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밀가루에 빵집도 한 회사에... 곱지 않은 시선들

손유지 2026. 2. 21. 12:2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J의 '이중 인상' 구조... 소비자 이중 부담 구조의 민낯
수직계열화의 빛과 그림자... ‘효율’이 가린 독점의 함정
담합이 만든 비정상 시장, 무너지는 소비자 후생
시장감시·투명성·소비자 각성이 담합 시대의 해법

[지데일리] 한국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가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식탁 위 기본재료인 밀가루·설탕·식용유 등은 이미 ‘금값 식재료’로 불린 지 오래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단순히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업계 대표 기업들이 ‘연쇄적 가격 인상’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면서, 소비자 후생이 구조적으로 침식되고 있다. 그 중심에 CJ제일제당과 CJ푸드빌(뚜레쥬르 운영사)이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CJ는 밀가루·설탕 가격을 올린 뒤 계열사 뚜레쥬르의 빵값까지 인상해 이중 이익을 취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수직계열화가 소비자 부담과 시장 독점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공정거래 감시와 투명한 원가 공개가 시급하다. ⓒ픽사베이

소비자 사이에선 CJ가 밀가루와 설탕 가격을 올리면, 뚜레쥬르가 파는 빵의 가격도 곧 연동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원가 상승분을 이유로 들지만, 소비자는 결국 같은 그룹 안에서 두 번의 인상 부담을 짊어진 격이다. 식품 산업의 수직계열화가 ‘시장 지배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채 ‘가격 담합의 합법적 형태’로 작동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CJ의 가격 인상 메커니즘, 구조적 이익의 연결고리

CJ제일제당은 국내 밀가루·설탕 시장의 절대적 점유율을 가진 공급 주체다. 대한제당, 삼양사 등이 경쟁자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업계의 몇몇 대기업이 가격 흐름을 주도한다. 밀가루와 설탕은 제조업 전반, 특히 제과제빵·음료업계의 핵심 중간재다.

2023~2024년 사이, CJ제일제당은 “국제 곡물가 상승과 물류비 부담”을 이유로 들며 밀가루 가격을 kg당 최대 15% 인상했다. 설탕 가격 역시 10% 이상 올랐다. 하지만 이후 국제 밀·원당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음에도, CJ는 가격을 인하하기보다 현행 가격을 고수했다는 데 있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가격 카르텔’ 논란이 불붙었다.

이 구조적 인상이 CJ푸드빌의 브랜드인 뚜레쥬르 제품 가격에도 반영된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최근 3년 동안 원재료 및 제반 비용 상승을 이유로 여러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2023년 4월 50여 종이 평균 7.3% 인상됐고 주요 제품도 평균 5.6% 올랐다. 2024년 9월 선물용 양과 등 51종이 5.6% 인상됐으며, 2025년 3월 빵·케이크 110여 종이 평균 5% 올랐다. 

식품산업의 수직계열화, 혁신인가 기득권의 방패인가

수직계열화는 기업 경영 효율을 높이고 제품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도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단일 그룹이 ‘생산–유통–판매’의 전 과정을 장악할 때, 그 구조는 곧 소비자 선택권을 위협한다. CJ는 식품 원재료부터 완제품, 외식, 물류, 엔터테인먼트까지 아우르는 복합 비즈니스를 구축해왔다.

문제는 이 복합 구조가 이른바 ‘내부 거래’를 통해 그룹 전체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면서도, 시장 경쟁 압력을 희석시킨다는 데 있다. 뚜레쥬르는 원재료를 외부보다 비싼 값에 사더라도 '계열사 간 비용 정산이라는 명분 아래 이를 부담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그룹의 가격 결정이 사적 조정 구조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만,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취약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수차례 제분업계와 제당업계의 가격 담합을 조사해 왔다. CJ제일제당은 밀가루 담합 혐의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담합 기간은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간으로, 삼양사·대한제분 등 7개 제분사가 가격과 물량 배분을 합의한 의혹이다. 

이들 업체는 국내 B2B 밀가루 시장 88%를 점유하며 총 5조8000억 원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를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로 규정해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총액은 1조1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앞서 2006년에도 CJ제일제당을 포함한 8개 업체가 비슷한 담합으로 적발됐으나 CJ는 자진신고로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이번 제재는 20년 만의 가격 담합 재결정 사례로 주목된다.

담합이 일으키는 경제적 비용, 사회적 후과는

담합과 시장집중은 특정 기업의 이익 문제뿐 아니라 전체 경제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평가다. 가격이 경쟁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므로 소비자 후생이 줄고,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다. 특히 CJ와 같은 대형 식품기업의 내부 계열 거래 속에서는 원재료 시장의 자유경쟁이 사실상 봉쇄된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중소 제과점이나 소상공인은 원재료를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하는 반면, 대형 프랜차이즈는 규모의 경제로 손해를 상쇄한다. 그 결과 소비자 가격은 오르고 지역상권은 위축된다. 이 악순환은 물가 불안을 정부 정책으로도 잡기 어려운 구조적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이런 행태는 ‘가격 전가(price pass-through)’의 고전적 사례로 지목된다. 비용 증가 요인을 최종 소비자에게 이전하되, 실제 원가는 내부적으로 상쇄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시장 감시 기능이 약화되고, 소비자 신뢰가 무너진다는 점이다.

정부와 사회, ‘정상가격’ 기준 되찾아야

이제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가격 인상 자체를 범죄시하는 건 무리다. 그러나 같은 그룹 내에서 '원재료–제조–판매'가 연결될 때, 이익이 중첩되는 구조는 더 이상 ‘정상적인 시장 행위’로 보기 어렵다. 공정거래법이 명문화한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조항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은 언제든 내부거래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가격 담합 ‘사후 제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원재료 가격 변동이 최종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대기업 계열 간 내부거래 공시 의무 강화, 식품산업 내 공정거래 자율규제 강화 등이 필요하다.

또한 소비자단체와 학계도 적극적인 데이터 감시를 병행해야 한다. 시장 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투명한 원가 공개 제도가 자리 잡을 때, ‘정상가격’이라는 기준이 회복될 수 있다.

소비자의 깨어 있는 선택이 필요한 때

담합의 시대를 끝낼 실질적 힘은 ‘시장 참여자’인 소비자에게 있다. 거대 브랜드의 마케팅 이미지가 아닌 실제 원가 구조와 기업 행태를 따져보는 소비자 감시가 늘어날수록 기업의 행태는 바뀐다.

시장의 신뢰는 규제보다 양심에서 먼저 온다. 기업이 그 사회적 책무를 잊고 이익의 연쇄 구조 속에 갇히는 순간, ‘혁신’이라는 이름은 곧 ‘독점’으로 변한다. 밀가루와 설탕 한 줌, 빵 한 조각의 가격 속에 드러난 이 구조적 불균형은 오늘의 한국 경제가 마주한 가장 슬픈 자화상이라 하겠다.

이제 CJ와 같은 거대 식품기업들이 소비자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할 때다. 정부는 감시의 손을, 사회는 투명한 시장 질서를, 기업은 스스로의 윤리적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이는 '담합의 시대'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