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변덕스러워진 세상, 국가 통제 밖 금 ‘몸값’ 올라간다”

김신영 기자 2026. 2. 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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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위원회 샤오카이 판 아태 담당 국장 인터뷰
샤오카이 판 세계금위원회 아태 담당 국장. /세계금위원회 제공

연초에 잠시 하락했던 금 가격이 다시 상승해 20일 다시 트로이온스당 5100달러 위로 올라갔다. 지난달 말 일시적으로 5500달러를 기록했던 때와 비교하면 다소 가격이 내려갔지만 1년 전 약 2900달러와 비교하면 가격이 76% 올랐다. 미국 대표 주가 지수인 S&P500(16%)의 다섯 배 수준에 육박하는 상승률이다. 꾸준히 물가 상승률 정도의 수익률을 내는 전통적인 안전 자산으로 여겨져 온 금값이 이토록 많이 오른 이유는 무엇이고 이런 높은 가격은 지속될까.

전 세계 금 산업을 대표하는 무역 협회인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의 샤오카이 판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국제 정세가 불확실하고 불안정해지면서 오랜 시간 신뢰가 구축된 금의 가치가 부각됐다. 이런 변수는 2026년에도 지속되리라고 예상한다”고 했다. 미국 재무부, 스탠다드차터드은행 등에서 일하고 2015년 세계금위원회에 합류한 판 국장은 위원회의 세계 중앙은행 담당 국장도 겸임하고 있다.

◇정부가 리스크가 된 세상, 국가 통제권 밖 금 가치 부각

-지난해부터 금 가격이 많이 올랐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세계 여러 분쟁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각국 정부가 정책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요 정부의 행보를 예측하기 어려워져 세계 정세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시기에 오랜 기간 검증을 거친 안전 자산인 금의 가치가 부각됐다. 금은 정부의 방침과 무관하게, 고유한 가치를 지닌 실물 자산이라는 특징이 있다.”

-최근 몇 달간 금 가격은 특히 많이 올랐다. 단기적 가격 급등의 원인을 꼽는다면.

“급격한 가격 상승은 몇 가지 요인에 의해 촉발되었다. 우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에 대한 미 법무부 수사와 같이 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지속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또 다른 요인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 작전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이 그린란드를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점령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공언한 것도 불안을 가중시켜 금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모든 요인이 지난 두 달 정도 금값 상승을 유발한 단기적 변수였다고 생각한다.”

-보다 중장기적으론 어떤가.

“지난해 4월 미국이 선포한 ‘해방의 날’로 상징되는, 미국의 관세 인상 관련 일련의 사건들이 금값이 올라가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일시적 선언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금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 아울러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금값 상승을 뒷받침하는 추가 요인이 있다. 미국 중앙은행을 포함한 많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했는데 금은 전통적으로 금리가 낮을 때 가치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세계금위원회

◇중앙은행, 불법 거래 예방 차원 금 매입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최근 몇 년에 걸쳐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특히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제재 중인 러시아와 중국의 금 매입량이 많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중국 중앙은행은 1252t(톤), 러시아는 1118t의 금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한 해만 놓고 보면 최대 금 순매수국은 폴란드다. 102t을 사들였다. 다만 한국은행은 2013년 이후 금을 추가로 사지 않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중앙은행들은 거의 15년 동안 금을 순매수해 왔는데 최근 4년 정도는 금 매입량이 특히 많이 늘었다. 2022년 이후 매년 1000t(톤) 이상의 금을 사들였다. 지난해는 매입량이 다소 줄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1000t 아래로 다소 내려갔다. 중앙은행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많은 금을 매입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한 가지 요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에 따른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다. 이로 인해 몇몇 중앙은행이 외화 자산과 관련된 정치적 위험을 고려하게 되었다. 보유한 증권이나 외화가 러시아 중앙은행처럼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 가운데 많은 중앙은행은 금이 더 안전한 대안으로 여기게 됐다. 금은 특정 국가가 발행하지 않는 실물 자산이다. 원하는 장소로 뜻대로 옮길 수도 있다.”

-중앙은행이 금을 매입하는 다른 이유도 있나.

“지정학적 불안정과 긴장이 고조되자 중앙은행 투자 포트폴리오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높여줄 자산을 확보하려는 필요성 때문에 금을 사는 중앙은행도 있다. 예를 들어 폴란드 중앙은행은 중앙은행 중 금을 가장 많이 매입하는 국가인데, 아마도 그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그동안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점점 더 많은 중앙은행이 자국에서 채굴된 금을 직접 매입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즉 자국에서 금이 생산되면 이를 중앙은행이 직접 매입하는 식이다. 이는 소규모 금광에서 채굴한 금이 범죄자나 테러리스트에게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중앙은행이 금을 매입하면 금이 불법적인 경로로 유통되는 상황을 차단할 수 있다. 최근 많은 중앙은행이 이런 이유로 금을 산다.”

실제로 금값이 상승하며 금 밀거래가 빈번해지자 일부 국가는 소규모 금광에서 채굴한 금을 직접 사들이고 있다. 채굴된 금이 불법 거래로 빠져나가는 것보다는 중앙은행이 사들여 쌓아두는 편이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다가스카르 중앙은행은 자국의 소규모 금광을 대상으로 한 금 매입 정책을 발표했고 가나·에콰도르 등도 범죄 조직의 금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의 금 매입을 늘렸다. 세계금위원회는 소규모 광산업체가 채굴하는 금이 연간 약 1000t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이 중 적지 않은 규모가 밀거래된다.

가나 아보소에 있는 한 소규모 금광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금 수요 늘린 변수들, 올해도 유효”

최근 들어 금과 관련한 큰 변화 중 하나는 상장지수펀드(ETF)·스테이블코인 등 실물 금을 증권화해 쉽게 거래하도록 한 상품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금의 금융화’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ETF 운용을 위해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금은 지난 13일 기준 4129t으로 압도적인 세계 최대 금 보유국인 미국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금을 준비금으로 사들여 금값에 가격이 연동되도록 설계한 가상 화폐(코인)인 금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도 2024년 말 약 11억7000만달러(2대 금 스테이블코인인 테더골드·팍스골드 합계)에서 49억달러로 네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금 ETF의 성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금 ETF는 사실 20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 더 많은 투자자에게 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금값에 영향을 미치지만 잘 보이지 않는 다른 요인들도 있어 ETF의 영향력으로 금값이 본질적으로 변한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예컨대 여전히 세계 금 수요의 약 30%는 귀금속이다. 하지만 금 ETF의 성장이 금값에 어느 정도의 영향은 미쳤다고 생각한다.”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어떤가.

“매우 흥미로운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ETF와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도 있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코인은 ETF와 달리 시장 개장 시간과 무관하게 매매가 가능하다. 주목할 만한 새 상품으로, 미래 금 시장을 바꿀 수도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핵융합과 같은 과학적 발전이 ‘21세기형 연금술’을 가능하게 해 금값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기술로는 금 원자 한두 개 정도 만들어낼 수 있을 뿐이다.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의 금을 생산하는 것은 상업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다. 물론 계속 지켜볼 만한 흥미로운 현상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올해 금 가격은 더 오를까.

“우리는 금 가격을 예측하지는 않는다. 다만 금 수요를 뒷받침해온 근본적인 요인들이 올해도 여전히 매우 유효하리라고 예상한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금 수요가 유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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