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한국이 최고" 극찬 쏟아지더니…외국인 '6만명' 몰렸다
비알코리아·하이브아이피 등 거친 'IP 전문가'
전 세계 첫 '케데헌' 팝업 스토어도 성사
"'줄이 길다'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시대 지나"
"팬덤 비즈니스 진심으로 설계해야"
"즐겁게 '덕질'하는 환경 만드는 게 지향점"

지난해 전 세계를 뒤흔든 최고 화제작을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떠올릴 테다. '겨울왕국'에 매료돼 힘차게 "렛 잇 고(Let it go)~"를 외치던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은 이제 악귀를 물리치는 헌트릭스로 분해 세상을 황금빛 보이스로 물들이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인들에게 특별한 작품이었다. K팝을 소재로 해 메인 캐릭터 역시 걸그룹 헌트릭스, 보이그룹 사자보이즈로 이루어졌다. 서울 지하철·남산타워·북촌한옥마을·낙산공원·코엑스 K팝 광장·한강공원 등이 배경으로 등장했고, 주인공들이 김밥·컵라면을 즐겨 먹는 모습은 남모를 뿌듯함을 줬다.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깃들어 있는 작품인 만큼, 팝업 스토어도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열렸다. 당시 3개 층으로 구성된 팝업은 마치 관람객이 작품으로 들어간 듯 순서대로 몰입감 있게 짜였다. 작품 초반 헌트릭스가 등장했던 비행기 안의 모습을 시작으로, 화분 사이에서 눈을 반짝이며 나타난 더피, 루미와 진우가 한옥 지붕 위를 거니는 장면까지 직접 발로 걸어다니고 눈으로 보며 체험할 수 있었다.
서울 팝업에만 6만명 이상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싱가포르, 방콕, 도쿄, 타이페이 등 총 8개국, 9개 도시에서 팝업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를 주도한 하세정 비마이프렌즈 CBO는 "지난해 12월에만 5개국 정도를 이틀 간격으로 계속 오픈하면서 돌아다녔다. 그때부터 계속 바빴다"며 웃었다.

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개 첫날 작품을 모니터링했고, 바로 다음 날 넷플릭스 측에 연락을 취했다. 하 CBO는 "작품을 너무 재미있게 봤고, K팝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이건 우리가 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비마이프렌즈는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 기업으로, 고객사의 니즈를 반영해 올인원 팬덤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비스테이지'를 운영 중이다. 일정한 형태로 만들어진 플랫폼 안에 여러 아티스트 IP가 입점하는 전형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고객사에 주체 권한을 부여, 플랫폼 구축 설계부터 플랫폼 운영 노하우, 온·오프라인 전문 커머스 솔루션, IP 2차 가공 비즈니스 등 각종 영역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음원 플랫폼 플로를 운영하는 드림어스컴퍼니를 인수해 팬이 음악을 듣는 순간부터 굿즈 구매, 콘서트 경험까지 전 여정을 하나의 데이터로 연결하는 '팬덤 비즈니스 360'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하 CBO는 'IP(지식재산권) 비즈니스 전문가'다. 넷마블 캐릭터사업부장, CJ ENM 캐릭터전략국장, 제주신화월드 리테일 상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 뮤직 전신) IP 대표, 비알코리아 BR 브랜드전략실장·상무 등을 거치며 체험형 팝업 스토어, 캐릭터 개발 등 IP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인물이다. 현재는 비스테이지에서 IP를 가진 파트너가 슈퍼팬을 모으고, 관리하고, 그 안에서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전 과정을 솔루션부터 실행까지 지원하고 있다. 팬덤을 상대로 한 IP 비즈니스를 함께 설계하고 운영하는 식이다.
하 CBO는 "K팝 비즈니스를 오래 해왔고, 애니메이션 사업도 해봤기 때문에 두 장르가 결합한 IP라면 한국에서 가장 잘 풀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첫 팝업은 무조건 한국에서, 크고 웅장하게 하자'는 방향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작품이 공개되고 반응이 거세지기 시작하면서 다른 대형 업체들의 제안도 잇따랐다고 한다. 이에 하 CBO는 일본 출장 중에 곧바로 PT를 준비해 넷플릭스 측에 발표했다. 그는 "왜 우리가 해야 하는지, 케이팝 팝업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관해 설명했다. 발표가 끝난 뒤 박수가 나왔고, '이 프로젝트는 비마이프렌즈가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다음 주에 계약이 체결됐다"고 전했다.
하 CBO는 "일반 버추얼 아이돌과는 결이 다르다고 봤다. 콘텐츠 안에 존재하는 가상의 아이돌이기 때문에 생명력이 길 거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음악까지 결합돼 있으니, '겨울왕국 K팝 버전'처럼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확신을 갖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팝업을 위해 제작한 굿즈는 220여종. 봉제 인형부터 키링, 문구류, 의류 등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 CBO는 "짧은 기간 안에 개발했다. K팝 본고장에서 진행하는 팝업이기 때문에 퀄리티에 대한 사명감이 컸다. '한국은 굿즈의 나라'라는 반응을 들었을 때 굉장히 와닿았고 감사했다.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이후 싱가포르, 태국, 일본, 대만 등으로 확장할 수 있었고, 파트너사를 통해 홍콩·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으로도 논의가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상품 개발 과정과 관련해 "한국형 디자인 감각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부분이 많았다.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방향으로 SD 캐릭터를 개발하기도 했고, 오리지널리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서울 에디션' 콘셉트로 풀어냈다. 더피, 헌트릭스, 사자보이즈 등 캐릭터를 조금 더 귀엽게 변주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 "애니메이션 장면을 그대로 확대하면 화질이 깨져서 필요한 이미지는 저희가 직접 다시 따서 그렸다. 그런 과정을 거쳐 퀄리티를 높였다. 또 단순 이미지 활용만으로는 상품을 다양하게 구성하기 어려워서 음악을 그래픽화하는 작업도 했다. OST의 분위기나 가사를 시각 요소로 풀어내고, 팝업 테마별로 상품군을 나눠 개발했다"고 부연했다.



