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우위 美대법원의 반란, ‘트럼프 관세 폭주’ 막았다
트럼프 “수치스럽다” 보수 대법관 공격
대법원 판결 불복종 메시지는 내놓지 않아

20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글로벌 관세를 막아 세운 것은 다름 아닌 미국 최고 사법 기관인 연방 대법원이었다. 9명의 현자(賢者)라고 불리는 대법관이 최종심을 담당하는 대법원은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 57국에 대해 상호 관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미 연방 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 중 6명이 보수 정부에서 임명된 보수 우위였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밀어붙일 때도 결국 최종심에서는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대법원은 결국 정치적 성향과 무관한 헌법적 원칙에 입각해 판결을 내렸다.
이날 연방 대법원에서 전체 대법관(9명) 중 6명은 트럼프 정부의 상호 관세를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3명은 합법적이라고 했다. 현재 대법원은 6명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해 클래런스 토마스, 새뮤얼 앨리토, 닐 고서치, 브렛 캐버너,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등 6명은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임명했다. 특히 고서치와 캐버너, 배럿은 2017~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정부 시절 직전 대법관으로 임명하면서 당시 대법원이 보수 우위가 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치적 성향으로만 보면 6(합법)대 3(위법)으로 트럼프 관세 정책이 유지되어야 했다.

하지만 이날 보수 성향인 3명의 대법관(로버츠·고서치·배럿)이 관세 정책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예상을 뒤엎었다. 특히 이 세 사람은 ‘정치적 또는 경제적으로 중대한 사안에 대해 행정부가 주장하는 광범위한 권한은 의회에서 명확히 승인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이번 판결에서 제시했다.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일수록 법과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헌법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적잖이 충격받고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법’ 판단을 내린 대법관들을 “정치적 반대자들을 위해 행동하는 멍청한 꼭두각시”라고 비판했다. 특히 자신이 첫 임기 때 임명했던 고서치와 배럿 대법관에 대해서는 “가족들에게조차 수치스러울 것”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반면 보수 성향으로 자신이 임명한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합법’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나는 그가 정말 자랑스럽다”며 “천재”라고 했다.

미 현지에서도 폭주하는 열차와도 같았던 트럼프 행정부를 멈춰 세운 대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단호히 기각했다”면서 “(정치로부터) 독립 선언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 CBS는 “대법원이 독립성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관들을 맹렬히 비난하면서도 대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는 이날 전 세계 국가의 수입품에 10% 새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 판결 자체를 부인하는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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