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모순 덩어리” 신혜선이 택한 새로운 욕망 ① [인터뷰]

이선명 기자 2026. 2. 2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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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에서 사라 킴을 연기한 배우 신혜선. 넷플릭스 제공

데뷔 13년 차 배우 신혜선에게도 넷플릭스 드라마 ‘레이디 두아’는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늘 ‘계획형’이었던 그는 대본을 받으면 장면마다 감정선을 쪼개고 어느 타이밍에 시선을 옮기고, 어떤 표정으로 어떤 동선을 밟을지까지 머릿속에서 완성한 뒤 카메라 앞에 선다.

그런 그가 ‘레이디 두아’에서는 처음으로 이 습관을 버렸다. “저도 제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태로 촬영에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제 루틴을 깨야만 했던 작품이었죠”

‘레이디 두아’는 이름과 나이, 학력까지 모두 위조한 채 명품 브랜드 ‘부두아’의 정상에 오른 인물 사라 킴(목가희)의 욕망과 몰락을 그리는 작품이다. 산혜선은 이 인물에 대해 “겉으로 보기엔 열정적으로 부지런한데, 저는 오히려 텅 비어 있는 느낌을 내고 싶었다”며 “열심히 달리는데도 이상하게 허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전에는 카메라 앞에서 서기 전, 이 장면에서 어떤 감정으로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떻게 움직일지까지 다 계획하고 갔어요” 신혜선은 자신이 평소 방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런데 ‘레이디 두아’에서는 오히려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라 킴의 모호함과 이중성을 살리려면, 제 연기도 어느 정도 미정 상태로 남겨 둬야겠더라고요”

연기적 난이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는 “체력적으로 힘든 작품을 많이 해봤는데 ‘레이디 두아’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가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사라 킴은 누군가에겐 진실, 또 다른 누군가에겐 거짓으로 읽혀야 하는 인물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진실, 또 다른 사람에게는 거짓으로 보여야 하는 인물이어서 어느 쪽에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게 만드는 게 가장 힘든 지점이었다”고 했다.

자신을 “역할의 감정선을 정확하게 계획해야 움직일 수 있는 스타일”로 정의한 신혜선은 이번 작품에서 그 안전장치를 의도적으로 내려놓았다. “사라 킴은 말투는 정제돼 있지만, 제 연기까지 정제된 방식으로 가져가면 이 캐릭터가 가진 날 것의 느낌이 사라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완벽하게 계획하지 않은 상태로 들어가 보기로 했죠”

루틴을 깨는 선택은 배우에게도 실험이자 모험이었다. 신혜선은 “이번 작품은 저한테도 나름대로 큰 도전이었다. 늘 지켜온 연기 루틴을 깨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실제로 꺠지 않으면 안 되는 캐릭터이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음 작품에서는 다시 제 루틴으로 돌아가겠지만, 사라 킴을 통해 한 번쯤 ‘계획하지 않은 연기’를 경험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욕망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욕망도 다시 들여다 봤다. 그는 자신을 “모순 덩어리이자 욕망 덩어리”라고 표현했다. “배우가 되고 싶었고, 주인공을 하고 싶었고, 분량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욕망에 휩싸여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욕망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증명했다. 치밀함 대신 불완전함을 택했고, 계산 대신 위험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의 모험은 적중했다.

“저도 제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태로 들어간 작품이었어요” 신혜선이 말한, ‘루틴을 깨야만 했던 작품’이라는 고백은 그래서 더 묵직하게 들린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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