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40일치 짐 싸서 왔다… 전역증에 잉크도 안 말랐는데, 1군과 다시 만난 이유 있다

[스포티비뉴스=미야자키(일본), 김태우 기자] SSG 육성팀 관계자는 지난 1월 25일 시작한 팀 퓨처스팀(2군) 미야자키 전지훈련을 앞두고 하나의 연락을 받았다. “만약 캠프 뒤 1군에 가면 한국에 일시 귀국했다 다시 나가는지, 아니면 계속 미야자키에 머무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SSG는 올해 1군과 2군이 동시에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2군이 먼저 일본 미야자키로 들어가 훈련을 하고, 2군 전지훈련이 끝나면 미국 플로리다에서 전지훈련을 마친 1군이 미야자키의 시설로 그대로 들어오는 형식이었다. 1차 캠프 종료 후 2군에서 실전 위주의 1군 2차 캠프로 올라가는 인원이 있을 것임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즉, 이 선수는 2군 캠프가 시작될 때부터 1군 2차 캠프 합류를 목표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구단 관계자는 “한국에 귀국하지 않고 미야자키에 머물다 1군과 합류할 예정”이라고 답변했고, 이 선수는 미야자키에서 40일을 있을 각오로 2군 캠프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이뤄졌다. SSG는 23일부터 시작될 1군 미야자키 2차 캠프를 앞두고 2군에서 4명의 선수를 불렀다. 40일치 짐을 다 싸온 내야수 김민준(22·SSG)도 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 SSG의 7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한 김민준은 동년배 최고의 내야 수비력을 가지고 있다는 호평 속에 기대를 모았다. 유격수가 주 포지션인 김민준은 1군 코칭스태프로부터도 “수비는 1군 주전급에 못지 않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2023년에는 퓨처스리그에서 61경기라는 적지 않은 경기에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1군에 데뷔하지는 못한 채 2024년 입대했다. 일찍 군에 다녀오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논산에 위치한 육군훈련소에서 조교로 성실하게 군 복무를 했다. 다만 틈틈이 야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잘 안 됐다. 현역과 공익을 가리지 않고 훈련병들은 계속 들어왔고, 로테이션이 빡빡하게 도는 바람에 개인 정비를 할 시간도 부족했다는 게 김민준의 회상이다. 군 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철저히 ‘군인’ 신분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야구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훈련소 조교의 특성상 운동은 계속 할 수 있었고, 병장이 될 때쯤부터는 조금씩 여유가 생겨 야구 선수에 맞는 웨이트트레이닝 위주로 몸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김민준이 프로야구 선수라는 것을 아는 주위에서도 전역 후 다시 꿈을 향해 뛸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2025년 12월 16일, 전역증을 받았다.
연말에 전역했고, 캠프까지 준비할 시간이 한 달 남짓이었다. 사실 퓨처스팀 캠프에 합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짧은 준비 기간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강화 2군 시설에 합류한 김민준은 치열하게 훈련을 하고 만들었다. 한 달 동안 5㎏을 증량했다. 입대 전보다 강화 시설이 더 좋아지고 체계적으로 이뤄져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김민준은 기대 속에 미야자키 캠프까지 합류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 수비와 작전은 이미 인정을 받은 선수다. 내야 수비에서 가장 난이도가 있다는 유격수를 천직으로 삼았던 선수다. 작전도 뛰어나다. 현재 퓨처스팀에서 가장 번트를 잘 대는 선수로 손곱힌다. 그럼에도 1군에 가지 못했던 것은 타격의 기본 바탕이 약해서였다. 김민준도 타격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아무리 수비를 잘해도 어느 정도의 타격이 안 되면 궁극적인 1군 주전이 될 수는 없었다. 안 되는 타격에 자꾸 망설이기 일쑤였다.

그때 이명기 퓨처스팀 타격코치가 발벗고 나섰다. “충분히 좋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의욕부터 심어줬다. 더 빠른 공을 칠 수 있도록 파워포지션에서 히팅포인트까지 간결하게 나오는 스윙 폼을 만들기 위해 합심했다. 김민준은 “사실 1·2년 차 때는 팀에서 항상 수비를 강조하시니 수비와 작전만 신경을 썼다. 그런데 이명기 코치님은 처음부터 ‘못 치는 타격이 아니다. 잘 칠 수 있으니 나만 믿고 해보자’고 계속 강조하셨다”면서 “계속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타격이 재미있어지더라. 코치님께서 매일 야간에 30분씩 더 잡고 해주신다. 계속 느는 게 보여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그렇게 첫 목표였던 1군 캠프에는 왔다. 상무도 아닌 현역으로 군에 다녀온 선수가 전역증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1군과 만난 것이다. SSG도 김민준의 수비를 고려해 육성선수가 아닌 정식선수로 등록한 만큼 이제는 스스로 하기 나름이다. 김민준도 의지를 다진다. 1군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어도 그것은 100%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준은 “타이트한 게임들은 수비나 작전에서 실패가 있으면 안 된다. 100% 성공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유격수는 물론 2루에서도 믿고 쓸 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두 포지션을 부지런히 누비고 있다.
야구를 하지 못하고 PT 체조와 유격 훈련을 지휘하던 당시, 김민준은 야구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상무도 아니고 현역으로 남들보다 군 문제를 조금 빨리 해결했다 보니까 야구를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엄청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결과와 세부적인 목표도 있겠지만 매 순간 절실하게 플레이를 하고 싶다. 일찍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주변에서 봐도 ‘정말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다가올 1군 캠프를 응시했다. 어느 팀이든 수비력 좋은 내야 자원은 상시 필요한 만큼, SSG 1군도 그 절박함의 몸짓을 눈에 담을 준비를 마쳤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