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갈등에 반사이익?…日 수준 ‘관광 인프라’ 있어야 효과 지속
바가지 상술·언어 장벽·불편한 교통, K관광 경쟁력을 잠식한다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1월21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은 흥미로운 통계를 발표했다. 2025년 일본을 찾은 전체 외국인 수는 4268만 명이었다. 역대 최대였던 2024년 3687만 명보다 15.8% 늘어난 수치다. 지속된 엔화 약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110엔대였던 달러 대비 엔화는 2025년 140엔대 후반에서 150엔대 초반을 오갔다. 작년에 일본을 가장 많이 방문한 외국 관광객은 한국인으로 946만 명에 달해 사상 최대였다.
그 뒤는 중국(910만 명), 대만(676만 명), 미국(331만 명), 홍콩(252만 명), 태국(123만 명) 등이었다. 10월까지의 통계를 보면, 압도적 1위는 중국이었다. 중국 관광객은 820만 명이 찾아 전년 동기 대비 40.7% 증가했다. 이는 6.4% 늘어난 한국(766만 명)보다 훨씬 많았다. 이런 흐름은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바뀌었다. 중국 정부는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는 한일령(限日令)으로 보복했다.

'역대 최장' 9일 춘절 연휴, 25만 명 한국행
이에 12월 일본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전년 동기보다 45.3% 급감했다. 주목할 점은 외국 관광객이 일본에서 소비하는 금액이다. 작년 전체 외국인이 전년보다 16.4% 늘어난 9조4559억 엔(약 89조원)을 썼는데, 1위가 중국 관광객으로 2조26억 엔이었다. 그 뒤는 대만(1조2110억 엔), 미국(1조1241억 엔), 한국(9864억 엔) 등이었다. 한국인의 1인당 지출액은 10만4606엔(약 98만8340원)으로 전년보다 4.1% 줄었다.
'큰손' 중국인이 일본을 멀리하는 여파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실제 2월18일 JNTO가 발표한 지난 1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국 관광객은 38만53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60.7% 줄었다. 홍콩도 17.9% 감소했다. 중국과 홍콩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일본을 찾은 외국 관광객은 코로나 사태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359만7500명(-4.9%)이었다. 그나마 한국(21.6%), 대만(17%), 태국(18.9%) 등지의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관광 산업의 불황을 막았다.
그렇다면 중국 관광객은 일본을 대신해 옆 나라 한국을 찾았을까? 작년 12월까지의 상황을 보면, 아직은 아니다. 1월30일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394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중 1위다. 이는 전년보다 19.1% 늘어난 수치로, 증가율에서는 주요 국가 중 대만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 그러나 2019년의 509만 명과 비교하면 77.4%만 회복됐을 뿐이다. 2019년 대비 주요 국가의 방한 관광객 회복 비율은 중국이 가장 낮고 홍콩(95.1%)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에 반해 대만(181.4%), 미국(136.5%), 유럽(119.6%), 일본(119.4%) 등지의 관광객은 훨씬 많이 한국을 찾고 있다. 한일령이 내려진 직후인 2025년 12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전년보다 28.4% 늘어난 39만3834명이었다. 이런 증가율은 다른 달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말레이시아(39.7%), 대만(38.1%), 일본(21.7%) 등 다른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압도적이진 않았다. 그 원인은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달라진 구조와 방식에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한국을 방문했던 중국인은 대부분 수십 명 단위인 단체관광객이었다.
2016년 한한령(限韓令)이 발동되기 전에는 그 규모가 수백 명, 수천 명 단위로 훨씬 컸다. 이런 단체관광객은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었다. 중국인에게 한국 여행은 '저가관광' '쇼핑관광'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 여행사는 중국에서 왕복 항공료, 호텔비, 식사비 등에 미치지 못하는 패키지 상품으로 관광객을 모집했다. 심지어 일부는 한국 여행사로부터 인센티브를 받고 관광객을 송출했다. 그러면 한국 여행사는 한국에서 이들을 받아 주로 무료 관광지를 돌면서 커미션을 받는 면세점과 상점에서의 쇼핑에 주력했다.
또 여행사가 운영하는 호텔과 중국 자본으로 운영되는 식당과 가게를 이용토록 했다. 이런 시설은 저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는 중국인과 조선족을 주로 채용했다. 그렇기에 한국인에게 중국 관광객은 '소리만 요란하고 실속 없는' 손님이었다. 물론 항공사, 면세점 등 일부 대기업은 낙수효과를 보았다.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관광 산업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국 관광객이 면세점에서 구입한 상품은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일부 중국 관광객이 거리에서 비매너로 행동하면서 반중 감정이 싹텄다.
이런 관광 행태를 바꾼 건 뜻밖에도 코로나 사태였다. 이 기간에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아래 도시를 봉쇄했다. 이를 폐지한 2023년 1월까지 중국인은 해외로 나갈 수 없었다. 또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소비는 위축됐다. 그에 따라 2019년 1억5500만 명에 달했던 중국인 출국자 수는 2024년 1억2300만 명에 그쳤다. 2025년이 돼서야 2019년 수준을 회복했다. 이 과정에서 정해진 코스와 쇼핑 위주의 단체관광보다 자신의 만족과 체험을 극대화하는 개별관광으로 변화했다. 그 여파가 한국에서도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작년 9월부터 한국 정부가 3인 이상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해 최대 15일 무비자를 시행하면서 가속화됐다. 최근 중국 SNS 커뮤니티인 샤오훙수에서는 출발하는 날짜와 공항에 맞춰 '한국 입국 파트너'를 찾는 포스트를 쉽게 볼 수 있다. 한국 입국 시 3인 이상 짝을 지어 무비자를 받기 위해서다. 이런 꼼수가 싫어 정식 여행비자를 받는 중국인도 급증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2025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주중 한국대사관과 중국 내 한국 총영사관에 제출된 여행비자 신청 건수는 28만321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늘어났다.

"노골적 바가지 행태, 후진국과 다름없어"
중국은 2월15일부터 23일까지 역대 최장 춘제 연휴에 돌입했다. 중국 여행 전문조사기관 차이나트레이딩데스크에 따르면 한국은 9일의 연휴 기간에 태국, 말레이시아에 이어 3위의 해외여행 목적지로 조사됐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은 23만~25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최대 52%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한일령 수혜와 최장 연휴 효과가 지속될지 여부다. 일본에 비해 열악한 관광 인프라에 비춰볼 때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를 여행한 왕리의 고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왕리는 아버지가 정부 고위 관리인 관얼다이이자 국영은행 본점의 개인여신팀장으로 K팝 열성팬이다. 그는 "한국은 활기차고 역동적인 매력이 가득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노골적인 바가지 행태, 지도 앱과 다른 길로 돌아가는 택시기사 등은 후진국이나 다름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일본은 이런 악폐가 없고 중소도시에서 운행하는 버스도 모니터에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정거장을 표시해 이용하기 편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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