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몰래 입주한 세입자들…21세기판 ‘인생은 아름다워’의 결말 [2026 베를린영화제]
![페르난도 에임브케 감독의 멕시코 영화 ‘모스카스’의 한 장면. 병원 앞에서 혼자 살아가는 노년 여성 올가는 만사가 귀찮고, 타인의 간섭을 싫어하면서도 수술비가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아파트의 방 하나를 세놓습니다. 가난한 세입자 툴리오가 혼자 쓰겠다며 방을 빌리지만, 실은 툴리오의 9세 아들 크리스티안이 몰래 살면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베를린영화제 홈페이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2/mk/20260222000902084emis.png)
수많은 영화들이 성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지만, 그 가운데 성을 전면화하지 않으면서도 온기 어린 차분한 미소를 품게 만드는 영화 한 편이 눈에 띄었습니다. 페르난도 에임브케 감독의 멕시코 영화 ‘모스카스’입니다. 전설적인 영화, 로베르토 베니니의 1998년작 ‘인생은 아름다워’의 현대판이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모스카스’를 지난 20일(현지시간) 베를린영화제 현장에서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10여편의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을 관람했고 ‘모스카스’는 마지막 작품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여운을 남겼습니다. 쿡쿡 터지는 웃음이 가득하면서도 ‘인간은 결국 모든 고통을 극복할 힘을 가진 존재이며, 그 과정에서 누구도 혼자 시간을 견딜 수는 없다’는 감동과 교훈을 주는 영화 ‘모스카스’를 소개합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보조 극장인 ‘베를리너 페스티슈필레’에서 영화 ‘모스카스’ 관람을 기다리는 관객들. [김유태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2/mk/20260222000903404tstv.png)
만사가 귀찮은 무표정한 표정의 올가는, 발톱이 아파 동네 병원에 갔다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기에 올가는 돈을 구하고자 잘 쓰지 않는 방을 세놓기로 합니다. 올가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대형 병원 바로 옆이었고, 환자의 가족들이 머물 공간을 임대 놓는 경우가 많기도 했습니다. 올가가 전단지를 붙이자 40대 남성 툴리오가 올가 집에 입주합니다.
노년의 여성과 40대 남성의 달갑지 않은 만남. 이에 올가가 정한 둘 간의 규칙은 이러했습니다. “첫째, 거실과 주방은 사용 금지. 둘째, 화장실은 쓸 수 있지만 오래 머물진 말 것. 셋째, 귀찮게 하지 말 것.” 석연찮은 표정의 툴리오는 올가가 제시한 조건을 결국 받아들이고 방을 저렴하게 구합니다. 그러나 사실 툴리오는 올가에게 함구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9세 아들 크리스티안 역의 바스티안 에스코바르, 아빠 툴리오 역의 휴고 라미레즈.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2/mk/20260222000904689hmsb.png)
툴리오는 약국에서 약을 사서 병실의 아내에게 갖다준 뒤 아들 크리스티안과 콘크리트 바닥이나 놀이터를 전전하며 하루를 힘들게 살아갑니다. 딱히 갈 곳도 없고, 그렇다고 병원을 떠날 수도 없었기에 하루하루가 힘겹습니다. 더구나 올가가 툴리오의 아들 크리스티안의 존재를 알게 되면 쫓겨나거나 방세를 올려받을 것이 분명했기에 하루하루가 긴장감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꼬리가 밟히는 날이 결국 오고야 맙니다. 올가가 작은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는 툴리오와 크리스티안을 목격해버린 겁니다. 아내 병수발을 위해 병원 앞에서 살면서 어린 아들과 한낮에 점심을 먹고 있다는 건, 방에 머무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임이 분명했습니다. 올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여기까지가 영화 초반부 줄거리입니다.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크리스티안 역을 맡은 바스티안 에스코바르. 아빠 툴리오의 부성애가 눈물겹지만 크리스티안은 위축되지 않고 발랄하게 하루를 살아갑니다. [EPA·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2/mk/20260222000905988sjii.png)
![지난 20일(현지시간)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페르난도 에임브케 감독(오른쪽)과 크리스티안 역을 맡은 바스티안 에스코바르.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2/mk/20260222000907312urns.png)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는 ’21세기판 인생은 아름다워‘에 가깝다는 사실을요. 소년 크리스티안은 학교를 가지도, 친구와 놀지도 못하지만 지금 주어진 상황에 위축되지 않습니다. 아빠가 사준 최저가폰의 게임을 하면서 그저 ‘아홉 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아들이 흠뻑 빠진 게임에 빗대어, 아빠 툴리오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는 왜 병원에 있는 거야?”
“엄마 몸에는, 너가 자주하는 게임처럼 ‘침입자’가 들어와 있어. 엄마는 지금 하루하루 침입자들과 싸우고 있는 거야.”
![지난 20일(현지시간)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보조 극장인 ‘베를리너 페스티슈필레’에서 영화 ‘모스카스’ 관람을 위해 입장 대기 중인 관객들. 베를린예술대학 바로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날 기온은 영하 5도였고 주행사장에서 40분 거리에 위치했지만 영화제에 참석한 관객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김유태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2/mk/20260222000908616fuid.png)
나치 수용소에 갇힌 아빠 귀도가 아들 조슈에에게 비참한 수용소 생활을 두고 “이건 너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게임이며, 점수를 모두 모으면 진짜 탱크를 준단다”고 속였던 그 이야기 말입니다. 조슈에의 동심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앞운 수용소 내 유대인들이 귀도의 거짓말에 동참하는 모습이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지요.
‘인생은 아름다워’는 히틀러의 나치라는 절대악 속에서의 지독한 희극 다루는 반면, 페르난도 에임브케 감독의 ‘모스카스’는 21세기의 절대악은 특정된 악인이 아니라 우리 삶의 주변에서 언제나 공존하는 가난, 궁핍, 질병임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습니다. 귀도와 조슈에, 툴리오와 크리스티안은 세기를 건너 다시 만나고 있다는 환시까지 느껴집니다.
‘모스카스’는 베를린영화제 트로피를 받아낼 수 잇을까요. 결과는 22일(한국시간) 새벽 발표됩니다.
![영화 ‘모스카스’ 티켓. [김유태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2/mk/20260222000909915oltp.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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