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한 韓박물관, 아이들과 가보면 더 놀랍다[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가장 반가웠던 뉴스 중 하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전례 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역사를 좋아하지만 박물관 ‘덕후’라 할 수준은 아니고, 국립중앙박물관과 각별한 연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게 어디든 국내 박물관의 가치가 널리 인정받은 건 기쁘고 반가운 일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에 자주 가는 편인데, 그때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다니’ 하고 감탄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몇만 원, 비싸게는 몇십만 원씩 내고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유물과 다양한 체험 전시를 이토록 저렴한 가격에 언제 어디서든 쉽게 즐길 수 있는 나라는 아마도 손에 꼽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650만 명을 넘어섰다. 1945년 개관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전년 대비로도 약 1.7배 급증한 수치다.
영국 미술 전문 매체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가 집계한 세계 박물관 방문자 통계 기준으로 보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박물관에 이어 그 규모로 세계 상위권에 해당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가진,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적인 박물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관람객 수만 늘어난 게 아니다. 박물관 굿즈, 이른바 ‘뮷즈’의 인기도 눈에 띈다. BTS 멤버가 구입해 화제가 됐던 백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비롯해 전통 문양을 활용한 각종 상품이 연이어 히트를 쳤다. 오죽하면 뮷즈를 사러 ‘오픈런’을 한다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2025년 뮷즈 매출은 400억 원을 훌쩍 넘기며 재단 설립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물관 기념품 가게라고 하면 고루하거나 쓸데없이 비싼 물건들만 판다며 거들떠보지도 않던 게 불과 몇 년 전 일인데, 그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이 정도 인기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와 시설이 좋은 건 익히 알고 있었다. 사실 비단 중박(국립중앙박물관)뿐만이 아니다. 국내 곳곳에 좋은 박물관, 보석 같은 박물관이 정말 많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아이들과 박물관을 자주 찾게 된 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주말에 아이 넷을 집에서 데리고 놀리면 높은 확률로 ‘층간소음 가해자’가 될 수 있기에 웬만하면 어디든 데리고 나가는 편이다. 그런데 자녀 수가 많다 보니 무얼 이용하든 비용이 남들 배로 들었다. 특히 요즘 사설 어린이 시설 요금은 아이 한 명에 3~5만 원, 많게는 6만 원이 넘어가기 일쑤다. 아이 넷인 우리 가족의 경우 가서 밥만 먹고 숨만 쉬고 와도 30만 원이 훌쩍 넘게 드는 셈이다.
반면 국공립 박물관들의 입장료는 정말 저렴하다. 국립중앙박물관처럼 무료인 곳이 많고, 입장료가 있더라도 대부분 1만 원 미만이다. 다자녀 가족 할인까지 적용하면 부담은 더 줄어든다. 전시관 내 체험도 대부분 무료이거나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그만큼 예약이 힘들긴 하지만). 평소 “못 사준다”, “못 해준다”가 입에 붙게 되는 다둥이 엄마로선 국공립 시설에 발길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저렴하기만 한 건 아니다. 요즘 박물관은 정말 잘 만들어져 있다. 시설도 깔끔하고 전시도 아이들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할 뿐 아니라 만화, 모형과 같은 시각 자료도 많아 역사에 문외한이라도 이해하기 쉽다. 옛날처럼 딱딱한 설명문만 가득한 공간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전시와 체험형 콘텐츠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역사와 과학, 문화를 익히도록 해놓았다. 아이용 활동지나 미션을 비치한 곳도 많다. 우리 아이들은 박물관 가면 이 활동지부터 집어 드는데, 보통 스티커나 숨은그림찾기 같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으로 꾸며놓아서 마치 놀이를 하듯 박물관 전시를 공부할 수 있다.
아예 어린이박물관을 별도 개설한 곳도 적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박물관 본관과 마찬가지로 인기가 많아 늘 오픈런으로 예약해야 한다. 인근 전쟁기념관, 지금은 공사 중인 한글박물관에 있는 어린이박물관도 마찬가지다. 놀이시설인지 박물관인지 모를 정도로 잘 꾸며놓아서 여느 키즈카페보다도 훨씬 좋다.

‘아무리 좋아도 박물관 가는 게 하루이틀이지, 얼마나 자주 갈 수 있겠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막상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아서 ‘도장 깨기’ 하듯 다닐 수 있다. 지금 당장 포털사이트 지도에서 ‘박물관’만 검색해 봐도 주변에서 예상치 못했던 많은 박물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름 들으면 알만한 유명 국공립 박물관들도 있지만, 지자체에서 만든 소규모의 알찬 박물관도 꽤 있다. 근래 다녀온 곳만 예를 들면 서울 용산구에는 용산역사박물관이 있다. 용산구의 역사와 현재를 다루는 이 박물관은, 조선시대 한강 물류의 중심지였던 용산의 모습부터 일제강점기와 미군 주둔을 거친 근현대사까지를 촘촘히 보여준다. 자치구에서 만든 박물관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들렀는데,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전시와 다양한 체험, 재미있는 활동지 구성에 깜짝 놀랐다. 이곳은 과거 철도병원이던 건물을 활용해 공간 자체도 역사성을 지닌다.

박물관에선 지금은 도심이 된 양천구 등이 한때 배산임수의 풍광을 자랑하던 지역이었음을, 겸재의 그림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정선 그림의 복제품과 일부 진품들이 전시돼 있고, 상세한 설명도 있다. 이곳 역시 어린이 체험 공간이 잘 마련돼 있어 아이들과 오래 머물기 좋았다.

● 몇몇 유명 박물관 외에는 여전히 적은 관람객…박물관 등 전시 찾는 비율 낮아
박물관의 진가를 알게 된 뒤로는 어느 도시를 가든 그 지역 박물관을 먼저 찾는다. 충북 청주를 방문했을 때 들른 국립청주박물관은 본관도 좋았고, 어린이박물관은 기대 이상으로 충실했다. 아이들이 어린이박물관에서 나오질 않고 체험에 몰두해 겨우 끌어내야 했을 정도다. 전남 고흥에 갔을 때는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 방문했는데, 분청사기를 직접 빚어볼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입체적 전시와 영상, 쉬운 설명을 통해 그 역사를 배울 수 있어 아이들은 물론 엄마, 아빠에게도 무척 알찬 시간이 됐다.
하지만 대부분 박물관의 관람객 수는 국립중앙박물관 수준과 큰 차이가 난다. 2025년 한 조사에서 국립중앙박물관과 소속 13개 국립박물관을 합한 방문객 수는 약 1477만 명에 달했으나, 지역 국립박물관의 경우 방문객이 많은 곳도 몇십만 명 수준에 불과했다. 2025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 중 영화·공연·미술·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직접 관람한 비율은 60.2%였는데, 미술전시·박물관·미술관 등에 참여한 비율은 7.7%에 불과했다. 전체 문화예술행사 중에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문화시설의 수와 질은 그 사회의 문화적 체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무리 시설 수가 많고 좋다고 해도,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 향유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케이팝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가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정작 우리는 우리 문화를 얼마나 자주 접하고 잘 알고자 노력하고 있을까.
박물관은 아이들의 문화적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토록 박물관 문턱이 낮은 나라도 찾기 힘들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기록적인 흥행이 나홀로 흥행에 그치지 않고 여타 작은 박물관과 지역의 보석 같은 박물관으로도 이어지길 기원해 본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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