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시선] 우리시대의영화㉔ 고양이를 부탁해 - 신자유주의적 열병에 내몰린 고양이들의 초상

KBS 2026. 2. 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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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 여성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 그리고 균열

대표적인 한국의 항구도시인 인천을 배경으로 한 <고양이를 부탁해>는 고등학교 단짝 친구인 태희(배두나), 혜주(이요원), 지영(옥지영), 비류(이은실), 온조(이은주)가 졸업 후 서로 다른 삶의 진로를 경험하며 겪는 변화를 그린 영화이다.
도입부에서 영화는 상업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서로 다른 기로에 선 주인공들을 한 쇼트씩 담아내는데, 이 쇼트들에는 이들이 서로 다른 환경에 놓여 있음이 계급적 장소로 드러난다.
아버지의 찜질방에서 무임금 노동을 하는 태희, 서울 증권회사에 취직하여 보조 업무를 하는 혜주, 좋아하는 텍스타일 디자인을 뒤로 하고, 이제 노부모를 모셔야 하는 상황이 되어 길거리에서 분주히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지영,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수작업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파는 비류와 온조 등 이들이 사회인으로서 호명되는 순간의 장면을 통해 이미 이들의 몸은 불안과 유예의 상태에 놓여 있음을 암시하듯 보여준다.
이 작품이 개봉되었을 때 가장 관심을 끌었던 영화적 요소는 그렇기에 단연 현실 속에 실제로 하고 있을 듯한 다섯 명의 청년 여성 주인공이었다. 남성 주인공의 대서사시나 남성 중심의 이성애적 로맨스가 대다수였던 당시 한국 영화 지형 속에서,
<고양이를 부탁해>는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여성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와 신자유주의적 계급 균열을 입체적인 여성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섬세한 정동의 흐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새로운 서사적 감각을 제시했다.


- '고양이'가 주는 의미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고양이’는 IMF 이후 청년 여성의 불안정한 존재론적 위치를 상징한다. 한국에서 대학생이 아닌 사회인으로의 삶을 택한 스무 살의 청년 여성은 학벌사회에서 차별받는 비가시화된 존재이자 유연화된 노동 환경에서 가장 유약한 위치성을 가진 '유령성'에 놓이게 된다. 사회에서 중심 테제가 될 수 없는 상징으로서의 고양이는 지영, 혜주, 지영, 태희, 비류·온조의 서사를 가로지르며 매개되고, 20대 청년 여성을 조명하는 동시에 더 이상 보호받을 수 없는 거친 환경에 내몰린 상황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부모의 이혼과 서울 직장 근처로 이주하게 된 혜주, 폭삭 주저앉은 주거지와 함께 조부모를 잃게 된 지영, 아버지의 집에 걸린 가족사진에서 자신의 형상을 삭제하며 보호자의 울타리에서 탈출을 선택한 태희를 통해 영화는 신자유주의적 재편 이후 본격화한 이주화와 가족 이데올로기의 해체가 동시에 진행되었던 당시의 사회 풍경을 응축적으로 보여준다.


- 20년이 지나고도 '재개봉'이 가능했던 이유 …공감은 현재진행형

2001년,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 한국 사회는, 기술적으로는 디지털 문화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밀레니엄 시기였고, 정치·문화적으로는 여성, 장애, 노동, 이주 등 당사자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며 다양한 계급 서사가 등장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IMF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대량 실업과 기업 파산이 발생했고, 노동 유연화가 구조적으로 시행되며 사회 곳곳이 주변부로 밀려나고 불안이 일상화된 환경에 놓여 있었다. 25년이 지난 지금은 일상화된 신자유주의 문화지만,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딛게 된 스무 살 청년 여성 주인공만큼이나 당시의 신자유주의는 모든 이에게 낯설기만 하였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이러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디지털 느낌의 온스크린 텍스트 기법(문자를 화면 위에 겹쳐 얹는 방식)으로 보여주거나, 인천 항구에서 배를 타고 물밀듯이 들어오는 외국인들에게 태희와 지영이 전단지를 돌리는 장면 등을 통해 시각화한다. 또한 다섯 명의 스무 살 여성 주인공의 삶을 고양이라는 매개를 통해 이끌어가며, 서사 구조에 생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동시대의 감각을 형상화하는 데 성공한다.
이 작품의 주제 의식은 여전히 우리의 삶을 관통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디지털 기술 혁명이라는 시공간 속에서 신자유주의적 열병 한가운데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사회인이 된 스무 살의 청년은 불안과 두려움의 한복판에서, 분주히 자신의 불확실한 나침판을 더듬으며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동시대적 조건 속에서
<고양이를 부탁해>가 2021년 팬데믹 시기, 관객의 요청으로 다시 재상영되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숨겨진 이야기

1. 이 작품을 연출한 정재은 감독은 <고양이를 부탁해>(2001), <고양이를 돌려줘>(2012), <고양이들의 아파트>(2020) 연작을 통해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삼부작을 제작하였다.

2. 이요원은 처음 '지영' 역할을 원했다.

3. 배두나, 이요원, 옥지영은 모두 모델로 데뷔한 공통점이 있으며, 지금도 우정을 나누는 사이이다.

4. <고양이를 부탁해>는 당시 여성 관객층에 공감과 지지를 받았으며, 팬들의 자발적 움직임으로 재개봉하였고, 2021년은 팬들의 요청으로 디지털 복원본이 재상영되었다.

글 : 영화평론가 김장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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