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만 치고 나가네”…한중일 통화 저평가 속 위안화 강세 전환 이유는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6. 2. 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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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3국 모두 무역흑자
자국통화 달러대비 저평가
中위안화만 유독 최근 강세
무역흑자·당국 절상용인 영향
日엔화, 韓원화는 약세 흐름
日은 재정적자 우려 커지고
韓은 해외투자 증가가 원인
KDI “올해 달러당 원화값 1456원”
중국 위안화.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투자은행과 국제기구들이 공통적으로 동아시아 3국(한국, 중국, 일본) 통화가 경제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된 상태라고 진단하는 가운데,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만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엔화와 원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조화되면서 달러 대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6.91위안을 기록 중이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밑도는 이른바 ‘포치(破七)’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 2023년 이후 위안화 가치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위안화 강세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사상 최대 수준의 무역흑자가 꼽힌다. 미국의 대중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유럽과 동남아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면서 지난해 수출액과 무역흑자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년 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3조7719억달러, 무역흑자 규모는 1조189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 증가로 이어지며 달러 하락·위안화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중국 당국이 최근 자국 은행들에 미국 국채 매입을 제한하도록 했다는 보도도 위안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달러 자산 의존도를 줄이고 위안화 자산의 상대적 가치를 높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환경 역시 수입 물가와 내수 수요를 낮추면서 수입을 줄이고, 그 결과 무역흑자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면서 위안화 가치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 요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강세가 나타날 경우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상승을 억제했지만, 최근에는 강세를 용인하는 기조로 전환한 모습이다.

실제로 국제기구와 투자은행들도 위안화 저평가를 지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위안화가 약 16%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위안화가 적정 가치보다 약 25%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대규모 무역흑자를 문제 삼으며 환율 절상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무역 갈등 완화를 위해 위안화 절상을 일정 부분 용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가 점진적으로 절상되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통화 신뢰도를 높이려는 정책 신호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엔화
반면 엔화와 원화는 구조적인 약세 요인을 안고 있다. 엔화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확장적 재정정책 기대가 커지면서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30%에 달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확대할 경우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엔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달러당 엔화 환율은 올해 초 158엔까지 상승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160엔에 근접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 정부의 구두 개입으로 155엔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원화 역시 지난해 말 달러당 1470원대 후반까지 상승한 이후 현재는 145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과 개인 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 개인과 기관의 미국 주식 보유액 증가율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4.7%로, 싱가포르(29.2%)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해외 자산 투자 확대는 외환시장 내 달러 수요를 구조적으로 증가시키며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원화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최근 경제전망에서 올해 평균 환율 전망치를 기존 1423원에서 1456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 유출 확대가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하루 평균 3억7300만달러에 달하며, 지난 1월보다 57% 증가했다. 미국 증시가 AI거품론으로 조정받고 있음에도 서학개미의 미국주식 매수가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달러당 원화값은 1450원대 초반에서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환헤지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수출기업의 외화 매도 유도를 강화하는 등 외환시장 안정 조치에 나선 것이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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