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샤오쥔, 7년 전 그 사건에 대인배 면모 "이미 지나간 일"…굴곡진 세월에 '노메달'에도 성숙해졌다

조용운 기자 2026. 2. 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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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홍기를 가슴에 달고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로 돌아온 린샤오쥔(30, 한국명 임효준)의 도전이 밀라노에서 멈춰 섰다.

린샤오쥔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귀 닫고 눈 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린샤오쥔은 "당분간은 공부를 하며 휴식을 취할 예정이지만, 몸관리를 잘하다면 다음 올림픽 도전도 가능할 것 같다"며 현역 연장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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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샤오쥔은 단 하나의 메달도 건지지 못한 채 무관의 불명예를 안고 중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큰 기대 속에서도 개인전에서 모두 준결승조차 오르지 못해 아쉬움을 크게 남겼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오성홍기를 가슴에 달고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로 돌아온 린샤오쥔(30, 한국명 임효준)의 도전이 밀라노에서 멈춰 섰다. 꿈꾸던 명예 회복은 이루지 못했지만, 힘들었던 세월을 견뎌내고 다시 빙판 위에 선 데 만족을 표했다.

린샤오쥔은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파이널B 경기를 끝으로 이번 대회를 매듭지었다.

이번 대회에서 린샤오쥔은 500m와 1000m, 1500m 등 개인전 전 종목에서 준준결선의 벽을 넘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혼성 계주와 남자 계주에서도 팀의 결선 진출 실패와 4위 기록 등에 머물며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8년 전 세계 최강의 기량을 뽐냈던 평창의 영웅으로서는 뼈아픈 성적표다.

린샤오쥔은 담담했다. 대회 전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 인터뷰를 피했던 그는 모든 일정을 마친 뒤 연합뉴스를 통해 "쇼트트랙은 내 인생의 전부였다. 원하는 성적은 아니나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줬다.

린샤오쥔이 임효준이라는 이름을 뒤로하고 중국 귀화를 선택해야만 했던 배경에는 비극적인 장면이 자리하고 있다. 2019년 진천선수촌 훈련 도중 발생한 반바지 사건이 발단이었다. 동료들과 장난을 치던 중 황대헌(강원도청)의 하의를 잡아당긴 행위가 성희롱으로 신고되면서 촉망받던 금메달리스트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에 출전한 중국 린샤오쥔이 레이스를 마치고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황대헌이 태극기를 두르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임효준은 친근함의 표현이었다며 거듭 사죄했으나, 황대헌 측의 강경한 태도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싸늘한 외면 속에 동성 성추행범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선수 자격 1년 정지의 중징계도 더해졌다.

린샤오쥔은 억울함을 풀기 위한 2년여의 고독한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훈련장조차 구하지 못하는 처지로 내몰린 상태였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황대헌 역시 여자 선수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사건의 본질마저 무색해졌다.

그러는 사이 린샤오쥔의 선수 생명은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결국 2020년 6월 한국을 떠나 중국 귀화라는 최후의 수단을 택했다. 국내 빙상계에서는 활동을 이어갈 수 없어 등떠밀리 듯 택한 결정이었다.

린샤오쥔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귀 닫고 눈 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라고 회상했다. 황대헌과 얽히고설킨 상처에 대해서도 "그때는 어렸다. 이제는 스스로 단단해졌고 이미 지난 일이라 지금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악연조차 초월한 모습을 보였다.

▲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예선에서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역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메달로 대회를 마감한 데 대해서도 린샤오쥔은 어머니가 건네준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나는 대단한 사람도, 연예인도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운동선수일 뿐"이라며 한층 낮아진 자세로 미래를 기약했다.

린샤오쥔은 미래를 고민해야 할 때다. 중국 내 스포츠 전문가들은 린샤오쥔이 선수 생활을 마감하더라도 코치로 전향해 중국 쇼트트랙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포츠 칼럼니스트 양화는 "코치로서 그의 기술적 통찰력은 여전히 귀중한 자산"이라며 그가 허베이성 대표팀이나 중국 국가대표팀의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린샤오쥔은 "당분간은 공부를 하며 휴식을 취할 예정이지만, 몸관리를 잘하다면 다음 올림픽 도전도 가능할 것 같다"며 현역 연장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 린샤오쥔(임효준)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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