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영웅 전한길? 일부 언론은 어떻게 '가담자'가 됐나

금준경 기자 2026. 2. 2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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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레터 : 이주의 미오픽] 내란 이후 저널리즘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윤석열 전 대통령, 전한길 한국사 강사. ⓒ연합뉴스

지난 19일 지귀연 재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 정치적으로 양분돼서 극한의 대립 상태를 겪고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내란으로 인해 촉발된 극한의 대립 상태. 언론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일부 언론은 스스로 대립을 키우는 불씨가 됐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선 내란과 함께 기억해야 할 '내란 이후 저널리즘의 문제적 행태'를 짚습니다.

스카이데일리의 등장

언론이 갈등을 부추긴 극단적인 경우가 스카이데일리입니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해 1월16일 <[단독]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 등의 기사를 통해 계엄 당시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 작전을 펼쳐 경기도 수원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99명의 중국인 간첩을 체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간첩'이 '부정선거'를 한 물증을 잡기 위한 계엄이라는 것이죠. 이후엔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합니다. 이른바 보수신문들도 등을 돌리는 사이에 나온 보도였습니다. 이 매체는 윤석열 전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 사이에서 '희망'이 됐습니다.

2011년 창간된 스카이데일리는 부동산 경제지를 표방했습니다. 회사명에 '스카이'는 서초(S), 강남(K), 용산(Y)을 의미했습니다. 전부터 소수자 혐오 기사 등이 논란이 되긴 했지만 허위정보와 음모론을 쏟아내지는 않았는데요. 내부에선 조정진 전 세계일보 논설위원의 대표이사 취임을 변곡점으로 봅니다. 조정진 전 스카이데일리 대표는 2022년 1월 '스카이데일리닷컴'의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으로 선임된 이후 5·18 왜곡 보도를 200여건 쏟아내고 부정선거 음모론 보도까지 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1월 스카이데일리의 중국 간첩 부정선거 음모론 관련 보도. 사진=스카이데일리 홈페이지 갈무리

스카이데일리의 등장은 언론계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았습니다. 그간 언론이 보도하는 것은 '가짜뉴스가 아니다'라는 통념이 있었지만 매체의 형식을 떠나 말도 안 되는 허위정보를 쏟아냈기 때문이죠.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다행인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언론계가 스카이데일리를 방치한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스카이데일리는 2025년 9월 한국인터넷신문협회에서 제명됐습니다. 인터넷신문협회가 총회를 거쳐 회원사 제명을 결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스카이데일리 내부 변화도 있습니다. 스카이데일리에선 '극우적 기사'를 쓰는 기자들과 그렇지 않은 기자들 사이에서 내부 갈등이 잇따랐고 결국 문제적 보도를 주도한 기자들이 떠나게 됩니다. 그 결과 스카이데일리는 5·18 왜곡보도와 간첩 체포설 보도가 오보임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내놓습니다.

한계도 있습니다. 이토록 문제가 되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언론 자율규제기구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스카이데일리에 '경고' 조치를 하는 데 그쳤습니다. 사실상의 허위조작정보를 쏟아내 사회를 혼란스럽게 했음에도 우리 언론의 자율규제 조치는 미흡했던 것입니다.

여전히 문제적 보도를 한 기자들이 활동하는 점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카이데일리에서 문제적 보도를 작성한 허겸 기자는 퇴사 후 새 언론사인 한미일보를 창간해 활동하고 있으며, 조정진 당시 스카이데일리 대표는 트루스데일리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한미일보와 트루스데일리는 부정선거 음모론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이대로는 제2의 스카이데일리를 막을 수 없다]
[관련기사 : 태세전환 스카이데일리? 내부에 무슨 일 있었나]

내란 옹호마저 '따옴표'

내란 사태를 기점으로 한국 언론의 따옴표 저널리즘 문제의 폐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특정 인물의 주장이 있으면 이를 인용해 전달하는 제목을 뽑는 관행이 내란 옹호 주장에도 따옴표를 붙여 내란을 옹호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냈습니다.

전한길씨 사례가 대표적인데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104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월20일부터 99일간 '전한길' 기사를 검색한 결과 전한길씨 발언을 그대로 전하는 따옴표 저널리즘 보도가 총 664건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전씨 발언을 직접 비판하거나 제목·본문에서 간접적으로 비판한 보도는 93건으로 12% 수준에 그칩니다.

