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P 데스크 칼럼] 트럼프의 15% 관세 카드, 법을 바꿔가며 압박하는 미국

서혜승 2026. 2. 22. 10:5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끝나지 않았다. 방식만 바뀌었을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광범위한 관세 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하자, 곧바로 다른 법적 수단을 가동했다. 1974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면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를 1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사법부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관세 압박을 멈추지 않겠다는 정치적·정책적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 대목이다. 트럼프식 보호무역은 후퇴가 아니라 ‘법적 우회’를 통해 진화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트럼프 2기 통상정책의 핵심 축을 흔들었다. 비상권한을 활용해 포괄적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에 명확한 한계가 설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악관은 지체하지 않았다.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긴급 관세를 부활시켰고,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최대 허용치인 15% 인상 의지를 밝혔다. 

122조는 국제수지 악화를 이유로 150일간 한시적 관세를 허용하는 예외 조항이다. 냉전 이후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이 조항이 다시 동원된 것은, 사법적 통제를 피해 통상 압박을 유지하려는 계산된 선택이다. 

더 나아가 행정부는 이 기간 동안 301조 조사 등 보다 장기적 수단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적 권한을 순환 활용해 관세 지렛대를 유지하려는 전략이 분명해졌다. 

왜 한국이 민감한 대상인가 

한국이 이번 조치에 특히 민감한 이유는 구조적 대미 흑자국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기계류, 전자부품을 중심으로 한국은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기록해왔다. 2023년 444억 달러, 2024년 556억 달러, 2025년 479억 달러에 달한다. 122조 관세는 특정 국가를 직접 겨냥할 수 없지만, 명분은 ‘국제수지 불균형’이다. 자연히 흑자국이 정치적 표적이 된다. 미국의 시각에서 한국은 이 기준에 부합하는 대표적 국가다. 

전면 15% 관세는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일본·동남아·멕시코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로 밀어낸다. 특히 마진이 낮은 중간재·기계류 부문에서 부담이 크다. 

단기 보다는 불확실성 위험

단기적으로 수출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25년 체결된 통상·투자 패키지에 따라 상당수 품목은 이미 15% 내외의 관세 상한을 적용받고 있었다. 이번 조치는 일정 부분 과거 수준으로의 복귀 성격도 있다. 

또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232조 대상 품목에는 중복 부과가 금지돼 있어 핵심 산업의 추가 피해는 제한된다. 이러한 요인들은 당장의 수출 붕괴를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122조는 150일이 한계다. 이후 행정부는 보다 지속적인 수단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301조를 통한 국가별·품목별 제재, 232조 확대 적용, 반도체·의약품·첨단제조업 조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조치들은 특정 국가와 산업을 직접 겨냥할 수 있다. 전략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현재의 전면 관세는 보다 정밀한 압박으로 넘어가기 위한 ‘교두보’일 가능성이 크다. 

불확실성 자체가 장벽이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비용은 관세율이 아니라 정책 불안정성이다.  불과 일주일 사이 정책은 위헌 판결, 10% 긴급관세, 15% 인상 예고로 급변했다. 향후 추가 변화도 예고돼 있다.

이 변동성은 곧바로 계약 리스크로 이어진다. 가격·납기 재협상이 상시화되고, 투자 판단은 어려워진다. 미국 생산 확대나 이전 계획의 전제가 계속 흔들린다. 통관·면제·환급 대응에 따른 행정 비용도 급증한다. 결국 불확실성 자체가 새로운 비관세 장벽으로 기능한다. 

투자 패키지의 정치화 

이번 조치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에도 영향을 준다. 관세 안정과 연계됐던 기존 합의의 법적 기반이 약화되면서, 투자 이행의 정치적 의미가 커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재협상 가능성은 낮지만, 기업들은 투자 속도와 시기를 전략 카드로 활용할 유인이 커졌다.
미국 역시 투자 이행 상황을 향후 협상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IEEPA 체제하에서 납부한 관세의 환급 문제도 불확실하다. 자동 환급이 보장되지 않아 개별 소송이 불가피하다. DDP 조건이나 현지법인을 통한 납부 기업의 경우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다. 중소기업에는 특히 부담이다. 

정부 차원의 법률·행정 지원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는 현재 보복보다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면제·중복부과 규정 모니터링, 워싱턴과의 비공개 협의, 통관 지원 강화 등 제한된 대응 수단 속에서 위험 관리가 최선이라는 판단이다. 

분명한 점은 미국의 보호무역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적 제약에 맞춰 형태만 바꿀 뿐이다. 

한국은 더 이상 ‘우호국 프리미엄’에 의존할 수 없다. 흑자 구조, 전략산업 집중, 대미 의존도가 결합된 현실은 상시적 압박에 노출돼 있다.
관건은 단기 대응이 아니라 구조적 적응이다. 시장 다변화, 현지화 가속, 공급망 재편, 통상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 없이는 유사한 충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15% 관세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새로운 통상 질서로 향하는 경고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 후 새로운 관세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6. 2.20 [사진=UPI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