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넘은 밀라노 韓성적…쇼트 굳건, 스노보드 뜨고 빙속 빈손[2026 동계올림픽]

조용직 2026. 2. 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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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팀 간판 최민정(오른쪽)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가온이 지난 16일 이탈리아 밀라노 선수촌에서 만남을 가진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7일 막을 올린 제25회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이 23일 오전 4시 30분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에서 열리는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모두 마친다.

92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29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단일 올림픽 명칭에 두 곳의 지명이 들어가고, 개최지 수나 범위가 가장 분산된 채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는 무려 400㎞ 거리였으며, 경기장을 배치한 큰 클러스터만 4곳이었다. 밀라노에서 160㎞ 떨어진 베로나에서는 경기는 없이 폐회식만 열린다.

금메달 3개와 메달 종합 순위 ‘톱10’을 목표로 내걸었던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22일 현재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따내 메달 목표는 달성했다. 순위는 13위에 자리했다. 같은 시간 현재 8위 스웨덴이 금메달 6, 은메달 4개, 동메달 4개로, 10위 안에 들어가려면 6개 이상의 금메달이 필요했다.

2개 이상의 금메달을 기대했던 전통의 효자 종목 쇼트트랙은 대회 후반부 금메달 러시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따내 목표를 채웠고, 1개 이상의 메달을 노렸던 설상 종목에서는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특히 10대와 20대 초반의 젊은 태극전사들이 주축으로 활약하며 낸 성적이어서 향후 더 뛰어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겼다. 다만 빙속 종목에서 24년 만에 메달 행진을 중단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이 1차 시기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

▶최가온의 역전 우승…설상 종목의 대반전

한국 스키·스노보드는 그동안 올림픽 메달과 거리가 멀었다. 2018 평창 대회 이상호(넥센윈가드)가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획득한 은메달이 한국 스키·스노보드의 유일한 메달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메달 3개를 쓸어 담았다.

여고생 보더 최가온(세화여고)은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기록, 3연패에 도전한 클로이 김(88.00점·미국)을 제치고 우승하며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우승 과정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최가온은 심한 눈발 속 1차 시기 두 번째 점프에서 크게 넘어져 기권 위기에 몰렸지만, 무릎 통증을 참고 출전을 이어갔다. 2차 시기에서도 넘어지면서 그대로 대회를 마치는 듯했으나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최가온은 한국 스키 사상 첫 동계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고, 클로이 김이 2018년 평창 대회에서 세운 이 종목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 기록(17세 10개월)도 17세 3개월로 단축했다.

최가온의 이번 금메달은 미국 NBC가 선정한 대회 전반기 10대 뉴스,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이 꼽은 전반기 7대 명장면에 뽑혔다. 2전 3기 금빛 역전 드라마를 썼던 최가온은 특히 손바닥뼈 3개가 부러진 상태로 출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더욱 놀라움을 줬다.

앞서 남자 스노보드 알파인 김상겸(하이원)이 은메달, 여자 스노보드 빅에어에서 유승은(성복고)이 동메달을 따내며 대회 초반 우리나라의 메달 경쟁을 이끌었다. 한국 스키·스노보드가 단일 올림픽에서 2개 이상의 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최민정이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다. [연합]

▶韓쇼트트랙 여전히 강했다…막판 쓸어담기

쇼트트랙 대표팀은 어두웠던 전망을 뒤집었다. 대표팀은 지난해 무리한 지도자 교체 시도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이번 대회를 준비했고, 캐나다, 네덜란드 등 외국팀들의 전력 상승으로 국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캐나다가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에서 윌리엄 단지누, 코트니 사로를 앞세워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 대표팀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대표팀은 대회 첫 메달 종목이었던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에서 김길리(성남시청)가 미국의 커린 스토더드에게 걸려 넘어지는 불운으로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한국은 남자 1000m에서 막내 임종언(고양시청)이 동메달, 남자 1500m에서 황대헌(강원도청)이 은메달, 여자 1000m에서 김길리가 동메달을 따며 분위기를 뒤집었고, 대회 후반부인 21일 마침내 여자 3000m 계주에서 기적의 역전 레이스를 펼치며 금맥을 캤다. 2018 평창 대회 고의 충돌 의혹으로 사이가 멀어졌던 최민정(성남시청)과 심석희(서울시청)가 힘을 합치며 우승을 합작했다.

21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김길리가 금메달을 획득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

다소 늦게 걸린 스퍼트는 대신 종목 마지막 날에도 이어졌다.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땄고, 여자 1500m에서 김길리와 최민정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4년생인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막내 김길리는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로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유일의 2관왕이 됐다.

앞선 두 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획득했던 최민정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보태 통산 7번째 메달을 목에 걸며 진종오(사격)와 김수녕(양궁), 이승훈(스피드 스케이팅·이상 6개)을 넘어 동·하계 올림픽 한국인 최다 메달 신기록을 세웠다.

또한 쇼트트랙 전이경(4개)과 더불어 한국 선수 동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을 썼다. 모든 목표를 다 이룬 최민정은 경기 후 올림픽 은퇴를 선언했다.

반면 쇼트트랙 다음으로 많은 동계 올림픽 메달을 따왔던 스피드 스케이팅은 이번 대회를 빈손으로 마쳤다. 한국 빙속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건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24년 만이다.

피겨 스케이팅에선 남자 싱글 차준환(서울시청)이 총점 273.92점으로 한국 선수 이 종목 역대 최고 순위인 4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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