▲미디어오늘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104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월20일부터 지난 28일까지 99일간 '전한길' 기사를 검색한 결과 전한길씨 발언을 그대로 전하는 따옴표 저널리즘 보도가 총 664건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안혜나 기자

특히 언론은 전씨가 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칭한 내란 옹호 발언, 윤 전 대통령 암살설 주장, “탄핵 인용 시 헌법재판소는 가루가 될 것”이라는 극단적 주장까지 비판·분석 없이 기사화했습니다. 전씨 발언을 가장 많이 기사화한 언론은 파이낸셜뉴스로 총 55건에 달하며 이어 매일신문 52건, 매일경제 40건, 헤럴드경제 37건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윤상현, 나경원 등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치적 계산에 따라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성 정치 기사의 문법에 따라 이들 주장도 그대로 '따옴표'로 전해졌고 이 역시 내란 옹호를 그럴싸한 주장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정치인들의 권위가 극우 지지자들의 확증편향을 강화했습니다. <윤상현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2024년 12월11일 채널A) 등의 기사는 의도와 달리 내란을 옹호하는 효과를 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복합적인데요. 우선 언론의 취약한 수익 구조가 있습니다. 포털에 종속된 구조에서 언론사 간 경쟁이 붙으면서 자극적인 제목이 수익 창출에 유리해졌습니다. 인터넷신문사에서 국민의힘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다른 곳에서 실시간으로 기사를 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깊게 고민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출입처에서 나온 주장을 대변해주는 관행까지 맞물렸습니다.

대안은 없을까요. 지난해 이 문제를 취재할 당시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비상계엄은 통치행위”라는 윤상현 의원의 말을 인용하더라도 '위헌성이 뚜렷한 비상계엄을 현직 의원이 옹호했다'는 기자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며 이를 강조해야 한다고 말습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계엄은 계몽령이었다'는 식의 주장은 따옴표로 끝내지 말고 '황당하다', '근거가 없다'고 덧붙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관련기사 : 전한길 '투사' 만든 따옴표 저널리즘… 이렇게 바꾸자]
[관련기사 : 내란 보도, '균형 강박' 속 고민 깊은 기자들]

내란옹호 스피커 된 기성언론 유튜브

<탄핵은 기각! 각하! 시대의 영웅 전한길과 김성원이 말한다!!>. 지난해 3월13일 아시아투데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아투TV의 '류여해의 적반하장' 코너 콘텐츠 제목입니다. 지면이나 TV방송에선 직접적으로 계엄을 옹호하지 않은 언론사가 유튜브에선 음모론이나 과격한 주장을 할 수 있는 판을 적극 깔아줬습니다. 유튜브에선 조금 더 느슨하고, 조금 더 편향적이고, 조금 더 자극적이어도 된다는 생각이 '따옴표 저널리즘' 이상의 문제를 만드러냈습니다.

전한길씨는 보수언론이라 하더라도 TV방송과 지면에선 인터뷰가 많지 않았는데요. 정작 언론 유튜브 채널에선 경쟁적으로 섭외에 나섰습니다. TV조선, 조선일보, 채널A, 아시아투데이의 채널에 여러차례 출연했습니다. 내란을 옹호하고, 본질을 흐리는 그의 발언을 인용하는 것을 넘어 마이크를 쥐여 준 것입니다.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에선 5·18 민주화운동 폭동설을 주장해 논란이 된 신남성연대 대표까지 인터뷰했습니다. 신남성연대 메신저 대화방에선 해당 인터뷰 영상을 공유하며 “드디어 언론다운 언론에서 사실을 보도해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 TV조선 유튜브 쇼츠 목록화면. 별도의 편집 없이 업로드된 순서를 그대로 캡처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내용을 부각한 경우가 많았다.

TV방송에선 출연자가 확인되지 않은 말을 하거나 극언을 하면 사회자가 제지하지만 유튜브에선 달랐습니다. 정파적 주장을 방치하는 정도가 아니라 비상계엄을 옹호하거나 선거부정 음모론에 적극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컸습니다.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두시엔 김광일'에선 전한길씨의 극언이 이어졌음에도 사회자가 “국민들 위해 몸 던져 말씀하신다”라고 치켜세웠고요. 윤 전 대통령 파면 당일 전한길씨를 초대한 자리에서 나온 사회자의 첫 마디는 “아이고 어떡합니까. 어떻게 해야 합니까”였습니다.

TV방송과 지면에선 탄핵 심판의 여러 경우의 수를 나열했던 TV조선과 조선일보가 유튜브에선 한쪽 전망을 강하게 부각했습니다. 조선일보에선 <“이변 없는 한 기각 혹은 각하.. 근거 있습니다”>, <”사기탄핵은 각하가 맞다”>, <“윤 선고 만장일치? 터무니없는 소리”> 등의 제목으로 영상을 냈고요. TV조선에선 <“윤 대통령을 믿고 탄핵 기각하는 것이 타당”>, <헌재 전문가 등판!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인 2가지 이유”> <“나라를 위해 기각”?!> 등의 제목으로 영상을 냈습니다.

