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中심]‘조달창구’된 홍콩…IPO 시장, 다시 시험대로
연초부터 본토 기업 홍콩 상장 신청 러시
100억달러 신젠타 상장 검토, 바이두 AI 계열 '쿤룬신'도 HKEX로
세계 최대 생산기지이자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인 중화권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본시장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자본中심’ 은 중국과 중화권 자본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상하이·선전의 본토 시장부터 홍콩의 달러 유동성 창구, 대만의 반도체 밸류체인까지 중화권을 관통하는 자금의 흐름을 짚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중화권 시장의 현재 온도와 방향을 담습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춘절 연휴가 끝나자 홍콩 자본시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휴 직후는 통상 기업공개(IPO)와 증자, 블록딜 등 주식자본시장(ECM) 거래가 재개되곤 한다. 기업과 투자은행(IB), 투자자들이 한 해 자금 조달 계획의 방향을 가늠하는 첫 구간이기도 하다. 올해는 이 시점에서 홍콩이 다시 한 번 중화권 기업들의 달러 조달 창구 역할을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21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 시장에서 이뤄진 IPO와 2차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약 55억달러(약 7조9500억원)에 달한다. 연초부터 단일 초대형 거래 없이도 비교적 높은 조달 규모를 기록한 셈이다. 춘절 연휴를 전후로 잠시 숨을 고르던 상장 일정도 이달 들어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연휴 직후인 2월 셋째 주를 전후로 중국 본토 기업들의 홍콩 IPO와 세컨더리 상장 준비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홍콩으로 발길을 옮기는 배경에는 자본 조달 환경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기술 자립을 중심으로 전략 산업에 대한 정책 드라이브를 강화하는 한편, 해외 자금 조달에는 홍콩을 활용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하면서 해외 확장을 병행하려는 기업들이 위안화가 아닌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홍콩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춘절 이후 홍콩 증시 흐름이 항상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연휴 직후 홍콩 시장은 해마다 엇갈린 방향성을 보였다. 지난 2018년의 경우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증시 전반에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됐고, 중국 성장 둔화 우려가 겹치며 연휴 이후 홍콩 시장도 약세로 출발했다. 반면 2022년에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두고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비·레저 관련주를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도 했다.
올해 역시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뚜렷한 반등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홍콩거래소(HKEX)에 따르면 홍콩 항셍지수는 춘절 연휴 이후 재개장 첫날인 20일 0.6% 하락했다. 이른바 ‘리오프닝 랠리’보다는 기술주와 이커머스 종목을 중심으로 다소 조정이 나타난 모습이다. 같은 날 일본 닛케이 지수가 약 1% 하락하는 등 아시아 전반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주춤한 흐름도 겹쳤다.
다만 주가 흐름과 달리 주식자본시장(ECM)에서는 다른 신호도 감지된다. 연휴 이후 홍콩 증권거래소에 접수된 상장 예비심사 청구와 주관사 선정 작업이 다시 늘어나면서, 조달 파이프라인이 재가동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올해 홍콩 IPO 시장의 가늠자로는 중국 국영기업이 소유한 글로벌 종자·농화학 기업 신젠타(Syngenta)가 거론된다. 신젠타는 최대 100억달러(약 14조6900억원) 규모의 홍콩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단순한 기업공개를 넘어, 홍콩이 다시 대형 IPO를 소화할 수 있는 조달 창구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계열의 상장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검색·인공지능(AI) 대기업 바이두 계열의 AI 칩 자회사 쿤룬신(Kunlun)은 최근 홍콩 증권거래소에 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AI와 반도체가 중국의 핵심 전략 산업으로 부상한 가운데, 관련 기업들이 본토 대신 홍콩을 상장 무대로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본토 시장의 정책 환경과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조달 거래를 주관하는 투자은행(IB) 지형도 재편되는 모습이다. LSEG(런던증권거래소그룹)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 IPO 시장에서 중국계 증권사들이 차지한 주관 수수료 비중은 약 70%에 달했다. 전체 수수료 규모는 약 5억7900만달러(약 8370억원)로 집계됐다. 중국 본토 기업들의 상장과 2차 상장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IB보다 중국계 IB가 딜 소싱과 실행에서 주도권을 쥐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홍콩 IPO 시장의 회복 여부를 단기 지수 흐름보다, 실제 조달 거래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장 수요는 다시 늘고 있지만, 대형 거래가 늘어날수록 주관사와 자문사에 요구되는 인력과 집행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한 글로벌 자본시장 관계자는 “대형 딜일수록 은행과 법률 자문의 투입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홍콩이 다시 조달 창구로 기능하려면 이러한 거래를 차질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홍콩 시장이 이를 단계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지가 향후 대형 IPO 성사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원재연 (1jaeyeon@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위법 관세' 판결에도 강공 택한 트럼프 "신규 10% 관세 부과할 것"(종합)
- "VVIP 명품 브랜드?"…'레이디 두아' 사라킴이 입은 그 옷[누구템]
- 아이들 미연, 용산 주상복합 50억 원에 매입…'전액 현금'
- 비트코인·이더리움, 연초 수익률 ‘역사상 최악‘…바닥 논쟁은 여전
- 최민정 올림픽 은퇴 소식에 김길리 눈물 펑펑…"어릴 때부터 존경"
- '40억 자산' 전원주 "두 아들 내 재산 노려..인감도장 달라고"
- "靑 초과근무 62시간 역대 정부 최고"...李 대통령 반응은
- 스벅 빌딩까지…하정우, 종로-송파 2채 265억에 내놔[누구집]
- 금요일 반나절 근무에 점심 2시간…워라밸 끝판왕 ‘이 회사’[복지좋소]
- "치맥 이어 '파바' 케이크?"…젠슨 황 생일상 등판에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