공간 구성에도 특히 신경을 썼다고. 하 CBO는 "기획 의도가 분명했다. 입장은 무료로 열어두되, 누구나 들어와서 이 콘텐츠 세계관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상품을 사든 안 사든 상관없이, 그 공간 자체에서 감정과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게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화 전체 스토리를 요약해 동선 안에 녹여내고, 관람객이 직접 애니메이션 안에 들어온 느낌을 받을 수 있게 구성했다. 실제로 오신 분들이 '작품 안에 들어온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셔서 굉장히 의미 있었다"며 미소 지었다.
팬덤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마이프렌즈가 마주해야 할 상대는 명확하다. 고객사, 그리고 그 뒤에서 이들을 지탱하는 팬들이다. 그렇기에 '팬 공부'는 필수라고 했다. 팬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 반대로 해소되길 바라는 것 등을 찾아낸다. 감성과 이성의 영역을 넘나들며 최상의 만족감을 찾아 나선다.
하 CBO는 "팬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아티스트와 팬덤을 정성적으로 분석하고, 필요하면 팬 인터뷰도 진행한다. 성향을 분석하는 팀도 있을 정도다. 어떤 방향을 원하시는지를 찾아가는 게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모든 프로젝트 현장에 나가 팬들의 반응을 살피는 건 기본이라고 했다. 그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팬들을 직접 보면 성향이 더 선명하게 보이고, (프로젝트를) 두 번, 세 번 할수록 이해도가 쌓이면서 만족도가 더 올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브릿팝 전설' 오아시스 내한 당시 팝업 스토어, 일본 인기 그룹 스노우맨 팝업 스토어 등도 비마이프렌즈가 담당했다. 플랫폼 비스테이지는 빅뱅 드래곤, 태양을 비롯해 루시, 오마이걸, 강다니엘, 권진아, 크러쉬, 화사, 태민 등이 이용 중이다. e스포츠 T1도 비스테이지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하 CBO는 "우리는 IT 기반 회사이기 때문에, 단순히 IP를 확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구현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팬들이 '덕질'을 하면서 겪는 불편 요소를 줄이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면서 "예전에 팬들이 굿즈를 며칠씩 기다리거나, 공연장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고, 추운 날씨에도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지금은 온라인 구매 후 공연장에서 현장 수령을 하거나, 팝업을 사전 예약해서 정해진 시간에 줄 서지 않고 입장할 수 있는 구조가 점점 자리 잡고 있다. 그런 편리함을 계속 고도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팝업에서는 구매자가 QR을 찍고 입장하면 사전 구매한 물품 정보가 창고로 전송돼 피커가 미리 준비를 해두면 퇴장 시에 바로 수령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하 CBO는 "수령을 기다리는 시간조차 줄인 것"이라면서 "그 시간을 줄이면 팬들은 다른 즐거움을 채울 수 있다. 기다림 때문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대신, 공간을 더 즐기고, 콘텐츠를 더 경험하게 만드는 거다. 특히 혼자 오는 팬들이 덜 불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저희의 미션"이라고 했다.
그는 "'줄이 길다'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팬을 고생시키는 것을 성공의 증표처럼 보여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팬들이 더 즐겁게 '덕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저희가 이루고 싶은 방향이다"라고 강조했다.
"저희는 늘 '마지막 컨펌은 팬이 한다'고 말하거든요.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반응이 오고, 반대로 마음에 들면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구조라 더 진심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초기에는 고객사가 많지 않았고, (규모가) 작은 IP도 많았지만 그때도 똑같이 정성을 다해 운영했어요.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지금은 대형 IP들과도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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