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타격 초읽기? 영국, 핵심 기지 사용 ‘제동’

이철민 기자 2026. 2. 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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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 한복판의 디에고 가르시아와 영국 본토의 페어퍼드 공군기지
重폭격기 활주로, B-2 스텔스기의 보안ㆍ격납시설, 재무장 인프라 등 모두 갖춘 곳은 두 곳뿐
미 공군이 운용해도 주권은 영국에 있어, ‘제3국’ 공격 시 영국 승인 받아야
영국은 “이란 공격은 국제법 위반, 조력 국가도 위반” 우려

영국 정부가 미국이 대(對)이란 공격에 핵심적인 자국 내 두 기지의 사용에 계속 제동을 걸고 있다. 인도양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 공군기지와 영국 본토의 페어퍼드 공군(RAF)기지로, 둘 다 미국이 B-2, B-52 폭격기를 동원해 이란을 수주간 지속적으로 폭격하기 위해선 핵심적인 기지들이다. 두 기지는 미 공군이 운용하지만, 주권은 영국에 있다.

그러자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마음을 바꿔, 영국 정부가 동(東)아프리카의 섬나라 모리셔스에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이양하고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를 99년 임대하기로 한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소셜미디어에 썼다.

수주간 지속적으로 이란을 폭격할 경우 미국 B-2, B-1, B-52 장거리 폭격기의 핵심 거점이 될 영국 주권의 페어퍼드 기지와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영국이 두 기지 사용을 반대하면서, 이미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에만도 60여대의 미 F-35 전투기들이 추가 배치되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이면 이란 타격 준비가 마무리된다” 보고를 받았지만 B-2와 같은 장거리 폭격기들의 디에고 가르시아, 영국 페어퍼드 공군기지 이동은 목격되지 않는다.

미 본토와 유럽 내 미 공군기지에서 날아와 요르단의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에 주기된 60여 대의 F-35 전투기 중 일부/에어버스 위성

◇7대의 B-2, 작년 핵시설 폭격 때는 본토서 왕복

작년 6월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에서, 미국의 B-2 폭격기 7대는 본토 미주리 주의 화이트맨 공군기지를 출발하는 왕복 비행을 했다. 중간 기착 없이 공중 급유를 받으며 37시간 동안 약 2만2500㎞를 날았다. 이는 1회성 작전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에는 이란 지도부와 군 지휘통제시설, 핵관련 시설, 미사일 사일로(silo)ㆍ발사대 등을 지속적으로 타격하는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 이 경우엔 디에고 가르시아와 페어퍼드 영국공군기지를 활용해 B-1, B-2, B-52 폭격기를 전개하고 재정비ㆍ재무장하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정부의 사용 승인 문제를 놓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계속 협의했으나, 아직 동의를 얻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는 18일 트루스소셜에 “국가와 관련된 문제에서 임대는 좋지 않다”며, 스타머 영국 총리가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를 포함한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넘기는 것은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란이 핵 합의를 거부하기로 결정하면, 미국은 위험한 정권에 의한 잠재적 공격을 제거하기 위해 디에고 가르시아와 페어퍼드의 비행장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썼다.

영국 언론은 스타머 총리가 자국 기지에 대한 사용을 계속 반대하자, 트럼프가 얼마 전 밝혔던 ‘찬성’ 입장을 번복해 차고스 제도 ‘주권 이양’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관할 두 기지의 중요성

인도양 한가운데 디에고 가르시아엔 미 공군기지가 있다. 작년 3월에도 이란 압박과 예멘의 후티 반군 폭격을 위해 B-2 ‘스피리트’ 6대가 전진 배치되는 등 이 섬 기지는 미국의 대(對)이란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중(重)폭격기가 뜨고 내리는 약 3650m의 대형 활주로가 있고, 미국의 우주군 작전 거점이자 핵잠수함을 비롯한 미 해군 함정들의 주요 기항지다. 기지는 전적으로 미군이 운용하지만, 주권은 영국에 있다.

미 공군이 유럽에서 전략폭격기의 순환 배치 전진기지로 사용하는 영국 페어퍼드 기지에 목격된 B-2 '스피리트' 폭격기

한편, 페어퍼드 영국공군기지는 미국의 중(重)폭격기들이 순환 배치되는 유럽의 미 공군 전진 기지다. 과거 이라크 폭격 등 주요 작전 때 폭격기들은 이곳에서 출격했다. 페어퍼드 기지도 B-1, B-2, B-52 폭격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약 3046m의 활주로를 갖추고 있다. 미 공군은 정찰기 U-2 ‘드래곤 레이디’도 이곳에서 운용한다.

디에고 가르시아에서 테헤란까지 직선 항공거리는 5250㎞, 페어퍼드 공군기지에서 테헤란까지는 4400㎞이다. 반면에, 미국 미주리주의 화이트맨 기지에서 테헤란까지는 1만500㎞에 달해 장거리 폭격 시 공중 급유가 필요하다.

미국은 활주로 길이로만 따지면, 튀르키예의 인지를리크 공군기지,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 등 이란 주변에 몇 군데 더 전략폭격기를 띄울 수 있는 기지가 있다.

그러나 스텔스기 보안과 유지가 확보된 격납고와 정비시설이 있고, 이란과의 정치적 마찰을 우려하지 않으면서 미국이 지속적으로 고(高)강도 폭격 작전을 펼치기에 충분한 기반 시설을 갖춘 곳은 두 곳밖에 없다.

◇영국은 “선제공격은 국제법 위반” 들어 기지 사용 반대

국제법은 공격이 임박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선제적 자위권(自衛權)을 인정한다. 또 ‘국제적으로 위법 행위라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지원하는 국가와 실제로 공격을 수행하는 국가를 구분하지 않는다.

한편, 1966년 체결된 영국ㆍ미국 협정은 미국에 디에이고 가르시아 기지를 “방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지만, 이후 “제3국에 대한 군사작전을 위해 기지를 사용할 때는 영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스타머 정부는 미국이 현재 협상을 하는 이란을 선제 공격하는 것은 국제법상 ‘위법’이라고 보며, 기지 사용을 허용해 조력하는 국가도 국제법 위반이 된다고 본다.

작년 6월 미국의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 때도, 사전 통보를 받은 영국 정부는 기지 사용은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당시 요청하지 않았고, 본토에서 출격했다.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군사과학 책임자 매슈 새빌은 더 타임스에 “미국이 이란에 장거리 폭격기를 보낸다면, 이 두 곳 중 한 곳을 거점으로 삼고 싶을 것이고, 더 가능성이 높은 곳은 디에고 가르시아”라고 말했다. 그는 “두 기지는 전투기들이 더 오래 체공(滯空)할 수 있게 공중급유기를 출격시키고 정찰기를 운용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이 두 기지 사용을 끝까지 반대할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스타머 정부가 계속 반대한다면, 미국의 이란 공격에서 장거리폭격기 전력 운용과 역할엔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영국의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와 페어퍼드 기지 사용을 촉구하며, 차고스 제도의 주권 이양에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글/트루스소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글에서 “이란의 공격은 영국과 다른 우방국들에게도 잠재적으로 가해질 수 있다”며 영국의 기지 허용이 국제법상 ‘합법’일 수 있다는 뉘앙스를 비쳤다. 그는 또 “우리[미국]는 늘 영국을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고,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며, 능력도 갖췄다. 그러나 영국도 워키즘(wokeismㆍ과도한 정치적 올바름)과 여러 문제들에 강인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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