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하다 부산시장 출마했죠”…대통령 노무현 만든 낙선경험 [대통령의 연설]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6. 2. 21. 15: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큰 관심을 끄는 지역 중 하나가 부산입니다. 3선에 도전하는 박형준 현임 시장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양자구도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최근 KBS·케이스탯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전 의원의 지지율이 10%포인트 차이로 박 시장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의원에게 한때 통일교 의혹이 제기됐지만, 어떤 금품도 받은 적 없다며 당당히 대응하는 모습에 오히려 지지를 얻고 있는듯 합니다.

만약 전 의원이 최종 당선된다면 민주당 입장에서도 엄청난 성과입니다. 여당이 경남지역 선거에서 선전한 사례는 적지 않지만, 한국의 제2도시인 부산시장을 배출한 경험은 한 번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유일한 사례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었죠. 전 의원은 3선 의원에 잠시나마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역임하는 등 중앙정치 이력이 탄탄한데, 지방자치 경력까지 갖춘다면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연설’ 연재는 지방선거에 관련된 역대 대통령들의 기록을 되짚어보고 있는데요. 이번 회차에서는 민주당이 지금처럼 부산, 경남지역에서 활약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관련기록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지방선거는 서울·경기 원했던 노무현
우왕좌왕하다 부산시장 후보 등록?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인 1995년 지방선거에서는 중앙정치권에서 대형 스타로 도약한 노 전 대통령이 어떤 지역에 출마할지가 큰 관심사였습니다. 앞선 1993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정치1번지’ 종로에서 당선이 유력한데도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부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유명세를 탄 직후였기 때문입니다.

부산은 물론 자연스레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도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는데요. 노 전 대통령도 마음 속으로는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출마를 바랬다고 후술한 바 있습니다. 노무현재단의 ‘노무현 대통령 2001년 자전구술 육성’에 따르면 그는 “경기도지사 여론조사에서 내가 몇 번 1위로 나온 적이 있었어요. 매력 있잖아요, 경기도지사”라며 “누가 좀 나가라고 권해주면 좋겠는데…. 권해주질 않아요(웃음)”라 회고했습니다.

서울시 부시장 러닝메이트로 나서달라는 제안도 받았다고 하는데요.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조순 씨였는데 무소속 박찬종 후보에게 많이 밀리고 있었다”라며 “이해찬 의원이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노무현을 정무부시장 러닝메이트로 지명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는 서술이 나옵니다. 노 전 대통령도 “정무부시장이 되어 차기 서울시장을 겨냥해 볼 수도 있겠구나, 침이 꿀꺽 넘어갔다”고 합니다.

노무현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1995년 6월 ‘소신있는 시장’이라는 선거 포스터가 붙은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노무현재단>
그러나 그의 최종 선택은 부산이었는데요. 노 전 대통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동안에 부산시장 당내 경선 등록 날이 와가지고 결국 부산시장 등록하고 말았죠”라며 “경기도에 내가 무슨 연고가 없으니 명분상 말을 꺼내지 못하고 우물우물하다가 결국 우리 당에서 부산에 대책은 있어야 되고 부산 몫은 내 몫이고, 그렇게 돼버린 거지요”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서울·경기도 출마에 대해 “내가 부산과의 인연을 딱 눈감고 외면할 수 있었던 그런 계기”였다면서도 “정치의 동서분할 구도는 반드시 극복한다, 이런 것이 내 명분이었기 때문에 그 명분을 벗어던지질 못했던 거라고 봐야죠”라 덧붙였습니다.

부산시장 선거 낙선
오히려 정치자산으로
이렇게 출마한 부산시장 선거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점하기도 했지만, 결국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애초에 민주당 계열 후보로 나선 것도 불리한 상황이었구요.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복귀가 전국적 화두가 되며 지역구도가 더욱 극명해졌던 탓입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결국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것이 자신에게 큰 정치적 자산이 됐다고 밝힙니다. 선거 직후 영남지역에서 나온 여론조사에서 부산 경남을 대표하는 정치인 1위를 차지했다고도 하죠.

그는 2001년 자전구술을 통해 “지금 생각해보면 또 그래그래 견뎌낸 덕분에 지금 부산의 연고권을 좀 주장할 수 있는, 그때 그렇게 해서 부산으로 갔기 때문에 나름대로 지금 부산에 연고권을 얘기할 수 있는, 동서통합의 적임자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있는 약 76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지금 문재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발빠른 정치뉴스와 깊이있는 연재기사를 접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