탄핵 선고가 내려진 지난해 4월4일 TV조선 유튜브 '뉴스트라다무스'에서 김미선 TV조선 정치부 데스크는 “한쪽만을 반영해 쓴 것 같다”며 “납득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조선일보 유튜브 라이브에서 조선일보 법조전문기자는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했습니다.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헌법재판소는 오늘로 끝”이라며 “그들 사이에 무슨 검은 거래는 없었는지”라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기자들이 나서서 탄핵심판 결과를 부인한 것인데, 조선일보 지면에선 비교적 차분한 논조를 보인 것과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TV방송과 달리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조금 더 편향적으로 접근해야 알고리즘을 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것이겠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튜브라는 이유로 언론의 책임을 기해선 안 됩니다.

[관련기사: 시대의 영웅 전한길? 계엄옹호 스피커 된 언론사 유튜브]

보수언론의 분화

내란 국면에서 보수언론은 크게 세 그룹으로 분화됐습니다. △윤 전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고 헌법재판소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 매일신문·아시아투데이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진 않지만 사법부·수사기관·민주당 비판에 집중한 조선일보 △비상계엄 선포 초기부터 내란 세력과 선을 긋고 대통령 탄핵을 요구한 동아일보·중앙일보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는 이전 뉴스레터에서 다루기도 했는데요. 중앙일보·동아일보가 비상계엄 국면 초기부터 내란사태를 비판하고 윤 전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일관된 논조를 보인 것과 달리, 조선일보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물타기 논조를 택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비판하지만, 동시에 사법부·수사기관·민주당을 비판하는 것이죠. 2024년 12월4일부터 2025년 4월22일까지 신문 사설을 분석한 결과,조선일보에 나간 사법부·수사기관·민주당 비판 사설은 총 63건으로, 중앙일보·동아일보(각각 9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 내란 사태 관련 아시아투데이, 매일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의 사설 건수. 정리=윤수현 기자, 그래픽=안혜나 기자

문제는 내란을 직접적으로 옹호하는 기성언론도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매일신문·아시아투데이가 비상계엄이나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사설 건수는 각각 17건·65건에 달했습니다. <법원은 尹 대통령 구속 취소하라> <헌재, 3·1절 국민의 뜻대로 윤 대통령 탄핵 각하하라> 등 사설을 내며 대통령 탄핵·내란 사태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했고요. 매일신문 역시 <윤 대통령이 밝힌 계엄 불가피성, 헌재는 경청하라> 사설에서 “동원된 계엄군 숫자는 소수였고, 계엄군은 국회의원 체포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계엄이 해프닝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주장을 옹호했습니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에선 비상계엄·윤 전 대통령 옹호 사설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매일신문·아시아투데이에선 부정선거 음모론도 확산됐습니다. 매일신문은 <헌재, 선거 부정 검증 않겠다면 尹 탄핵 심판 접으라> 사설에서 헌재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아시아투데이는 <대수술·선거시스템 검증 없이는 선관위 못 믿어> 사설을 통해 중앙선관위 부정채용 의혹이 수면 뒤로 드러난 김에 부정선거 음모론도 검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들 언론은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에 불복하기도 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헌법재판관조차 탄핵을 인용했지만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사법 불신을 유발한 것이죠. 아시아투데이는 선고 후 <대한민국·헌법·국민 배신한 헌법재판관들, 역사의 심판 받을 것> 사설에서 “우파 재판관들마저 윤 대통령 탄핵을 결정했으니 이를 두고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했고요. 매일신문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선출된 권력' 파면, 과연 정당한가> 사설에서 “헌재가 국회 독재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극단적 주장을 내놨습니다.

“'나는 매일신문이랑 스카이데일리 밖에 안 봐' 한남동 집회를 취재하다 들은 응원 한 마디. 힘이 나기는커녕, 어느새 1년을 채운 매일신문 생활을 울적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우린 왜 매일신문의 신뢰성을 스스로 의심하게 됐나.” (매일신문 60기 성명 중)

다행스럽게도 매일신문에선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기수별 성명이 잇따랐고 노조와 기자협회의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매일신문은 58·59기 기자들은 “사명감으로 일해 왔던 우리는 제 손으로 세상을 얼룩지게 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일이 괴롭다. 동료들도 '회사 논조가 버겁다'며 이곳을 떠나거나 떠날 곳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2017년 입사자들도 “정치 이슈와 무관한 취재 과정에서 기자 개인이 비난을 당하거나 조롱을 당하는 일도 생긴다”고 했습니다. 57기 기자들은 “기자도 모르게 기사 제목이나 논조가 바뀌고 작성된 기사가 삭제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했고요. 50기 기자들은 “휴일에 가족과의 시간도 반납한 채 취재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현장 콘텐츠는 웹에서 남몰래 삭제되는 일마저 벌어졌다”며 “극단화된 정치병행성이 저널리즘 붕괴를 가져온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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