 연결되어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수직계열화하여 현대모비스는 정밀 액추에이터 개발을,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최적화를 담당하는 등 그룹사별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아틀라스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며 글로벌 부품 시장 진입을 공식화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와 정부의 '정책' 지원은 로봇 플랫폼 운영의 안정성을 뒷받침한다. 초고속 통신망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데이터 수집은 로봇을 단순한 장비가 아닌 연결된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시킨다. 정부 또한 '제4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을 통해 보급과 실증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차를 중심으로 삼성, LG, 네이버 등이 포진한 강력한 '네트워크'는 거대한 실증 무대를 제공하며 기술 고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로봇 혁신의 종착지는 단순히 정교한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물리적 실체와 결합해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피지컬 AI'의 완성에 있다. 기술 성능 중심의 경쟁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지능화하느냐가 산업 성패를 좌우하는 단계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 구현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제조, 물류, 판매 등 전 밸류체인에 걸쳐 확보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기업이다. 공장 자동화 라인에서 발생하는 정밀 공정 데이터부터 물류 거점의 복잡한 이동 경로까지 실제 현장의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AI 학습에 사용하고 고도화된 지능을 다시 제품에 적용하는 독보적인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소프트웨어만 보유한 테크 기업들이 가질 수 없는 제조 대기업만의 강력한 진입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유빈 기자 kern@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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