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52조 첫 대미 투자 확정…한국에 독촉장 되나 [최준영의 글로벌 워치]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6. 2. 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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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투자처는 AI 인프라…데이터센터 전력용 발전소 건설에 48조 투입
한국도 더 시간 끌기 어려워…‘인식의 전환’ 통해 ‘미래 산업’에 투자해야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월17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무역협정에 따른 첫 사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은 15%의 관세 적용을 조건으로 총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는데, 이에 따른 첫 번째 가시적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총 360억 달러(약 52조원) 규모다. 미국으로부터 약속 이행이 늦다는 불만과 압박을 받는 우리로서는 더 큰 압력이 닥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국 합의를 분석해 미국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우리 입장에서 최선의 대안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국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3가지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오하이오주에 9.2GW(기가와트) 규모 천연가스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다. 9.2GW라는 발전용량은 원자력발전소 9개와 맞먹는 것으로 약 74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9.54GW 설비용량으로 세계 최대인 UAE의 제벨 알리 화력발전소와 맞먹는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다. 오하이오에 건설될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미 동부를 담당하는 PJM(미국 최대 전력 공급망 운영 업체) 송전망을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이 지역에 초거대 가스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이유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지역은 중국이나 미국의 캘리포니아나 텍사스가 아니라 버지니아와 오하이오를 중심으로 한 미 동부다. 이 지역에 AI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버지니아주의 경우 전체 전력의 39%를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상황이며 오하이오주도 9%에 이르고 있다. 

ⓒGemini 생성이미지

美·日, 발전·광물·석유 3대 프로젝트 합작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기요금도 급등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기요금은 5년 전과 비교하면 최대 267% 인상 폭을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정용 전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지역의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PJM은 추가 발전소 및 송전망 건설로 인해 가구당 전력요금이 17달러 이상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8개월 이내에 전기요금 50%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전기요금은 매월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기에 초대형 가스 화력발전소 건설이 최우선 과제로 추진된 것이다. 

총 33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오하이오주 가스 화력발전소 건립은 소프트뱅크 그룹이 주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나소닉 홀딩스, 도시바, 히타치, 무라타 제작소, TDK를 비롯한 전기·전력 기자재 제조업체들이 참여하고 미즈호은행 및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양국 금융기관들도 참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일본 기업들은 가스터빈, 변전설비 및 송전설비 공급과 더불어 대규모 건축·토목 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카만'이라고 명칭을 변경한 멕시코만의 심해 원유 수출 시설이다. 텍사스주 브라조리아 카운티 지역에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걸프링크 수출 터미널에 일본의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다. 걸프링크 프로젝트는 해안에서 약 50km 떨어진 곳에 원유 수출 터미널을 건설해 초대형 유조선(VLCC)이 직접 접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반적으로 VLCC는 흘수(선박이 물에 잠긴 깊이)가 깊어 일반 항구에 직접 접안하지 못하고 4척의 소형 유조선이 해상에서 VLCC로부터 원유를 하역한다. 당연히 항만 혼잡과 운송 비용 증가로 인해 전체 효율성이 낮아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VLCC가 직접 접안할 수 있는 깊은 수심의 항구를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은 이 프로젝트에 약 21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많은 원유 생산을 통한 미국 내 에너지 가격 인하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 메이저를 비롯한 많은 업체가 증산으로 인한 가격 하락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신규 원전 탐사 및 개발에 대한 투자는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외부 투자금을 동원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미국 내 투자를 보충하기를 희망해 왔는데 일본이 참여를 결정함으로써 큰 짐을 내려놓게 됐다. 

세 번째는 산업용 합성 다이아몬드 프로젝트다. 보통 일반 다이아몬드는 절단 및 연마 등에 활용된다. 인공적으로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방법은 천연 다이아몬드 생산 방식을 재현하는 고온고압(HPHT) 방식과 진공 체임버에서 탄소가스를 분해해 다이아몬드를 성장시키는 화학기상증착(CVD) 방식으로 구분된다. 

세계 인공 다이아몬드 시장은 약 3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고 있으며 중국이 85%, 인도가 1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고온고압 방식을 통해 산업용 다이아몬드를, 인도는 화학기상증착 방식으로 보석용 다이아몬드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단단할 뿐만 아니라 구리보다 5배 이상 뛰어난 열 전도율을 보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열 전도율이 높다는 것은 발열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AI 기술 경쟁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고성능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어떻게 낮추고 관리할 것이냐다. 

만약 합성 다이아몬드로 기판을 만들 수 있다면 발열 문제를 해결하고 칩의 수명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합성 다이아몬드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이 조지아주에 건설될 합성 다이아몬드 공장 건설에 6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은 중국 공급망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美 요구 파악해 과감한 규모로 투자해야

일본의 대미 투자 결정은 철저하게 미국의 뜻을 존중하면서도 자국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대규모 전력 수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방정부 차원의 인허가 지원을 받아 빠르게 가스 화력발전소를 건설한다면 투자금 회수에 걸리는 시간은 크게 줄어든다. 원유 수출 시설에 대한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합성 다이아몬드의 경우 최근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AI 분야 기술 도약 및 투자 확대에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단순 투자를 넘어 일본 기업들이 설비 공급 및 유지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일본에 3가지 가운데 한 가지를 고를 수 있도록 배려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다카이치 총리는 모두를 선택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만족시켰다. 

일본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확정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과감한 규모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강제로 투자한다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규제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한 조선·철강을 뛰어넘는 미래 전략 분야 선정과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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