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바닷물에 몸이 스르르…“보약이 따로 없네”

장다해 기자 2026. 2.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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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통 전남 함평 ‘해수찜’
1300℃ 숯불에 달군 유황돌
갯벌 천연수에 쑥향이 한가득
오랜 한증법…찜·탕으로 즐겨
피부질환·신경통 완화에 도움
물 적신 수건으로 1시간 찜질
굳었던 심신 풀고 피로 날리고
전남 함평에서 뜨거운 유황돌과 숯을 넣어 증기가 피어오르는 탕 속에서 기자가 해수찜을 체험하고 있다. 함평=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하얀 김이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운무 속에 잠긴 듯 뿌옇게 흐려진 실내로 조심스레 발을 들이면 한가운데 펄펄 끓는 물 위로 둥둥 떠다니는 작은 대야가 눈에 들어온다.

탕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약재가 담긴 가마니와 숯, 투박한 돌이 쌓여 있다. 후끈한 증기만으로도 피로가 풀리는 듯한 이곳은 200여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해수찜질방이다.

입춘이 지났는데도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2월, 바닷물과 유황돌로 추위를 달랠 수 있다는 전남 함평군 손불면 궁산리의 한 해수찜을 찾았다. 찜과 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해수찜은 1800년대부터 널리 이용한 한증법을 따른다. 한증법은 도자기 가마 속에 들어가 몸에서 열을 발생시키는 전통 건강요법이다.

해수찜도 방식이 비슷하다. 목조 공간에서 1300℃ 숯불로 달궈진 돌을 뜨거운 해수에 넣어 증기를 유발한다. 증기 가득한 공간에서 바닷물을 가득 머금은 무거운 수건으로 몸을 찜질하는 식이다.

함평이 특히 해수찜으로 유명한 이유는 바로 앞에 펼쳐진 서해 갯벌에서 퍼올린 바닷물을 정제해서다. 맑은 바닷물이 아니라 미네랄이 풍부한 펄이 섞여 피부에 더욱 좋다. 펄은 입자가 작아 모공에 있는 불순물·피지·노폐물을 흡착해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해수에 넣는 돌은 인근의 유황돌이다. 유황 성분이 피부에 은은한 윤기를 더한다.

해수에 넣는 돌도 특별하다. 손불면에서 영광 앞바다까지 지층에는 다량의 유황돌이 깔려 있다. 돌이 머금은 유황과 게르마늄 성분이 피부에 스며들어 은은한 윤기를 더한다. 동시에 돌과 물이 만나 생긴 수증기가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을 풀어 신경통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광주송정역에서 차로 1시간가량 달리면 손불면에 당도한다. 서해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길게 뻗은 붉은 벽돌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을 운영하는 정영기씨(85·함평)는 1965년 노천 온천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겨울철 추위에 1시간 이상 온천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지금처럼 바닷물과 유황돌을 활용해 실내를 데우는 방식을 도입했단다.

현장에 도착해 찜질복과 수건 두 장을 받았다. 옷을 갈아입고 큰 수건을 챙겨 탈의실 문을 나서자, 긴 복도에 방들이 이어졌다. 원래는 한꺼번에 수십명이 들어가는 큰 탕으로 돼 있었다. 그런데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단체 관광이 줄고 방문객이 가족·개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각자 온 사람끼리 삼삼오오 들어갈 수 있도록 건물 안 구조를 여러개의 작은 공간으로 쪼갰다는 게 정씨 설명이다.

해수찜을 하면 돌과 물이 만나 생긴 수증기가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을 풀어준다.

그중 하나에 들어서자, 목조로 만든 바닥 가운데 정사각형으로 움푹 파인 탕에 물이 담겨 있었다. 마치 계단처럼 걸터앉아 탕에 발을 담글 수도 있고, 누울 수도 있을 만큼 크기가 넉넉하다. 뜨뜻한 해수와 달궈진 유황돌이 만나 일으키는 묵직한 습기가 가녘까지 빼곡히 들어찼다. 탕 온도가 80℃까지 치솟는데 이때 절대 물에 발이나 손을 담가서는 안된다는 게 주인장의 당부다. 이용 제한시간 1시간30분 중에서 1시간 정도는 물을 적셔 따끈하고 무거워진 수건을 몸에 올리는 게 이 해수찜의 올바른 이용법이다.

이제 찜질하고 싶은 어깨나 허리 같은 부위에 수건을 두르고 나무판자 위에 눕거나 벽에 기대 다리를 뻗으며 쉴 차례.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휘감기니 근육과 관절 마디마디가 느슨해지는 기분이다. 그사이 방 안에 번진 쑥향이 번잡한 머릿속까지 정리해주는 것 같다.

1시간이 지나면 물이 알맞게 식어 탕에 들어갈 수 있다. 매월 한번씩 아내와 함께 광주광역시에서 이곳까지 발걸음한다는 한 손님은 “1시간30분 정도면 딱 개운하다”고 말했다.

정영기씨는 “겨울철 주말에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탕 안에 들어갈 수 있다”며 “대구·부산·광주광역시를 비롯해 전국에서 매월 찾아오는 분도 있을 정도로 인기”라고 전했다.

함평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저마다 방식으로 바닷물을 활용한 찜·탕에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전남 보성 율포해수녹차센터’에서는 지하 120m에서 바닷물을 끌어올린 암반 해수와 찻잎을 우려낸 녹차로 목욕한다. ‘전북 부안 변산해수찜’에서는 찜과 더불어 건강을 챙기는 탕과 쑥뜸, 좌훈까지 이용할 수 있다. ‘울산 강동해수온천’은 정자 앞바다 자연 바닷물을 100℃ 이상 끓여 염도가 높고 살균효과가 뛰어나다. ‘인천 영종도 일대 솔밭해수방’에서는 탁 트인 바다 전망을 즐기며 몸에 좋은 약초 해수탕에 몸을 담그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붉은 말의 해가 떠올랐다. 새해를 맞아 동장군 탓에 굳었던 심신을 풀고, 묵은 피로를 날려버리고 싶다면? 해수찜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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