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진짜 올림픽"... 방송 달라도, 시선은 하나로
공영방송 KBS, 패럴림픽 중계로 신뢰 회복 정면 돌파
장애인 스포츠 해설·접근성 혁신... ‘진짜 공감 중계’ 준비
올림픽보다 값진 도전... 공동체 감동 되살릴 공영의 역할 주목

이번 패럴림픽 중계는 공영방송 KBS가 맡는다. 과연 KBS는 ‘JTBC 논란’ 이후 흔들린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보여줄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JTBC 중계, 잡음 속 성공·논란 공존
JTBC는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국내 단독 중계권을 확보하며 10년 만에 ‘비(非)지상파 단독 중계’라는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계획은 야심찼다. 디지털 전용 콘텐츠 확대, AI 자막 서비스, 실시간 멀티뷰 기능 등 ‘플랫폼 중심의 올림픽’을 표방하며 차별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대회 초반부터 시청자 불만이 터져나왔다. 종합편성채널 중심 방송의 한계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졌고, 다음이나 네이버, 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에서 실시간 무료 중계가 어려웠다. “어디서 봐야 하느냐”는 불만이 SNS 타임라인을 채웠고, 일부 중계 화면에서는 화질 저하·중간 광고 삽입 문제로 시청 흐름이 끊겼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특히 개막식과 피겨 경기 중계에서 일부 국가 선수단 소개가 누락되고, 경기 도중 자막 오류나 해설 공백이 발생한 점은 결정적인 부정 여론을 키웠다. 한 시청자는 “글로벌 중계 영상 신호는 같지만, 어떤 시각으로 전달하느냐가 방송 품질을 가른다”며 “JTBC는 ‘보도 채널’보다는 ‘플랫폼 제작사’의 시각으로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중계권 실험’의 두 얼굴
JTBC는 기존 지상파 중심의 독점 구조를 깨뜨리며 시장 경쟁을 촉발했다는 점에서는 긍정 평가를 받는다. 방송비용의 합리적 배분과 콘텐츠 유통 구조의 다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JTBC는 처음으로 OTT 연동 스트리밍과 자체 앱 실시간 생중계를 병행했다.
하지만 방송 주권이 분산된 결과, 국민이 가진 ‘공영의 가치’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단순히 경기 장면을 트는 것에서 나아가 그 안의 땀과 드라마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공동체적 서사’가 부족했다는 평이다. 그 여백을 메울 주체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한 곳이 바로 KBS의 패럴림픽 중계다.
“진짜 올림픽은 지금부터”
KBS는 오는 3월 6일 개막하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의 단독 중계 방송을 준비 중이다. 이번 대회는 한국 대표단이 동계패럴림픽 사상 최대 규모(6개 종목, 35명)로 출전하는 만큼, 방송사 입장에서도 ‘기회의 장’으로 여겨진다.
KBS 스포츠국은 ‘따뜻한 기술, 진심의 방송’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장애인 선수 전문 해설진을 추가로 영입하고, 종목별로 장애 유형별 경기 방식과 규정을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 방식을 전면 개편한다. 또 ‘KBS 1TV-2TV-유튜브 KBS Sports’로 이어지는 멀티플랫폼 중계 시스템을 구축해 접근성 우려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이번엔 기술보다 ‘시선의 높이’를 맞추는 게 목표인 것으로 안다”며 “장애인 선수들의 땀과 준비 과정을 ‘스포츠 다큐’ 방식의 스토리텔링으로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영방송 책임·시청자 기대라는 '두 토끼'
패럴림픽 중계는 언제나 방송사에게 ‘사회적 사명’을 확인하는 무대였다. 그 관심은 동계 대회보다 적지만, 그만큼 변화를 보여줄 여지가 많다. KBS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이후 장애인 스포츠 전문 중계 제작팀을 상시 조직으로 운영하며 지속적인 노하우를 쌓았다. 당시 시청자 만족도 조사에서 ‘가장 감동을 준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것도 KBS의 중계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KBS는 AI 자막·수화 동시 중계·시각장애인용 음성해설 등 ‘장벽 없는 방송’을 강화한다. 이용자 맞춤형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공 스포츠 중계’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올림픽 중계가 ‘시청률 경쟁’의 문제였다면, 패럴림픽 중계는 ‘공감과 신뢰의 문제이며, KBS가 JTBC 이후 시청자 불만을 흡수해 공동체적 감동을 복원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제기된다.
공동체가 만든 ‘두 번째 경기’
동계패럴림픽은 단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경기장 밖에서도 ‘미디어 경쟁의 두 번째 라운드’가 열린다. JTBC가 상업적 실험으로 보여준 한계를 KBS가 어떻게 공영의 가치로 되받을지, 국민의 눈은 더욱 까다롭다.
이런 가운데 방송계 내부선 이번 패럴림픽을 통해 내년 2028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 중계권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친다. “공영방송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스포츠 중계의 ‘공적 기능’이 다시 정부·방송통신위원회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 속 기회, ‘믿고 보는 KBS’ 될까
JTBC 논란은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미디어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시청자는 ‘공유되는 감정’과 ‘공정한 전달’을 원한다는 점이다. KBS의 패럴림픽 중계가 바로 그 감정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사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장면부터 현지 응원단의 움직임, 금메달보다 값진 완주의 순간들까지. 공영방송이 보여줄 수 있는 ‘공감의 서사’가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다. JTBC가 남긴 긴 여운 위에서, KBS가 ‘공영의 힘’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국민은 이미 화면 앞으로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