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치인 빅테크의 반격? 메타, 942억원 규모 선거자금 가동

도현정 2026. 2. 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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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들의 미성년자 중독 알고리즘 사용 여부를 주장하는 재판에서 증언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출두하고 있다.[로이터]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을 다수 소유한 메타가 인공지능(AI) 규제를 추진하는 주(州)를 중심으로 대규모 선거자금을 가동할 계획을 세웠다. 오는 중간선거에서 막대한 정치자금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메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6500만달러(약 942억원) 규모의 정치자금을 가동한다"고 보도했다. 연방 신고서에 따르면 메타는 공화당을 지원하는 슈퍼팩(PAC·정치활동위원회)인 ‘포지 더 퓨처 프로젝트(Forge the Future Project)’와 민주당 지원 슈퍼팩 ‘메이킹 아워 투모로우(Making Our Tomorrow)’을 새로 설립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는 기존에 캘리포니아주에 집중됐던 PAC과 다른 지역의 지출을 담당하는 조직에 이 두 슈퍼팩이 가세해 총 4개의 슈퍼팩이 가옹될 예정이다.

메타는 이들을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6500만달러를 선거에 투입한다. 과거 메타가 기업PAC을 통한 소액 기부나 임원들의 개인적인 기부 정도로 정치자금을 대왔던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메타가 선거자금 투입을 시작하는 지역을 보면 올해 유독 달라진 정치자금 기부 행보의 의도가 읽힌다. 텍사스와 일리노이. 주 정부 차원에서 AI규제를 추진중인 지역들이다.

NYT는 AI 산업에 대한 규제 위협이 커지자, 메타가 정치권에 더 큰 도박을 걸고 있는 것이라 분석했다. 정치자금 후원으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 AI 규제 움직임을 저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메타가 예고했던 정책이다. 지난해 메타의 공공정책 부사장 브라이언 라이스는 “국내 혁신과 AI 투자를 위협하는 일관성 없는 규제” 때문에 정치적 지출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메타는 지난해 9월 ‘아메리칸 테크놀로지 엑셀런스 프로젝트’에 4500만달러(약 652억원)를 투입했다. 이 자금은 각 당을 지원하는 슈퍼팩들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텍사스에서 3개의 AI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 텍사스에서는 이 데이터 센터 건설을 둘러싸고 주 정부와 지방 정부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 센터 건설에 대해 유예(moratorium) 조치가 논의되고 있다. 이에 메타는 이곳에서 AI 산업에 친화적인 공화당 의원들을 지원할 계획이라 전해진다.

일리노이주에서는 메타가 지난해 원자력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민주당이 장악한 일리노이 의회는 이미 여러 AI 규제안을 발의하거나 통과시킨 상태다. 메타는 이곳에 세운 슈퍼팩 ‘메이킹 아워 투모로우’를 통해 자사에 우호적인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NYT는 메타의 계획에 대해 전략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주 의회 선거는 상대적으로 정치자금이 덜 들기 때문에, 6500만달러의 영향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를 시작으로 규제에 직면한 빅테크들이 정치자금 후원으로 규제 입법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규제의 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AI 산업의 영향력이 일상을 파고드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 정부마다 규제안을 검토하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AI 규제는 연방정부가 일원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의회와 주 정부에서 이를 비판하는 움직임도 일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SNS 기업들이 미성년 사용자들에게 플랫폼에 중독되게 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와 소송도 치르고 있다.

AI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활발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는 디지털시장법(DMA)에 따라 구글, 메타, 애플 등 ‘게이트키퍼’에 대해 검색·앱스토어·광고·데이터 결합 행위를 집중 조사하고, 이미 수억 유로대 과징금을 부과했거나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AI법에서 오는 8월부터 고위험 AI(채용·신용·의료·치안 등)에 대해 위험관리, 데이터 거버넌스, 투명성, 인간 감독 의무를 강하게 부과하기로 했다.

호주를 시작으로 미성년자들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려는 나라들도 속속 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덴마크가 올해 미성년자들의 SNS 사용 전면 금지를 도입하기로 했고, 슬로베니아, 포르투갈 등도 입법안을 마련중이다. 영국, 스페인, 노르웨이, 프랑스 등도 관련 규제를 논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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