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AI 유망주 ‘리얼월드’, 美 본사 이전 선택한 배경은 [빛이 나는 비즈]

류석 기자 2026. 2. 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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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주도권 선점 위한 플립 결정
시장·자본 규모 등이 결정적 배경
올 상반기 첫 독자 VLA 모델 공개
“韓 창업자로서 기술 발전 기여할 것”
리얼월드의 로봇 ‘알렉스’가 병 뚜껑을 잡고 있다. 사진 제공=리얼월드


글로벌 시장에서 피지컬 AI(Physical AI) 분야 유망주로 꼽히는 ‘리얼월드(RLWRLD)’가 본사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전(플립)하면서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얼월드는 창업자인 류중희 대표를 비롯해 배재경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핵심 인력 대부분이 한국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토종 스타트업이다. 투자자 구성도 SK텔레콤(017670), LG전자(066570),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 등 국내 기업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사들 또한 한국을 비롯한 일본 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처럼 한국 내에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얼월드가 플립을 결정한 것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또 생존을 향한 절박함이 작용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피지컬 AI 분야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 시장 한복판에서 글로벌 빅테크들과 정면 승부를 펼쳐야만 전 세계 기술 표준을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나아가 그만큼의 실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소수가 시장을 독식하는 AI 산업의 특성상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는 “한국과 일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뒤 이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라며 “아시아에서 축적한 제조 데이터를 활용할 최종 무대는 결국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이라고 밝혔다.

또 리얼월드는 미국 플립의 배경으로 우리나라와 미국의 자본시장 규모를 들었다. 전 세계의 자금이 블랙홀처럼 몰리는 미국과 정책자금 중심인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부와 미국 벤처캐피털협회(NVCA)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과 미국의 벤처투자 시장 규모는 각각 90억 달러, 1700억 달러로 약 20배 차이를 보인다. 이에 리얼월드 입장에서는 유능한 인재를 적시에 확보하고 대규모 실증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기술력만큼 중요한 요소가 대규모 자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안지윤(왼쪽 두번째) 리얼월드 CSO와 이강욱(왼쪽 세번째) CBO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서 진행된 ‘네비우스 로보틱스·피지컬 AI 어워즈’에서 파운데이션 모델 부문 1위 수상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리얼월드


또 리얼월드는 한국에서 미국 플립을 염두에 두고 설립 초기부터 지배구조와 투자 구조를 사전에 설계해 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리얼월드는 21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주식이 아닌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CB는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정해진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투자자들이 초기부터 주식을 직접 인수했다면 플립 과정에서 기업가치 상승분에 대한 과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었지만, CB 구조를 활용해 이러한 세금 부담을 줄이면서 원활한 플립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실제로 리얼월드는 현재 첫 투자 유치 당시보다 크게 증가한 수천억 원의 기업가치로 추가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리얼월드는 한국과 일본의 정밀한 제조 현장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기술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동시에 자본과 시장 규모 면에서 압도적인 미국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펼치며 ‘피지컬 AI’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리얼월드는 올해 상반기 중 시각·언어·행동(VLA) 통합 모델을 공개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기존에 공개된 VLA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성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처리 속도에 특화된 모델과 추론에 강점을 둔 모델을 각각 선보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VLA를 공개한 곳은 엔비디아(그루트)와 스탠퍼드대(오픈VLA), 피지컬인텔리전스(파이제로) 등이 있다.

류중희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컴퍼니를 지향해 왔고, 현재도 애국심에 기대 피지컬 AI 사업을 전개할 생각 전혀 없다”며 “법적으로 회사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가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 창업자와 엔지니어들이 이 시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기술을 선도해 나가는 것이 더욱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석 기자 ryupr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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