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에도 ‘노도강·금관구’만 팔렸네
집 팔라며 주택 관련 세금 압박에 거래 실종
실수요자는 10억 안팎 저가 아파트만 매수

2월 들어 매매가 활발히 이뤄진 서울 아파트 단지가 대부분 비교적 매매가가 낮은 노원·도봉·관악·구로 등 외곽 지역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끝내겠다고 밝혀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문 것으로 파악된다.
22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19일까지 5건 이상의 매매 계약이 체결된 서울 아파트 단지는 8곳으로 모두 구로구, 관악구, 노원구, 도봉구에 있다.
구로구 구로동 구로두산, 관악구 신림동 신림푸르지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6, 관악구 봉천동 관악우성아파트가 각각 6건씩 매매돼 이 기간 서울 아파트 중 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졌다. 모두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다. 상계주공16단지는 2392가구로 가구 수가 2000가구를 넘는다. 다만 매매가는 5억원대에서 12억원대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15억810만원·2025년 12월 KB부동산 기준)보다 낮았다. 10일 거래된 신림푸르지오(전용면적 138.74㎡)가 12억3000만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렸다.
또 도봉구 창동의 창동주공1단지, 도봉구 도봉동 서원, 구로구 개봉동 두산, 노원구 하계동 청솔도 각각 5건의 매매가 이뤄졌다. 서울 아파트 중 5건 이상 매매가 이뤄진 단지는 모두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로 불리는 외곽 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앞서 정부는 오는 5월 9일까지 유예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1월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2026년 5월 9일 종료는 2025년 2월에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했고, 2월 3일 국무회의를 거쳐 12일 유예 종료를 확정했다. 다만 5월 9일까지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 지역에 따라 4~6개월 안에 양도하더라도 중과세를 면제하는 보완 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이 알려지면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서울의 아파트 매물도 증가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1월 24일 5만6373건에서 2월 20일 6만5416건으로 16% 늘었다. 성동구(41.8%), 송파구(34.4%), 광진구(31.6%) 등은 30~40% 매물이 증가했고, 서초구(18.6%), 강남구(14.9%), 용산구(21.9%) 등도 10~20%가량 매물이 늘었다.
비교적 저가의 아파트에서만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정부 대출 규제의 영향이라는 의견이 많다. 장소희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25억원 이상 아파트는 대출이 2억원밖에 나오지 않고 나머지 금액을 모두 현금으로 매수해야 하는데 이 정도의 현금을 준비해 놓은 무주택자가 많지 않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의 역설’이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집을 파는 것이 유리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매물은 늘고 있지만, 한편으로 보유세 강화 등 집을 보유하는 데 따른 세금 부담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주택 매수를 억제하고 있어 서로 상충하는 규제로 인해 거래가 실종됐다는 의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고가 아파트는 대출이 안 나와 현금으로 집을 사야 하는데 정부가 주택 보유세를 올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돼 현금을 보유한 사람이 굳이 지금 집을 사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했다. 김 소장은 “오히려 대출이 6억원까지 나오고 10억원 이하 매물이 많은 노도강이나 금관구의 매물은 실수요자가 많이 찾고 정부가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가격이 내려가는 급매가 나올 가능성도 낮아 지금 매수 계약이 많이 체결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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