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완벽하지 않아도 살아남는다

영국 생물학자 앤디 돕슨의 저서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는 진화를 완벽을 향한 설계 과정으로 이해해온 대중적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 책이다.
자연선택은 흔히 효율성과 최적화를 향해 작동하는 메커니즘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책은 그 반대편에 존재하는 사례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생물은 완벽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결함이 있음에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은 진화의 함정, 커다란 장벽, 사각지대, 절충안, 타협, 실패작에 관한 이야기다. 이를 통해 우리는 동물이 늘 약간 뒤처지는 이유, 시간이 지나면서 대체로 효율이 떨어지는 이유, 포식자가 흔히 패배하는 이유, 기생자가 흔히 승리하는 이유를 배울 것이다. 그것은 진화이지만, 위대한 성공작은 아니다."
책 제목이자 핵심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직관을 뒤흔든다. '고래는 왜 아직도 물속에서 숨 쉬지 못할까?' 수백만 년 동안 바다에서 살아온 고래는 왜 여전히 폐로 숨 쉬며 얼음에 갇히면 익사 위험에 처할까. 책은 고래의 몸이 물속 생활에 맞게 완벽하게 진화했음에도 결정적 한계가 남아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보퍼트해에 좌초된 귀신고래의 폐는 수억 년에 걸친 육상 진화가 남긴 확실히 도움이 되지 않는 유산이다. 고래의 머나먼 조상에는 물고기가 존재하지만 비교적 최근에는 육지에 사는 네발 달린 생물로부터 진화했다. 그리고 다시 물로 돌아갈 때 고래는 마지막으로 물을 떠났을 때보다 물에 적응이 덜 되어 있는 상태였다. 아주 오래전에 아가미를 버렸기 때문이다."
진화는 필요에 따라 설계도를 새로 그리는 공학자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구조를 조금씩 수정하는 '땜질 장인'에 가깝다.
그래서 자연 속에는 비합리적이고 비경제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고래뿐만 아니라 여섯 번째 이빨이 닳으면 이빨이 나지 않아 굶어 죽는 코끼리, 암컷을 유혹하려고 목숨을 위협하는 긴 꼬리를 달고 사는 수컷 소드테일, 자신의 딸을 물어뜯어 불임으로 만드는 일개미까지. 수많은 생물이 완벽은커녕 어딘가 불완전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이 진화이다.
중요한 건 자연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자연을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생물 세계는 낭비와 비효율, 위험으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치타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지만 성공적인 포식자가 아니다. 진화는 최고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과정에 가깝다.
저자는 생물 행동을 도덕적 잣대로 해석하려는 인간의 습관도 경계한다. 자연 세계에는 협력과 희생이 존재하지만 동시에 기만과 폭력도 존재한다. 진화는 선악 개념과 무관하다.
"결론적으로 악의든 이타주의든 모두 결코 순수하게 칭송할 만하거나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럴 것으로 기대해서도 안 된다. 다른 진화적 힘과 마찬가지로 혈연 선택도 목표나 목적 없이 맹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관점은 생물학뿐 아니라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시각까지 바꾼다. 자연을 도덕 교과서로 삼으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접근이라는 것이다.
"진화는 목적이 없고, 수동적이며, 비도덕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